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에서 ‘스물 몇 살 청년’으로..
지금 몹시 행복하다. 답보상태였던 내 생각이 다음 성찰로 나아갈 계기를 만들어준 조금 어린 팬을 만나게 돼서. 바로 아랫글글 리플에서 ‘미성년자는 아니지만 나이가 많지도 않다는’ 분.. 아마도 나보다 많이 어리실 꺼다. 아무튼 자신을 그렇게 묘사한 한 팬분과 리플로 오래도록 얘기하면서, 답답했던 부분들이 해소되기도 하고 좋은 의미로 가슴이 뛰기도 했는데.
….
나는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기 때문에 하물며 우현이가 음악을 다신 안하겠다고 말하는 날들도 오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현이가 더이상 노래하지 않는다거나 우리앞에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는 날은 생각도 하기 싫고 어른인 나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지만..ㅠ.ㅠ. 이런 일들이 마치 엄마가 죽으면 어떻게 살래? 하는 말을 듣는 것과 같다는 저 팬분의 말에, 1996년 1월 31일 서태지가 더이상 절대로 음악을 하지 않고 대중에게 모습을 보이지도 않을 거라며 은퇴하고 미국으로 떠났을 때,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숨막히는 두려움을 맞닥뜨렸던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그리하여 나는 어린 팬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지금 인피니트나 우현이를 좋아하는 팬들 중엔 나처럼 세상사 별일을 다 겪은 30대 이상도 꽤 많지만, 더 많은 수는 10대 20대 어린 팬들이다. 그들에게 우현이와 인피니트를 받아들이는 마음은 그 열정과 순수함에 있어서야 우리와 다르지 않지만, 분명우리와 다른 부분이 있을 거다. 살아온 세월의 양이 다르고 겪었던 일의 경중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나도 팬덤 안에 미성숙한 부분이 있더라도 회의감 갖지 말고 더 어린 심정으로 돌아가 그들의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찾아온다. 그동안 인피니트 팬덤 안에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어떤 부분들에 대해 그저 답답해했던 내게 다음 성찰을 안겨주신 밑에 WH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10대든 20대든 30대든 50대든.. 같은 애틋함으로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우현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 같은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성정을 가진 우현이가 얼마나 신비로운지. 팬들에게 현타를 안겨주지 않고 오히려 팬들로 하여금 한결같이 “우현이가 우리에게 주는 사랑이 우리가 우현이에게 주는 사랑보다 더 크다”고 말하게 하는 우현이의 마음이.. 신기하고 또 신비롭다. 우현이 내면엔 뭐가 들어있는 것일까. 우현이의 우물은 얼마나 큰 걸까. (* 현타: 팬이 스타를 좋아하면서 현실적인 타격을 받는 순간. 현실과 판타지의 괴리와 맞닥뜨리면서 팬질의 허무함을 느끼는 감정)
-> MBC 아육대 녹화장에서. 팬석에 앉아 있던 팬들이 물이 없어 목이 말라 보이자 우현이 가수 대기실에서 음료수와 종이컵을 갖고 나와 팬들에게 따라 주는 모습..
