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상념
아시아에서 비행거리로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도시 시애틀.
유럽인들은 동발 서진하여 서쪽으로 서쪽으로 영토를 넓혀 갔다지만 아시아인들이 미국땅에 값싼 노동자로 들어와 처음 자리잡기 시작한 곳은 서쪽의 땅들이다. 오늘 퍼블릭 마켓에서 우연히 발견해 밥을 먹은 곳은 한국인 아저씨 아주머니께서 운영하는 김밥, 우동집이었다. 시애틀에서 제일 유명한 바닷가 재래시장에 하필 한국인이 어떤 사연으로 뿌리 내리고 어떻게 신산한 이국생활을 이어가셨을까. 고춧가루 듬뿍 뿌려진 한국식 우동을 먹으며 생각했다.
시애틀까지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작년에 한 번 읽었던 유재현의 책 <거꾸로 달리는 미국>을 다시 읽었다. 동발서진한 유럽인들과 달리 서부에서 출발하여 동부로 가는 여정과 그에 대한 사회학적인 단상을 담은 책이다. 처음 미국에 아시안들의 이주가 대거 시작된 계기는 철도, 광산, 제방공사 노역에 조달되었던 중국인 쿨리들이었다. 19세기 중엽부터 이어진 아시아인들의 신산한 이주의 역사를 증명하듯 시애틀 등 서부(아니 지금은 미국의 거의 모든 대도시부터 시골마을까지) 곳곳에 아시안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시애틀이란 이름 자체가 먼 옛날 베링해협을 건너온 아시안 인디언 추장의 이름 시애틀에서 온 것이다. 인디언의 땅, 멕시코인들의 땅을 차례로 사들이거나 접수하여 영토를 확장해온 파이어니어들은 시애틀이란 이름을 가진 추장에게 땅을 팔라는 강점요구가 담긴 서한을 보냈다가 추장으로부터 “하늘과 땅과 꽃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곰, 사슴, 독수리… 모두가 우리의 형제”라는 답장을 받는다. 그러나 이내 유럽인 파이어니어들은 들이닥쳤고 훗날 선심 쓰듯 인디언들의 흉상을 세워 기념한 곳이 시애틀 다운타운의 파이어니어 스퀘어다.
탐욕적인 확장욕망을 가진 미국식 파이어니어 개념은 아이러니하게도 또한 모든 파이어니어들에게 너도 달리면 된다는 성공의 기회를 ‘상대적으로’ 균등하게 쏟아붓게도 만든다. 퍼블릭 마켓 한편에서 음식점을 하는 이국땅에서 온 작은 아시안 한국인에게는 어떤 억압과 기회가 맞물려 왔을까. 미국땅에서 아시안들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음식점에 들어가게 되면 이런 저런 생각이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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