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식 프리스쿨..?.. 은율이는 대기자 신세.

또래 친구들 다 프리스쿨 다니는데 6개월 동안 나랑 집에서 한가롭게 놀았던 은율이, 이젠 지겹나보다. “엄마 나 프리스쿨 보내줘요. 나도 갈거야” 졸라댄다. 안그래도 이사오면 여기부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프리스쿨 보내려고 했는데 잘 됐다. 근데 미리미리 이동네 프리스쿨을 알아봤어야 하는데, 집 사는 것도 갑작스럽게 결정됐고 산호세에도 오래 다녀오고 또 이사하고 그러는동안 정신없이 지나가서 프리스쿨을 미리 못 알아봤네.. ;;;

일단 모바일로 지도 실행해놓고 집근처에서 제일 가까운 프리스쿨부터 찍어봤더니 한 여덟군데가 나온다. 제일 가까운게 어딨지? 앗싸 열음이 학교 바로앞이다. 최고다. 열음이 아침에 데려다줄때 은율이도 데려다주고 같이 픽업할 수 있으니까 내 일이 수월해지잖아. 잘못하면 애들끼리 막 30분 거리로 떨어진 곳에 다닐 수가 있는데 그러면 하루 종일 픽업하느라 볼일 다 본다.

아무튼 지도 찍어서 젤 가까운 데부터 방문해서 분위기 보고 자리 있으면 당장 들여다보낼 심산으로 들어갔는데, 도착해보니.. 큰 유치원 건물이 아니고 우리집 같은 2층 가정집이다;;; 한국 가정어린이집 같은 딱 그런 분위기. 들어가보니 프랑스 국기가 걸려있고 난리났네?? 엥?? 프랑스어-영어 바이링구얼 프리스쿨이다. 요즘  한국에서 영어유치원이 유행하듯 미국은 웬만한 집들은 다 ‘바이링구얼 프리스쿨’에 보내는데 보통 중국어-영어, 스페인어-영어, 프랑스어-영어가 많다. 이곳도 선생님 전원이 프랑스어-영어 이중언어구사자들인 프랑스인들이고 아이들은 프랑스인 부모를 둔 아이들도 있고 아닌 아아이들도 있고.. 더 좋은 건 학교 들어가기 전(킨더가튼 나이)까지 여기서 배우다가 졸업하고 바로 학교 갈 수 있게 허가받은 프리스쿨이란다. (보통은 킨더가튼 갈 때 초등학교에 있는 병설 킨더가튼으로 보낸다.)

열음이라면 신체활동의 스케일이 워낙 커서 이런 가정어린이집은 답답해서 싫어하기 때문에 건물 크고 수영장 딸리고 운동시설 딸린 큰 건물로 보낼텐데, 은율이는 열음이랑 스타일이 많이 달라서 앉아서 책 읽고 조근조근 노는 걸 좋아한다. 근데 여기 프리스쿨이 딱 그런 분위기라고 선생님이 설명하신다. 몬테소리 교육철학을 프랑스 현지식으로 똑같이 하는 거라고. (엥?? ornus는 이러다 애들 프랑스식으로 볼기짝 때리는 거 아냐? 걱정한다. 미국에서 그랬다간 아동학대로 잡혀가 그러진 못할 거야;;)