가슴 설레는 소녀팬으로 돌아가 소녀의 심정으로 볼 땐 우현이의 그 깊은 우물이 마냥 대단하고 멋져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인새을 더 많이 산 사람의 시선으로 우현일 스물 몇 살 청년으로 바라볼 땐 깊이가 들여다보이지 않는 그 우물에 물을 채우느라 때로 허기져보이는 우현이가 안쓰럽고 몹시 애달플 때가 많다. 내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우현이를 향해 남친 남친 하고, 오빠 오빠 하지만.. 점점 갈수록 우현이를 향하는 마음이 나보다 어린 청년을 바라보는 마음 쪽으로 기울어간다. 그러니까.. 점점 그가 안쓰러워지는 거다. 우물에 한없는 물을 채우느라 종종 고갈되는 모습이 내눈엔 보인다. 우현아 팬들을 향해 그렇게까지 절절하게 잘하지 않아도 돼. 너는 너의 인생을 살아야 해. 스타 우현이 아니라 인간 우현이를 채워줄 사람도 만나야 하고.. ㅠ.ㅠ 지금 우현이의 심리상태를 보면 스타 우현을 인간 우현과 완전히 동일시하고 살아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논리적으론 가능한 일 같아 보여도 현실적으론 결코 완벽하게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 둘 사이에 겹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어야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다. 지금 우현이의 심리가 많이 아파보이고 불안해보이는 것도 이 문제에서 기인한 부분도 있다. 우현아.. 난 널 좋아할 때만큼은 어린 소녀팬의 마음으로 오빠라 부르고 남친 남친 하며 즐겁고 싶었어. 근데 갈수록 그렇게 될 수가 없어진다. 솔직한 고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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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별의별 일 다 겪고 나이를 먹어도, 그래도 “엄마 죽으면 어떻게할래?”라는 가정 어린애 못지않게 못견디는 사람도 있어. 아니 어린애들보다 그런거 더 못 받아들이는 나이만 많은 어른도 많아.
내가 너의 홈을 발견하고 팬(?)이 된거는 너의 성숙한 정신세계가 느껴졌기 때문이야. 그것도 희한하게도 내가 유라를 낳고나서 성숙한 엄마이길 거부하는 내 본능과 싸우고 있을때..타이밍 기가막히게. ㅋㅋ
오랜만에 왔어요 ㅎㅎ 저 음료수는 게토레이인가? 벌컥벌컥 마시고시프당 ㅋㅋㅋ 새로운팬 또 알게되었어요? 울언니 미국에서 완전 마당발나무수니 되는거아녜요? 훗날 언니가 한국에 왔을땐 ㅅㅈㅎ님 팬미팅 하고있고 ㅎㅎㅎ 언니홈페이지만 오면 우현이 생각도 나고 짧은 영상도 보며 요즘같이 정신없을때에도 맞아 난 남우현팬이였어라고 상기시켜주네요 ㅎㅎㅎ
심은하/
언니가 그런 타이밍에 제 홈피에 오신 거구나.. 저도 언니가 이 홈에 와서 저와 생각을 나누면서 되게 많은 위로와 의지가 되었어요. 제가 더 강해지는 데 힘을 주기도 했구요. 거기다가 재범이까지 좋아하게 되셔서 제 팬질에도 많은 위로와 도움이 되고.. 정말 여러모로 좋네요. 엄마가 죽으면 어떻게 할래란 심정이라는 저 팬의 말에 제마음이 확… 아파지면서 되게 쿵 했어요. 아 내가 지금 답답하게 여기는 인피니트 팬덤의 일부 모습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겠구나.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나도 그렇게 하늘이 무너졌던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사실 지금도 우현이가 우리한테 얼굴 안 보여주고 살겠다고 선언한다면 세상이 끝난 것 같이 느껴질 거에요. 언니는 재범이 못 보고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궁금해요. 전 못살아요. 이 나이 먹고 어른이 되어도 못견디겠는 일이 또 있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우현이 나빠요.
남조련/
너 요즘 안그래도 집에 많은 사건 빵빵 터지는데 애까지 봐야 하고 힘들겠다. 새로운 팬분, 밑에 글에 리플 다신분이야.. 리플로만 만난 팬이야 ㅎㅎ 난 여전한 너의 러블리하고 상쾌한 에너지가 넘 좋아. 내가 너처럼 한창 애 키울 땐 우현이는커녕 스타란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어. 그러니 너도 아마 조금은 멀어지게 될 수도 있어. 근데 어느 정도 숨돌리게 되면 다시 그 애정 불끈 솟아난다 장담해. 그동안은 간간이 내 홈이랑 마이우현닷컴에서 충전하며 살아야 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