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몸의 피로가 훑고 지나가는 느낌..

사실 내가 지금 좀 여러 곳이 아프다. 아무리 사지가 아파도 손가락은 안 부러져서 컴퓨터는 할 수 있고 아파서 소파에 누워만 있으니까 서핑은 더 많이 하는 것도 사실임;;

그동안 생리주기에 따른 생리통과 관계 있는 두통 외에는 몸살 한 번 없이 한 일 년 넘게 안 아팠던 것 같은데, 토요일 아침부터 갑자기 목에 임파선이 부어서  통증이 심하다. 어렸을 때 임파선 결핵에 크게 걸린 적 있어서 주의해야 된다. 목구멍에는 하얀 스팟이 여러 개 생겨서 음식물을 못 삼키고 죽을 먹는 데다가, 혓바닥과 입천장에 구내염이 아홉개  정도;; 있고, 식은땀도 계속 나서 옷이 금방 젖는다. 어제는 열이 안 내려서 결국 동네 프라이머리 어전트 케어에 가서 진찰받고 왔다.

게다가 지병인 역류성 식도염까지 같은 날 재발해서 아침부터 토하고 괴로운데, “아 나 임신하면 절대 안돼! 그 입덧을 또 하면 나 진짜 이번엔 살아남지 못할거야”란 생각이 몰려와 최근에 임신할 일이 있나 없나 소름끼치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공복에 미친듯이 쓰리고 구토가 나오다가 음식이 들어가면 더부룩하고 힘들다. 게다가 잇몸에 피멍까지 생기기 시작하고 칫솔질을 할 수가 없게 아프다. 이건 너무 두려워서 오늘 만날 봐주던 선생님한테 치과진료 예약해놨다.

모든 자잘한 병들이 한 날 아침, 토요일 아침부터 시작 된 게 미스테리다. 직접적인 원인은 최근의 일 때문인 것 같다. 최근의 일을 돌아보면.. 우현이가 2주간 못 나올 때, 크게 울었던 마지막 무대 후 이유를 알지 못할  때까지 정말 너무나 걱정했고 그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도 그것 말고도 두려워지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기에 기다리면서 잠도 잘 수가 없고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는 기분이었는데 그 때 느꼈던 피로감이 병으로 와 나타나는 거라는 게 느껴진다. 다 내탓이지 뭐. 한 번 누구한테 마음 주면 영혼까지, 가슴 깊은 곳까지 훑어낼 정도로 좋아하는 거.. 그 때 나 정말 하루하루가 숨이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그래도 그 땐 육체에는 아무 이상이 안 왔는데 끝나니까 이렇게 후폭풍이 몰려오는 거..

여기다 장기적으로 보면 서울에서 시애틀 이주부터 시작해서 또 지금 집까지 사서 이사하고 세팅하고 난리를 쳤으니. 오랜 피로도 누적됐을 거고. 우리 비글들이 내눈에 안 보여야 내가 진정으로 쉬는 건데 그것도 불가능하고.

…………………..

+1)
한국에서 치아교정을 하고 왔기 때문에 그 후속진료를 위해 벨뷰 치과에 주치의 선생님(한국어, 영어 섞어 쓰는 여성 교포 의사)이 있는데 평소에도 몇 번 진료받았었다. 열음이도 거기서 유치 교정 치료중이고. 오늘 잇몸이 다 붓고 피멍이 들고 너무 아파서 치과에 갔더니, 선생님이 “최근에 밤잠을 잘 못잤어요? 걱정스러운 일 있었어요?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스트레스 받고 피곤하면 생기는 바이러스가 잇몸 전체에 퍼졌어요. 잇몸뿐 아니라 혀에도 목구멍에도 다 있네요” 그러시는 거다. 아… 순간 머리를 맞은 것 같이 띵했다. 최근 2-3주 동안 계속 잠을 설치고 하루에 서너시간도 못 잤고 걱정도 많았다고, 그래도 전에는 이런 경험이 없었다고 했더니 “우리 나이가 이제이렇게 몸이 마음을 안 따라주는 나이에요. 면역이 많이 약해지셨어요. 이제 시간 되면 딱 자고 수면시간 지키고, 리듬 흐트러지는 일도 하면 안 돼요. 몸이 못 받아줘요” 하시는 거다. 일반 병원에 가도 이건 대응을 잘 못해준다고. 하긴 어제 그 병원에서 아무 치료도 안해주더라.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레이저로 구내염이랑 목구멍에 하얀 스팟에 있는 바이러스를 많이 죽여주셨다. 그리고 진통제로 처방해주시고. 바이러스라 나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그리고 내가 잠을 잘 못 잔다고 하니까 수면제를 섞어서 처방해주셨다. 밤에 자기 전에 먹고 아침까지 깨지 말고 자라고..

