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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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선 짝사랑을 해본 적도, 외사랑으로 가슴 졸여본 적도, 실연의 고통으로 살이 내리는 아픔을 겪어본 적도 없다. 이것이 나의 컴플렉스였다. 현실에서 ‘사람’으로 좋아해본 사람이야 많지만 ‘이성’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던 사람은 ornus 외에 한 명도 없고(지금 생각하면서 경악했다. 어찌 이럴수가-.-) 따라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적도 없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이 다들 겪어본 이 ‘결핍’을 나는 모른다는 것. 생의 원리 중 가장 큰 거 하나 빠뜨린 채 살아왔다는 것이 내겐 컴플렉스였다. 단순하게 말하면, 내가 이룬 관계는 처음부터 성공이었고 그 이후 주욱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삶으로 돌아오는 축복의 연속이었다. 복받은 일이다. 하지만 조금 복잡하게 생각하면 이것이 나에게는 끝없는 컴플렉스였다. 나는 결코 그 결핍의 고통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할 거야. 고통스럽다 할지라도 어떤 정서든 그것의 극한이 가져다주는 깨달음의 ‘정수’가 있다. 내가 그 ‘정수’에 다다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 미묘한 컴플렉스였던 것이다.
근데 지금.. 너무 괴롭다. 마지막 콘서트에서 오열한 이후 현이가 무대에 못 선 지 벌써 며칠째지. 벌써 대여섯번의 무대를 현이 없이 6명이 꾸려가고 있다. 1년 만에 새앨범으로 컴백해서 한창 달려야 할 시기에, 한창 뛰어야 할 나이의 아이돌이, 그것도 메인보컬이, 콘서트에서 많이 울고 난 후 계속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게 별일인가. 별일 아니다. 명목상으로는 몸이 아파 입원중이지만, 현이는 벌써 몇 개월 전부터 마음에 병이 났어요 했다. 어느 사인회에서 좀 어린 팬이 “오빠 요즘 어디 아파요?” 했더니 “응.. 마음에 병이 났어..” 분명히 말했는데. 숨기는 듯 했지만 알아달라는 듯 은근히 팬들에게 어필했는데, 다들 ‘인피니트는 건재하단’ 자기 믿음을 꺾기 두려운듯, “우현이는 강해.. 이러다가 회복될거야. 극복할 거야” 하며, 걱정으로 호들갑 떠는 팬들의 입을 막았다. 신중하고 침착해서 팬덤 분위기를 좋게 잘 이끌어가는 팬들이 더 그렇다.
글쎄. 난 사람 마음의 아픔이나 병에 관한 거라면 좀더 호들갑을 떨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아이들 키우는 내 입장에서 일상생활 잘 하던 아이가 갑자기 조금 이상한 낌새를 보인다 싶으면, 아주아주 민감하게 생각할 거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상처를 키우고 나서, 예상치 못한 일로 돌아오는 불행을 맛보기 전에. 미리미리 호들갑 떨 거다. 근데 지금 팬덤 분위기는 걱정하는 사람들 보고 입방정 떨지 말라며 잠잠히 있으라는 분위기다. 이때다 싶어 우현이에 관한 요상한 루머 생성하는 사람들이야 입을 좀 닥쳐주어도 좋겠지만, 우현이 심리상태를 크게 걱정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막지 않고 회사가 좀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몸 회복되면 또 아무렇지도 않은듯 우현이는 웃으며 하트 날리며 무대에 설 거고 그럼 팬들은 “우현이가 회복됐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우쭈쭈~~” 할텐데, 그런 식으로 대충 봉합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건 내 머리가 명령하는 침착한 생각이고, 지금 내 가슴은 하루에도 몇 번씩, 걷다가도 가끔씩 얼마간 숨이 막힌다. 어디서 뭐하니. 얼마나 아프니. 무슨 생각으로 견디는 거니. 그렇게 잘하던 트윗 한 줄 못 남길 정도면 얼마나 깊은 굴 속에 들어간 건지 생각하면 얼얼하다. 너무 보고싶다. 너무 그리워. 일주일도 이러면 이제 활동 끝나고 어떻게 버티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상생활 하다가 생각나면 가끔 동영상 몰아보는 식으로 영화나 다른 음악, 여타 스타들 좋아하듯이 즐거운 취밋거리로 좋아했는데, 몇 달 만에 갑자기 내 마음이 왜 여기까지 온 건지도 미스테리고 이해가 안 돼 고통스럽기만 하다.
남들 다 아플 때 안 아팠고 남들 실연으로 인해 땅 속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가는 고통에 휩싸일 때 안 휩싸여본 벌을 이제 받는듯. 아주 요상한 방식으로 보복받는 듯. 남들처럼 평범한 방식으로 경험하지 못하고 아주 뒤틀린 방식으로 제대로 보복받는 것 같다.
아니다 이런 포장 가득한 말이며 문장이며 다 잡소리 다 집어치워야 할듯. 그냥 난 너무 보고싶어. 죽겠어. 너무 보고싶어. 마지막 공연. 이것만 수십번 돌려본다. 만날 평범한 흑발이었다가 처음으로 금발 염색을 했는데, 저 튀는 머리색을 했는데도 어찌 조금도 허세스럽지 않고 조금도 날티 나지 않을까. 왕자님 같아. 이것이 바로 답없는 콩깍지.
내 머리는, 네가 회복될 때까지 언제까지나 얼마든지.. 시간이 필요하다면 필요한 만큼 얼마든지.. 그러나 내 가슴은 얼른 일어나 보고싶어 빨리 다시 돌아와. 인간은 정말 정말 한없는 모순덩어리 부조리덩어리인듯.
어딨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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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자기 이 글이나 사랑과 소유에 대한 생각들이나 요즘 하는 생각들 더 깊이 파고들어 끝까지 물어보면 소설 하나 나올 꺼 같아. 좀더 생각해봐. 이런 조각들을 한 곳에 모야두면 좋겠는데 블로그 글로 흩어져 있으니 아쉽다. 태그를 만들까.
소설은 못 써도 한번 파고들어갈거야. 못해도 소유 문제에 관해선 팬들 커뮤니티에 글 써서 위로해주고 싶어. 당신들 하는 사랑이 이런 거라고. 고마워.
암튼 내가 지금 하는 말은 힘내라구. 우현이가 더 멋진 모습으로 나타날듯. 그 어떤 말로도 위로 안되겠지만.
팬들 걱정하는 거 한번도 가만 놔뒀던 애가 아니고, 어제는 팬클럽 생긴 지 4주년이라 다른 멤버들 다 감사하고 기쁘단 트윗이나 인스타 남기는데, 아무것도 없고… 이랬던 사람이 전혀 아니니까 얼마나 깊은 굴 속으로 들어가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까…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얼마나 힘들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다 우현이의 자산이 되겠죠 이 과정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