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앨 수 없는 근원, 선천성 그리움

나는 항상 그의 뒷면이 좋다고 말해왔다. 그의 밝음 뒷면에 대해 얘기했더니 그를 어두운 사람, 아픈 사람으로 만들지 말라고 나를 몰아붙이는 팬들을 만난 적도 종종 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 몸에 배 있는 듯한 고독이 그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 그 근원은 그가 노래하면서 대면해야 하는 것들이다. 그것은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것들이고 누구도 꽉 채우려 해서는 안 된다. 다만 내게서 끊이지 않는 생각은

“너의 뒷면까지도 우리는 괜찮아. 너의 고독한 근원이 너를 계속 노래하게 할 거야”라고 말해주는 이는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거다. “네가 어떤 모습으로 서 있어도 우린 너의 노래를 듣고 싶어”라고 말해주는 이는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런 생각에 대해 그의 공허를 팬들이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너희가 열심히 지지한다고 그의 근원을 메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를 차라리 가만 놔두라”고 말하는 팬들도 있을 수 있다. 아니라고.. 인간의 모든 근원은 인간으로 채워질 것들이 아니다. 함민복 시인의 시가 하나 있다. 선천성 그리움은 사람으로 채울 것이 아니라는 시. 사람과 사람의 심장은 끝내 포개지지 않는 것이다. 선천성 그리움은 그냥 거기 있는 것이다. 오랜 집처럼 거기 서 있는 거다.

………………………….

선천성 그리움

..함민복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

 

다만 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거다. 누구의 힘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고독이 너의 근원이라 할지라도 그 근원으로부터 오는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 곁에 있겠다고 말해주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는 거. 그런 지지가 필요하다는 거. 언제까지나 곁에 있겠다고 말해주는 것. 왜냐면 그가 그것을 원하니까.. 그가 팬들에게 기대고 싶다고 분명히 말을 해오니까. 2015년 브이앱에서도 분명 “제가 여러분에게 기대도 되나요? 기대도 되나요?” 하고 몇 번을 물었으니까!! 그런 사람에게 “인간에겐 선천성 그리움이 있어서 어깨를 내줘봤자 너의 근원은 메워지지 않을 거야” 하고 말하면 안 되는 거다. 어깨를 내달라는 사람에게,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람에게 “인간에게는 메울 수 없는 공허가 있어 우리가 너를 백퍼센트 지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라고 말해서는 안 되니까.

 

……………

 

네가 고독과 함께 노래할 때 그 곁에 있을게. 기대고 싶을 때 기대도 좋아, 라고 말하는 것이 인간이 가진 선천성 그리움을 싹 메우는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CMEtztKUMAAfTXC (2)

11324492_1149325398418401_327995507_n-11

2015. 8. 9. Infinite Second World Tour, Seoul.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5-09-27 at 오전 1:06

    팬들에게 기대도 되냐고 저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는건 정말 절실한건데…보통 스타들 저런말 잘 안하지 않나. 팬들한테 애교많은 우현이라 해도 저런 말을 할 상황은 정말로 기대야만 하는 상황인거지..
    그리고 아래 글에서 ‘현재의 완벽한 실력’보다는 ‘미래를 향한 꿈’이 더 사람을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거기에는 팬들의 긍정적 멘트들이 필요하다는거에 완전 공감하는데, 그 이유는,
    재범이가 투피엠에서 나왔을때 팬들의 헌신적인 응원과 편지들이 정말 큰 역할을 했거든. 어떤 콘서트에서 재범이가 자기는 팬들 아니었으면 이렇게 일어서지도 못했을거라고 했었어. 아, 이건 남우현이 인피니트에서 나와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지금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우현이가
    재능 썩히지 않고 괜찮은 뮤지션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팬들의 구체적이고도 지속적인” 긍정적 응원들이 큰 힘을 줄거라는 말이지.
    물론 그것이 근원적 외로움 같은것을 치유해주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필요하다고 봐.

