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안부가 궁금한 그 아이, 산하
매년 여름이 되면 산하의 안부가 궁금하다.
2012년 여름. 인간극장에서 본 아이, 산하. 장마가 지면 길이 잠겨 고립되는 산골짜기 솟탱이골 하나밖에 없는 집에서 멋쟁이 근육남 할아버지 할머니랑 셋이서 고추농사 지으며 멀리 건넛마을까지 학교 다니던 초등학생 산하. 인간극장 스탭들이 들이닥치자, 푸른 잎파리 몇 개랑 노란 꽃 두 개 따서 돌 위에 ‘인간극장’이란 글자를 만들어 보였던 아이.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재료로 이것저것 만들고 그림도 잘 그려서 화가의 감성이 있지 않나 싶었었다. 할아버지는 70대 연세에도 근육을 기르셔서 산꼭대기 여름밤마다 홀로 산짐승을 쫓아야 해서 밤마다 오두막에서 고추농사를 지키시는 멋쟁이시고, 할머니는 궁시렁 궁시렁 잔소리가 많으시지만 산하만 보면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감출 수 없는 분이셨다. 산하가 어린이집 다니던 아기 시절, 산골짜기 아래로 한참을 업고 내려가 어린이집에 보내야 했던 할머니는 진흙탕에서 노느라 자주 시커매지는 산하의 운동화 때문에 혹여 할머니가 키워 저렇다는 뒷말을 들을까 매일 운동화를 빨아신겼다고 하셨다.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분명히 다르게 맑아 보였던 산하의 감성이 꼭 여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푸르르다는 느낌을 받았었기에 쉬이 잊혀지질 않는다. 산하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을 거고 사춘기도 왔을 거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반항도 좀 하고 있을까. 산하 같은 아이의 엉뚱하고 푸르른 미술 재능을 살려줄 좋은 사람이 곁에 있을지. 고추밭은 여전하겠지. 할아버지 근육도 여전하시고? 산하가 너무 보고싶다. 여름 이맘때만 되면.
여름 이맘때면 늘 그랬는데 오늘은 왜 유독 더 보고 싶지. 아마도 현이가 저렇게 스케줄까지 취소한 후 끙끙 앓고 있을텐데도 아무런 안부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더 그런 것 같다. 보고싶은 이들을 다 보고 살 수는 없는 법이라는 걸 힘들게 힘들게 새겨야 해서 산하가 더 보고싶은가보다.
사진이 복사가 안 되네. 산하가 꽃잎 따서 글씨를 써주는 장면이 담긴 블로그 링크만 하나 건다.
http://mrsommer.tistory.com/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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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 어쩌고 있니. 평소 같으면 팬들 애타게 하는 거 미안해서 그새를 못 참고 “나 괜찮아요” 트윗 날릴텐데 안 하는 걸 보면, 괜찮아지기 전에 거짓말할 수 없어 그런 것 같다. 우린 기다릴게. 무얼 하고 있어도 이 생각이 나서 명치가 아프다..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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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우현이 어디 몸이 아픈건 아니겠지?
빨리 팬들에게 반응했으면 좋겠다.
산하라는 아이가 있었구나. 무슨 사연인지 엄마아빠는 아예 안계신거야?
나도 가능한 유라를 공원 숲속에 풀어놓으려 하는데, 이노므 체력이 구찮아서 매일매일 나가기는 힘들군..힘들어도 해야지..
우현이가 작년에도 <아육대>녹화장에서 어깨부상을 당해서 한동안 무대 위에서 한 팔을 주머니에 넣고 한쪽 팔로만 춤을 춰야 했거든요. 아직도 재활훈련을 하는 걸 보면 다 나은 게 아니에요. 그딴 쓰레기 같은 프로 빨리 없애야지. 방송국 갑질 정말 심해요. 여기 안 나오면 음악방송 출연 금지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으니까. 근데 이번 우현이는 어떻게 취소가 된건지, 정말 많이 안좋은건지 더 걱정 되고..
산하는.. 엄마는 아마도 어릴 때 집을 나가신 것 같고 아빠는 도시에서 돈을 벌고 계셔서 할머니 할아버지랑 사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정말 멋지세요. 저런 할아버지 할머니라면 정말 건강하게 잘 살겠다 정말 존경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들 숲속에 풀어놓고 이것저것 만지게 하면 스스로들 놀잇감을 잘 찾아내니까 좋아요.. 저도 사실 나가기 귀찮아서 요즘은 수영장에서만 살고 있어요..ㅠ.ㅠ
아, 나 이 링크에 나온 글자랑 얼굴 보고 눈물이 핑 돌았어…. 내 어렸을 때도 생각이 나고…. 궁금하네.. 진짜.
곰순이도 어릴 때 저렇게 푸르른 향기가 나는 이쁜 아이였다고? 안 믿기네..-.- ㅎㅎ 농담이고 맞어.. 너도 어릴 때 그림 그렸다고 했지? 저 아이도 매일 앉아서 꽃잎 따서 그림 그리고 물감 풀어 장난 치고 그러더라. 미술 재능과 남다른 감성이 있는 것 같았어.. 근데 재능을 잘 키워줄 수 있을지 궁금하고 걱정되고 그러네. 정말로 몰래 가서 어떻게 사는지 보고싶을 정도로 맘이 쓰이는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