병원을 나오는데.. 뭔가가 훅 훑고 지나간 느낌이다. 내가 이제.. 육체적으로도 20대처럼 힘이 들어가는 일을 많이 할 수 없는 나이겠지만 정신적으로도 이제 누군가에게 열정을 가질 수도 없는 시간이 온 거구나. 난 그저 내가 20대의 마음과 다르지 않으니 몸도 그런 줄 알고 정신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고 걱정했더니 몸이 이렇게 복수를 하네. 이제 그렇게 살 수는 없는 시절이구나 싶어서 가슴에도 통증이 느껴진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잠잠하게.. 이제 그렇게만 살아야 하는 건가. 쓸쓸하다. 그렇게 하늘이 새파랗던 시애틀도 이번주부터 딱 가을 시작. 비 내리고 구름이 드리우는 시애틀 우기가 시작됐다. 부슬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병원문을 나서는 마음이 유난히 더 쓸쓸해져 온다.

 

+2)

우리홈피에 전에 들어오셨다가 최근에 안 들어오는 팬들과도 계속 쪽지나 카톡을 나누고 있는게 그분들 중 몇 분도 요즘 많이 아프셨다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위염 걸리신 분도 있고. 2주 동안 잠 자려고 누워도 잠을 못 자고 가슴은 답답하고 속은 아프고.. 우현이가 컴백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에 마음이 편칠 않다고. 오늘 새벽엔 우현이 정말 오랜만에 트윗을 올렸다. 글 한 줄 없고 그냥 자기 최근 얼굴 셀카 한 장만. 난.. 글 한 줄이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렵게 느껴지는 지금 우현이의 심정이 다 느껴지고 그래도 항상 자기 생각에 잠못이루는 팬들 생각에 얼굴사진이라도 올려서 위로해주려는 마음도 다 보인다.  네가 무엇을 하든지 나는 좋아. 너를 행복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네곁에 있었으면 좋겠고.

Comments on this post

  1. 남조련똬 said on 2015-09-01 at 오전 7:23

    언니아 건강해야 팬질도 할수있는거예요ㅠㅠ알죠?ㅠㅠ2주간의 공백땜에 나무수니들이 너덜너덜했지만 이제나무도 쾌차하고 뽀뽀해달라느니 중국에서 잔망떨었으니 언니제발아프지말고 푹쉬어요..구내염이 하나만돋아도 짜증나게아픈데 9개에 목구멍까지라니 오마이갓ㅠㅠ 역류성식도염도 정말 괴롭다고들었는데 언니를 바라보는 세명의남자를 생각해서라도 아프면 안돼용!! 형부가있긴해도 타국에서 아프면 더서럽자나요 엉엉 게다가 음식도 못먹는상황이니ㅠㅠ많이예민하시구나ㅠㅠ언니 푹좀많이자고 좋은생각만해요!! 톡으로 이쁜 우현이사진 보낼께요 힐링해요! 언니 사…..사….좋아합니다♥

    • wisepaper said on 2015-09-01 at 오후 12:08

      어어 고마워 고마워 나도 좋… 좋.. 사랑해~ (나무팬들은 사랑한다는 말 많이 하자 우현이 닮아야지~) 네가 항상 살갑게 대해주고 카톡도 많이 보내주고 나 진짜 너무 재밌어.. 너의 그 산뜻한 에너지! 우현이랑 어머니랑 찍은 그런 귀한 사진도 내게 보여주고.. 고마워.. 니가 나 인터넷 쪼금 하라고 하니까 쪼금만 할게.. 아예 안 할 수는 없고.;;;; 나 몸이 좀 아파서 그런거지 기분은 아주 좋아 너같은 동생도 친구도 있고 우현이 같이 얘기할 수 있는 팬들도 있고 가족도 있고 나 행복해.. 우현이도 건강하게 돌아왔고! 나 얼른 일어나서 주책 떨게..