  2. wisepaper said on 2015-09-27 at 오전 1:52

    어쩔 땐.. 나나 우리 팬들이 너무 우현이에게 깊게 기울어져 있어서 잘 못 볼 수도 있는 면을 언니는 ‘스타를 좋아하는 마음을 공감하는 다른 팬’이라서 잘 보이는 부분이 있는 거 같아서 도움이 될 때가 종종 있어요. 그치요. 팬들에게 기대도 되냐고 몇번을 물어봤어요 우현이가 그 방송에서.. 분명히 팬들이 기대도 된다고 대답할 걸 알텐데, 우현이가 “내가 기댈게요” 하고 말하지 않고 “기대도 되나요?” 하고 몇 번을 확인했어요. 팬들보고 리플을 달아달라고 하면서까지.. 저는 우현이가 팬들의 지지를 확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 가장 필요한 건 회의를 품고 뒷걸음치는 것보다 “언제까지나 어깨를 대 줄게. 너의 노래를 들어줄게. 곁에 있을게 니가 무엇을 하든”이라고 말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팬들도 많네요.. 그래요 사람 생각은 다 다르니까.. 저도 아직도 다른 이의 생각을 받아들이는 일에 완전히 훈련이 되지 않은 모자란 사람일 수도 있지요. 다른 생각을 하는 팬들을 보며 자꾸 답답하고 속이 쓰려요. 그냥 인정하고 저는 저의 길을 가야지요. 전 언제까지나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네게 힘이 되어주겠다고 말하는 길에 설 거에요… 그건 우현이한테뿐 아니라 ornus나 열음이, 은율이에게도 제가 일관적으로 택하는 삶의 방식이니까..

  3. 심은하 said on 2015-09-27 at 오후 1:14

    나도 이런 글들 보면서 재범 팬덤의 폐쇄성, 배타성을 더 이해하게 되었어. 재범이가 깊이 아팠고 팬들은 무조건 따뜻한 사랑으로만 감싸고 힘을 주는 말만 해주고 싶었을거고, 객관적인 비판따윈 허용하지 않았던거지. 그러려면 살짝 부족했던 실력에 대한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나 안티들을 원천봉쇄해야했고, 그러다보니 그리 방어적인 팬덤이 되었을거고..
    지금에서야 많이 여유로워졌지만 이제 막 살아나 잘되려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보호해야할테고..
    팬들의 이런 극성맞은 응원이 ‘실력이 완벽하지 않았던’ 재범이가 미래를 꿈꾸게 했고 지금 실력이 점점 더 확연히 좋아지고 있잖아.
    암튼 나도 니 우현이 글 읽으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어.

  4. wisepaper said on 2015-09-27 at 오후 1:30

    그랬겠지요. 재범이가 겪은 일이 워낙 극적인 일이었으니. 자기들밖에 지켜줄 사람은 없을 거란 절박한 심정으로 팬들이 그를 감싸고 들었겠지요. 다 이해가 갑니다. 방어적인 성격이 형성된 것도.. 근데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할지 모를 그 방어가 ‘이제 막 홀로서기 한 외로운 재범이’를 일으킨 제일의 원동력이 된 것도. 재범이 지금 너무 멋지잖아요 그렇게 되길 너무 잘됐다 싶게 정말 자기음악하면서 자유롭게 너무나 잘 살고 있잖아요. 동료들 끌어주는 모습도 멋지고. 그렇에요. 완벽하진 않았을지도 모를 재범이가 그 팬들 덕분에 예상한 것보다 더 멋진 뮤지션으로 홀로서기했지요. 이젠… 그 팬들도 폐쇄성을 벗고 있을 거고 아마도 벗게 될 거에요.. 그래야 또 다른 모습으로 앞으로 나아가지요..

    오늘도 우현이 목소리가 잠깐씩 담긴 노래들을 들으며 호숫가를 드라이브했는데.. 우현이의 깊은 중저음이 들릴 때마다.. 아.. 정말 우현이 이 목소리로 100퍼센트 꽉꽉 채워진 솔로앨범을 듣고 싶은 맘이 너무 간절해서 울컥하더라구요. 우현이가 몇 년 전부터 간절히 바랐거든요.. 우현이 심정이 어땠을지가 읽히더라구요.. 이제 좋은 날이 오겠죠..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