미래를 알 수 없지만..
한동안 어디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몰입하는 스타일이라
요즘은 한 달 째 계속 영화와 외국 드라마를 닥치고 몰아보고 있는 중이다.
이번 주말엔 애들이 없어서 오랜 시간 시리즈물을 봤는데
중세 시대 수도원 건축을 둘러싼 종교적인 갈등, 정치적인 암투와 배신, 러브 스토리를 다룬 8부작 영국 드라마를 보았다.
여기 저기 이곳 저곳을 배경으로 하는 여러 영화를 보면 어쩔 수 없이
떠나고픈 욕망이 슬그머니 비집고 나온다.
매트릭스 조직 같은 ornus 회사의 특성상 직원이 원한다면
로케이션을 바꾸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뭐 그렇다고 모든 회사일이 그렇듯 마냥 간단한 일도 아니겠지만.
지사가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포지션이 있는 곳이라면
로케이션을 바꿀 수 있다.
현재 ornus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같이 일하고 있는 컨설턴트는 영국 출신인데 영국과 싱가폴에서 가장 많이 일했고 이번에 한국에서 ornus와 함께 일하다가 몇 주간 호주로 출장을 갔는데 ornus가 “이 추운 겨울날 한국에 있지 않고 따뜻한 호주로 가게 돼서 좋겠다”고 농을 던졌더니 “너도 원한다면 따뜻한 나라로 가~ 로케이션을 바꾸는 건 네 선택이야~” 그러길래 ornus도 순간 생각에 빠졌다고.
이분은 워낙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방랑자 기질이 있어서 몇 년 째 로케이션을 바꿔가며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 와서도 ornus도 굳이 찾아서 먹지 않는 한국적인 음식들 – 뭐 보신탕, 개불, 생선회 등등-을 찾아다니며 먹을 정도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걸 재밌어하는 사람이라고. 방랑자 기질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로케이션을 바꿔가며 일해야 하는 처지를 힘들어할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얼마전에 회식도 굳이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하자며 가서는 매운탕 한가운데 둥둥 떠다니는 생선 눈알을 먹으며 신나했다고 한다. (고수이심;;;;;;….)
……..
작년 한 해 우리 삶의 위치를 바꾸기 위해 많은 우여곡절을 경험했는데
지금은 현재의 선택에 안도하는 한편 모든 기억들이 몽롱해져 간다.
모르겠다. 일단 지금은 지금 선택한 일들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봐야 한다.
몇 년은 움직이고 싶지 않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 단정은 하지 않을 거다.
오늘 영화를 보는데 뇌리를 깊게 스친 건 “살면서 네버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대사였다.
어떻게 살게 될지 모르겠다.
중요한 건, 마음 속에서 원하는 것에 집중할 거고 그 때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을 현실화시키려고 할 수 있는 한 노력할 것이라는 것뿐.
다만 약간의 노마드적인 기질을 갖고 있는 나와 ornus가 결국 또
정착의 길을 선택하진 않을 거라는 희미한 느낌은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알 수 없어서 불안한 만큼
딱 그만큼 매혹적인 것이 삶이리라.
모든 불안한 일들에는 매력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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