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저작권협회와 싸움 끝에

서울고법 민사4부는 16일 서태지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상대로 낸 저작권 사용료 청구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협회가 서태지에게 2억64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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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저작권협회와의 싸움을 시작한 게 11년 전.
아니 그보다 먼저 본인 동의없이 저작권협회가 음악을 마음대로 허가해서 문제 제기를 처음 했다는 소식을 들은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2001년 쯤이었나. 그 때 나는 대학생이었다.(아휴 가는 세월아…ㅠ.ㅠ).

음악저작권법이란 게 참 웃긴 게 원저작자가 허가하지 않아도 저작권협회가 허가하면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원저작물을 2차가공해서 상업적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거다. 이에 반발해서 서태지는 저작권협회를 탈퇴했다. 저작권협회를 탈퇴한 가수는 서태지 한 명이다. 전체 음악계에서..

가요계에서 저작권협회를 탈퇴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협회가 음악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패권이 공룡단체 수준인데, 일개 개인이 이 단체를 등지고 활동한다는 건 뭐 계란으로 바위 깨는 것과 같은 일.

2002년 저작권협회를 탈퇴하고 저작권협회를 상대로 신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게 2003년
-> 2003년 4월 서태지가 승소해서 협회의 신탁행위 권리 박탈 판결

그러나 음저협은 서태지 노래로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래방, 방송국 등에서 계속 저작권료를 징수, 불법으로 서태지의 노래로 이익을 남겨왔고

서태지 또 고소 -> 2006년 9월 1일 승소, 그동안 부당이득 돌려달라고 하자
저작권협회 반발

서태지 또 고소-> 기나긴 소송 2라운드 들어가서
기각 -> 항소 -> 일부 승소 -> 다시 대법원 서태지측 파기환송 -> 항소 끝에 결국 이번에 고법에서 승소판정 

특히 이번엔 대법까지 올라갔던 판결이 파기환송돼서 다시 고법 내려갔는데 이걸 승소판결받는다는 게 참 힘든 일이다.

이런 판례를 남겨두면 후배 음악인들, 동료 음악인들도 같이 혜택을 입을 수 있다.
원저작자 동의없이 상업적인 컴필레이션 음반이 출시 가능한 것도 불합리한 저작권법 때문이다.
근데.. 음악계라는 게 연대가 없다. 서태지가 혼자 이런 길 뚫을 동안 어떤 뮤지션도 연대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못한 거지만. 저작권협회를 등지고 활동할 수 있을만한 형편의 뮤지션들이 거의 없으니까. 그리서 김동률, 이적 등이 대놓고 서태지가 부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
서태지팬들이 단체를 만들어 저작권협회 반대활동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협회가 서태지팬들을 고소하는 사건까지 일어났었다.

나는 서태지 이름 앞에 언론이 지들 맘대로 붙여 놓은 “문화대통령”이란 호칭이 참 싫다. 붙인 것도 지들 맘이고 비아냥도 지들 맘이니까.

그러나 서태지가 10년 전에 처음 들여왔던 사전녹화시스템(음향 체크도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음악의 질을 위해 사전녹화를 제일 먼저 들여온 세 서태지인데, 그 때는 연예기획사와 방송국 사방으로부터 욕을 먹었다.)이 지금은 일상처럼 자리잡고, 초상권, 인격권, 저작권 문제에서 항상 먼저 길을 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문화대통령이란 호칭이 아깝지 않다고 느낀다.

서태지는 인맥도 없고 빽도 없고 자기 힘으로 위치를 만들어낸 사람이다.
작년 재작년 걸려 있는 소송만 해도 세 개였는데 이래가지고선 9집은 언제 나오나..

다행인 건 며칠 전에 20주년 기념 팬들에게 질문을 받아서 200문 200답을 진행했는데, 공연 좀 자주 해달라는 팬들의 재촉에

사실 나도 매년 하는 공연에 대해 항상 고민도, 기획도 해보는데 결국 포기한다. 공연을 한 번 하려면 약 4~5개월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음반 작업 중에 한, 두 달 이상 공백이 생기면 그 뒤로 작업 연결을 잘 못하는 스타일이다. 나는 공연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음악을 만드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그런데 나의 과도한 작업량과 예민한 작업 스타일까지 한몫을 하니 그게 좀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공연 자주 안 해서 아쉬운 맘보다는 아직도  “나는 음악을 만드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해서 기쁜 맘이 더 크다. 시간이 지나면 창작욕도 감퇴하고 더 이상 나올 게 없다고 여길만한 한계에 다다를 수도 있는데 여전히 창작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게 반갑다.

사실 나도 요즘 내가 원하던 계획대로 모든 게 빨리 진행되지 않아서 좀 의기소침해 있었는데.. 11년 과정을 보고 나니…..
다시 힘내야 겠다. 오랜 시간 꾸준히 내 생각을 유지하고 관철한다는 것..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성찰해야 겠다.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3-01-19 at 오전 3:54

    서태지한테 별로 관심없는 1인인데, 알고보니 서태지 멋지구나.

    • wisepaper said on 2013-01-19 at 오전 4:02

      ㅎㅎ 언니 한국 오면 승환옹 공연 가시나요? 전 서태지가 9집만 내면 애들 다 내던지고 공연 꼭 가려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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