게다가 선생님이 전형적인 프랑스 억양으로 영어를 하시는데 완전 업업!! 업된 목소리로 다다다다 은율이한테 뭐라뭐라 하시는데, 은율이는 이 분위기가 맘에 들었는지 “엄마 나 여기 보내줘..” 하는 거다. 그리고 선생님이 우리가 한국인이라니깐 자기 남동생이 삼성전자 산호세 오피스(ornus 여기 많이 갔는데;;) 바이스 프레지던트라고 소개하며 삼성 진짜 미친 워커홀릭들 많다고 자기 남동생도 그렇다고 막 떠들기 시작. ornus랑 같이 삼성 한참 씹어주면서 꽤 친근해졌다-.-;;;; 근데 문제는 대기자가 있네. 많지는 않지만 적지도 않네. 프랑스어를 2년 한다고 뭐 능통자가 되진 않겠지만 그냥 어린 시절에 그 발음에 익숙해져서 귀만 좀 뚫리고 학교 다니면서도 계속 꾸준히 조금씩만 해줘도 엄청난 재산이 되지 않을까? 은율이가 좋아한다면 나도 뭐 오케이다. 보통의 다른 바이링구얼 프리스쿨은 한 달에 2000불 정도 하는데 여긴~ 그 반값이다! 이 가격을 듣는 순간 무조건 여기로 가고 싶어졌다!! 건물이 다른 데처럼 삐까번쩍하지 않고 소박해서 그런듯하다. 바이링구얼 프리스쿨 아니고 일반 프리스쿨도 한 달에 1500불 정도 선이 보통이다 여긴. 그러니까 여긴 모든 프리스쿨과 비교했을 때 저렴한 곳. 아마도 건물 작고 프로그램도 스케일이 작아서 그런듯.

아무튼 여길 맘에 들어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 올린 채 나머지 일곱군데를 다 돌았는데…이중언어교육하는 데도 있고 아닌 데도 있는데 교육비는 다 월 1300불-2000불선. 여기보다 비싸면서 다들 대기자가 많다. 갈 수 있는 데가 없다. 다 대기자명단에 올리고 왔는데, 그나마 저 프랑스 프리스쿨이 제일 빠른 번호다. 이러다가 은율이 일 년 또 노는 거 아니야. 애가 너무 다니고 싶어하는데.. 안되겠다. 프랑스 선생님한테 프랑스어로 이메일 공세를 해서라도 눈에 들어야 겠다. 다른 대기자들이 다른 프리스쿨에 다니면서 기다리는 게 보통인데, 자기 자식들이 현재 기관에 잘 적응하면 굳이 대기해놓은 기관으로 안 옮기는 경우도 많으니까 운 좋으면 여기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한텐 한 푼이 큰 돈인데.. 그나마 여기가 젤 저렴한데 모든 교육을 프랑스어로 하고, 영어는 따로 수업을 한다고. 은율이는 프랑스어를 전혀 모르는데 괜찮나요? 했더니 전혀 모르는 아이들도 친구들과 놀다 보면 다들 말하고 듣게 되고 대부분 놀고 그리고 만들고 하는 거라 아무 문제 없다고 걱정말라고 씽긋 웃네..선생님이 아무리 외국어로 말해도 친구들이 못 하면 안 느는데, 여긴 집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아이들이 있어서 이 친구들 때문에라도 놀다 보면 다들 프랑스어를 쓰게 된다고. 한국 영어유치원에서 애들 영어가 생각보다 많이 안 느는 이유가 이거다. 선생님은 영어능통이지만 친구들이 아니라는 거.. 아이들은 대부분 친구들한테서 언어를 배운다. 은율이는 영어도 외계어로 들리는 상황이고(전혀 모름) 프랑스어도 외계어로 들리는 상황은 마찬가지니까 이 상황에서 이 외계어가 들어가나 저 외계어가 들어가나 비슷할 거 같다. 받는 스트레스도 마찬가지일 것 같고.. 열음이는 외국어에 노출된 상황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기는데, 은율이는 다를 수도 있어서 잘 살펴봐야지.

어디라도.. 아무데도 자리가 없어서 못 가는 신세니. 어디라도 일단 되기만이라도 해야되는뎅..ㅠ.ㅠ

 

 

 

 

Comments on this post

  1. ornus said on 2015-09-02 at 오전 9:28

    아까 회사에서 “Bonjour madam~” 이러면서 waiting list에 넣어줘서 고맙다고, 은율이가 집에 와서 프랑스 지도 찾아보며 거기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메일 보냈다~ ㅋㅋ brother가 삼성 사람이라니. 깨알같이 써먹어야지.

    • wisepaper said on 2015-09-02 at 오후 1:59

      잘했어. 고마워.. 어필하니까 바로 긍정적인 이메일 오는 거 봐~ 계속 어필해야지. 아시안이 하나도 없던데 아시안 하나 들어가면 너네들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어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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