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런 아이러니. 고통 후에 명반. 기대하는 이유
심은하 언니랑 카톡하다가 재범이랑 타블로가 요즘 잘 지내는 거 같단 얘길 나누다 문득 타블로 음악이 또 고파서 음원 사이트에서 쭈욱 듣고 있네. 예전부터 좋아했지만 또 듣는데 또 좋네. 특히 그 스탠포드 사건으로 큰 고통을 받은 후 낸 앨범, ‘열꽃’ 정말 이 앨범은 명반이다. 이소라랑 나얼이 피처링한 두 곡이 제일 좋다.
- 나얼이 피처링한 곡. 요즘 나얼 노래 정말 많이 들음.
2. 이소라가 피처링한 곡. <집> 요즘 이소라 전앨범 멜론으로 듣고 있는 중이라 더 좋음;
문턱은 넘어서면 어지러워. 내게 편한 나의 경계선이어서. 심장만 어지럽혀 치워둔 쓸모없는 감정은 먼지 덮여. 여길 벗어나면 죽음. 익숙한 슬픔보다 낯선 행복이 더 싫어서, 걸음 버린 나… 헌신발이 될까만 겁이나. 세상, 세월, 사람 날 꺾어 신어서. 잊고 있어. 문 앞에 수북이 쌓인 신문과 고지서처럼 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생각, 요구들 내 앞에 늘어놓지 마. This is my home. Leave me alone. 여기만은 들어오지 마.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내게 행복할 자격 있을까? 난 왜 얕은 상처 속에도 깊이 빠져있을까? 사는 건 누구에게나 화살세례지만 나만 왜 마음에 달라붙은 과녁이 클까? 감정이 극과 극 달리고, 걸음 느린 난 뒤떨어져 숨 막히고 내 맘을 못 쥐어. 세상을 놓쳐. 몇 걸음 위 행복인데 스스로 한단씩 계단을 높여. 누구에겐 두려운 일 하지만 내겐 웃음보다 자연스러운 일. 사람이 운다는 것은 참을수록 길게 내뱉게만 되는 그저 그런 숨 같은 일. Let me breathe. 슬픔이 내 집이잖아. 머물래 난, 제자리에. 잠시 행복 속으로 외출해도 반드시 귀가할 마음인 걸 이젠 알기에.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집이 되어버린 내 슬픔 속에 그댈.
집이 되어버린 내 슬픔 속에 그댈 초대해도 될까?
이젠 눈물 없이도 운다.
그저 숨 쉬듯이 또 운다.
집이 되어버린 슬픔을 한 걸음 벗어나려 해도 문턱에서 운다.
나도 모르게 운다.
가사도 너무 좋다. 진짜.. 울컥한다. 특히“나와 상관없는 세상의 생각, 요구들 내 앞에 늘어놓지 마. This is my home. Leave me alone. 여기만은 들어오지 마.”
이 부분이 너무 좋다. 진짜 제발 날 좀 놔둬. 여기만은 들어오지 마. 들어오지 마.
한국의 미친 학벌주의가 뮤지션 한 명을 진짜 기묘한 고통 속에 빠트렸다. 근데 아이러니한 건 그 고통 뒤에 타블로는 이런 명반을 만들어낸 거다. 슬프고 아름답다. 타블로한테 너무 미안한데, 그 고통을 겪은 후에 이런 명반이 나왔다는 게 너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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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나도 열꽃 앨범에 반했고, 블로씨가 우리 재범이를 잘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ㅋㅋㅋ
물론 우리 재범이 뛰어나지만 그래도 블로씨가 형이니까ㅋ
역시 언니는 열꽃 음반에도 공감하는 군요! 이건 진짜 명반이에요. 그리고 재범이랑 타블로랑 친하다니 흐뭇해요.. 힙합씬에서 드물게 여성관 제대로 박힌 똑똑한 뮤지션들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