  2. 니가젤좋아현 said on 2015-09-01 at 오전 11:12

    어휴 세상에 몸이 아픈곳이 많이 있었네요 이런이런 ㅠㅠㅠㅠㅠ건강 잃으면 다 잃은거라고 하잖아요 항상 우선이 건강인데 또 그게 생각과 다르게 행동을 하게되서 몸이 망가지는것을 초래하고 만나니까요 ㅠㅠ스트레스도 만병의 원인인거 다 아는데도 스트레스또한 내 맘대로 조절 할 수 있는 능력치의 기능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받게되는 거고…두 아들 보니까 아주 인물도 훤하고 남편분도 아주 핸섬하신데요 보기에는 아주 단란하니 행복해 보여요 글쓴임은 저보다 나이도 많이 어리시고 제가 볼때 너무너무 행복한 행복해 몸부림칠 딱 그나인데 또 요때는 그걸 잘 인식을 못하게 되더라구요 지금 젤 중요한건 건강 챙기는게 급선문거 같아요 잘 아시죠? 제가 느낀 느낌대로 건강 챙기시고 행복하게 인생 꾸려가셨으면 좋겠어요 우현이가 뭐라고 절대 몸 망가지면서 까지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우수니들 몸과 맘이 많이 다친것 같아 속상합니다 ㅠㅠ그 보상 빠른 시일내에 다 받았으면 좋겠어요 팬생활은 내가 안놓으면 오래오래 할 수 있는거 아시죠? ㅎㅎㅎ

    • wisepaper said on 2015-09-01 at 오후 12:15

      감사해요 고마워요.. 정말로요..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분들인데 제가 10년 알았던 사람들처럼 마냥 애틋하게 느껴지는 게 첫째는 우현이팬들이기 때문이지만 둘째는 제가 고향 떠나 이곳에 와서 살게 돼서 그런 마음도 있나봐요.. 네.. 저 행복하고 감사해요.. 우현이 얘기 나눌 수 있는 팬분들, 오랜 지인들, 애들과 남편, 가족들, 글고 건강한 우현이 모두모두 덕분에 행복해요. 그냥 제가 하도 그동안 안 아파서 오랜만에 몸이 존재감 자랑하는 거에요. 우현이 잘못도 아니고.. 제가 딱 그동안 미국으로 이주하는 일이며 이사하는 일이며 여러가지가 겹쳐 있고 아파야 할 상황에 하필 우현이까지 그래서 타이밍이 그런 것뿐일 거에요.. 며칠 쉬고 일어나면 더 튼튼해져 있겠죠.. 근데 진짜.. 이젠 몸을 생각할 나이이긴 해요. 이렇게 글 남겨서 마음 표현해주시는 여러분들 덕분에 위로 많이 받아요 정말요.. 우리 우현오빠가 그랬잖아요. “더 사랑할게요 더 표현할게요..” 우리도 표현 많이많이 하고 살아요. 저도 그럴게요. 얼른 일어날게요~~ 우현이한테도 더 좋은 일들이 일어날 거에요. 전 확신해요. 실력있고 매력있고 열심히 하고 여러 사람들의 사랑하는 마음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어찌 좋은 미래가 안 기다릴까요.. 팬생활은요… 저 평생 묶인 몸 같아요. 우현이가 뭘 하든지 노래하고 웃는 모습만 볼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다 너 좋을대로 해라.. 난 응원할거야.. 이게 제 진심이에요.. 다들 그러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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