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마음이 통하는 몇몇 팬과 글을 주고받으면서 긴 얘기를 나눈 후 얼마나 가슴이 헤집어졌는지 모르겠다. 지금 우현이가 겪고 있을 고민들이 낱낱이 보이는 것 같아서. 몸이 가까이 있지도 않은데 이 팬들이 어떻게 이렇게 우현이의 사정을 짐작하고 배려하고 헤아리려 하는지 그 마음의 깊이에도 눈물이 나온다. 누군가를 이렇게 아낄 수가 있을까. 부모자식도 현실적인 연인도 이렇게까지 이기심 없이 헤아리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단언한다. 특히 연인과의 사랑. 그 사랑은 기본적으로 이기심이 깔려 있다. 내가 이만큼 하는데 너도 이만큼 안 해? 그 이기심을 넘는 게 성찰이고 사랑의 과정은 끝없이 그 이기심을 넘어가려는 초월의 움직임이다. 이 초월의 움직임 없이는 인간은 사랑을 통해서도 조금도 성숙할 수 없다. 조금도 자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연인관계를 통해 퇴행할 뿐이다. 내가 어린 시절 그 초월의 움직임을 ornus에게 보였고 그 신뢰로 인해 ornus가 내게 또 이만큼의 초월적인 움직임으로 보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나 역시 그에 보답하고 다시 되돌려주고 되돌려받는 끊임없는 순환의 과정이 사랑이다.

우현이가 어떠한 결정을 하든 그것이 그의 음악적인 꿈을 펼치는 과정일 거고 많은 이들이 응원하며 곁에 있을 거다.  나역시. 극단적으로 우현이가 음악을 버린다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오늘 얘기를 나눈 많은 팬들이 같은 생각이었다.

몇 달 전부터 끊임없이 우현이는 팬들에게 신호를 보내왔다. “제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요” 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에둘러서 몇 번을 말했는데 둔한 팬들은 그냥 문자 그대로 받아들였을 거고 예민한 팬들은 그 진짜 의미를 추측했을 거라고 본다. 오죽하면 팬도 아닌 ornus도 재빨리 추측하더라. 요즘 비즈니스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고 돌아다녀서 그런지.. 항상 다른 멤버 생각하고 다른 누군가를 배려하느라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저렇게 에둘러서 몇 개월 동안 꾸준히 말해왔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때마다 표정이 너무 공허하고 지쳐 있었다. 이렇게 열흘 넘게 우현이가 일어나질 못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그 때 그 얼굴표정이 자꾸 떠올라서 너무 가슴이 아프네.

물론 지금 우현이가 안고 있는 고민들은 단지 이런 커리어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베어 있는 외로움과 공허한 흔적들들, 가정사의 문제도 있고, 치유되어야 할 부분이 많은 아이다. 제발 그의 곁에 연인이든 멘토든 누구든 현명하고 사랑이 많은 사람이 함께였으면 좋겠다. 팬들 모르게.. 안쓰러운 부분을 많이 노출하는 반면 굉장히 상남자 같은 부분이 있어서 팬들이 매력을 느끼는데, 나역시. 팬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애달프게 하지만 또 반면 굉장히 날카롭고 차가우면서 강하고 묵묵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팬들에게 밀당하는 본능을 소유하고 있는 우현이. 아마도 이번 사건도 우현이한테는 다 과정이고 자양분이 될 거고, 팬들 역시 그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계단으로 내려가 보는 사건이 될 것이다.

나를 비롯한 팬들이 무엇보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건 그냥 우현이 그 자체, 그의 겉이든 속이든 모든 것을 아우르는 퍼스낼러티 그 자체지만 하나만 딱 꼽자면 뮤지션으로는 그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낭비되지 않고 빛나는 곳에 쓰였으면 좋겠다. 그것을 위해 우현이가 어떠한 결정을 하든 제발  자기 자신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어떻게 지지를 보내줄까. 이 이국 땅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네. 글을 보내주는 것밖에 할 것이 없네. 서울에 있어야 얼굴 보고 만나는 자리에서 에너지를 보내줄텐데. 그러나 그렇게 보이는 팬들보다 뒤에서 지치지 않고 오랜 세월을 응원하는 이들이 조용히 받쳐주는 게 더 큰 자산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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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타고 출발하다가 팬들이 부르니까 창문 내려 웃는 거.. 보는 것만으로도 아까운 이런 모습 못 본다고 해도 괜찮으니 충분히 고민하고 충분한 용기를 가지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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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노래부를 날이 굉장히 길고 많다는 걸 알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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