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쓰지 않으려고
우리 홈피에서 아무 가면도 쓰지 말라고, 네가 네모습인 채로 사는 게 자기가 바라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ornus 덕에, 이곳에서 요즘 온갖 주책은 다 떨고 있는 나이지만, 실은 내가 가면을 아예 쓰지 않는 게 아니다. 애들 꽤 생각하는 엄마인 척 요아래 애들 교육 글도 올려놨지만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마지막 무대 위에서의 오열, 그리고 갑작스런 스케줄 취소, 그후 아무 안부도 들을 수 없는 우현에 대한 걱정이다. 차라리 지독한 몸살이라도 걸려 몸이 아픈 거면 병원에가서 치료하고 낫기를 바라면 될텐데 지금의 우현은 분명히 마음에 병이 난 상태인 거라 지켜보는 심정이 더 쓰리다.
어떤 상황에서도 팬들을 발견하면 웃음을 지어주는 우현. 자신이 나타나는 그 어떤 동선에서도 팬들로 둘러싸여 있는 스타가 5년째 시종일관 이렇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안해도 되는데. 그것도 모자라 5년째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팬들을 향해 매일매일 다른 하트를 던져주고 뽀뽀 날려주고, 멤버들 사이에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바쁜 우현. 생각해보면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밖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것은,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지치면 안으로부터 병이 들 수 있다.
원래가 예민하고 감성이 풍부한 우현이 항상 하트를 날리며 웃는 그 속엔 뭐가 들어있을까.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은 항상 그곳이었다.
노래하다가도 중간에 하트 만들어 날려주고
촬영하다가도 팬들 만나면 안기라며 두 팔 벌려 맞아주고
생방송 끄트머리에서도 행여 자기 팬들 보라고 쬐끄만 손가락 하트 만들어 주고
궁연중에 뽀뽀해주고~
하트 3종 세트도 날려주고
멤버들 사이에서도 막내 성종이한테서도 쓰다듬 당하는 귀여운 형으로 분위기 띄우는 우현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내가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우현의 모습은
애써 노력한 게 아니라 약간 아련해진 눈빛으로 팬들을 바라보는 표정이거나
이런 표정
노래하다가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간 것 같은 표정이거나
무방비상태에서 보이는 이런 표정
또는 이런 표정
얼굴보여주기 싫어 마스크까지 착용한 사적인 장소에서 팬이 찍은 이런 차갑기까지 한 싸늘한 눈빛인데, 난 이 눈빛이 좋다.
예민하고 차가운 표정
내 시선이 가닿는 곳..
이 상황에서도 팬들과 눈이 마주쳤다는 것을 알자 금새 윙크를 날린다. 어쩔 수 없다.
내가 종종 가서 글을 읽는 블로그에서 어떤 팬이 우현이는 ‘사랑받는 스타 아이돌로서의 페르소나’가 강한 타입이라고.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이는 것에 열심이고 또 진심으로 그러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이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에 대해서는 자기 나름의 벽을 세우고 싶어하는 타입이라 우리는 진짜 우현이를 바라보기 힘들거라고.
그렇다고 이 말이 우현의 발랄한 모습이 가짜라는 건 아니다. 그것도 진심으로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자신의 모습 중 일부다. 정말로 사랑 주는 걸 좋아하고 사랑받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다. 최근 팬들에게 작사작곡해서 들려준 노래 가사에도 팬들에게 자신에게 사랑표현하는 걸 ‘숨기지말라는’ 가사가 들어있다.
정말 우주를 다 환하게 하는 것 같은 이 웃음.
눈꼬리가 휘도록 웃는 우현의 모습도 우현이지만, 내 마음은 자꾸 그 뒤편으로 가닿는다.
너무 좋은 웃음이지만
정말 해사한 웃음이지만
4일 전 공연에서 울다가 다른 멤버들 말할 때 홀로 뒤돌아앉은 가슴 속엔 얼마나 많은 게 들어있을까.
마지막곡 부르며 가슴에 손을 얹을 때의 마음은 얼마나 외로웠던 걸까.
…….
수천 수만의 열광 속에 휩싸여 있어도, 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이들은 그 환호에 응당 따라붙는 거울과 같은 외로움이 더 지독할 인생을 살고 있는 스타다. 곁에 누군가가 필요한 게 아닐까. 정말 좋은 사람.. 정말 좋은 사람과 같이 있었으면 싶다.
지금 내 마음은, 지금 팬들은… 애써 잊고 잠잠히 기다리자고 서로를 다독이고 있지만 사실 너무나 막막하고 아프다. 난 기다리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인데 지금 덕분에 기다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내 기분이 답답해도 아파하는 상대가 스스로 보여줄 때까지 기다리는 법을. 그리고 이 기다리는 법이 내 현실, 내 가까운 사람에게로까지 옮겨갈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아프다. 입이 마른다. 현아 얼른 다시 웃으며 돌아오면 안 될까. 아니 그것도 부담이 된다면 그냥 안 웃는 모습으로라도. 컴백 후 줄줄이 잡혀 있던 스케줄도 지금 며칠 째 없는 시기라 더욱 무섭다. 걱정된다.
4일 전 공연에서 선보인 우현의 최근 자작곡. 이 노래의 뮤즈는 팬들이라며 팬들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노래 <에브리데이>
사실 가사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겠다. 우현의 심정을 낱낱이 들여다보는 게 좀 힘들다. 목소리가 중저음 발라드에 잘 어울려서 항상 잔잔한 발라드를 작곡했었는데(난 우현의 솔로곡은 <선인장> 같이 중저음 좋은 잔잔한 곡이 좋다) 이번 곡은 힘있고 롹킹한 의외의 스타일. 시원시원한 고음과 발랄한 무대매너. 이 날 이 무대를 이렇게 잘 소화하고도 마지막엔 그렇게 주저앉아 울었다는 게 믿기질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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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살면서 무언가를 기다리는게 가장 힘든듯. 나처럼 성질 급하고 예민한 인간에겐.
전에 재범이 인터뷰에서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뭐냐”고 물으니 “참는 사람에겐 좋은 일이 생겨요.”라고 대답해서 마음 한켠이 아프면서도 짠했어.
재범이에도 우여곡절이 참 많았으니까.. 참 성숙한 사람이에요. 저는 지금 속이 탔다가 또 어른스럽게 가만히 기다려야지 하며 가다듬었다가 다시 숨이 막힐 것 같다가 다시 참았다가….. ㅠ.ㅠ 눈물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