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언어.. 아이들이 부럽다
매일매일 학교에서 두시간씩 놀다오는 열음이 은율이. 보통 나는 근처 잔디밭에 앉아서 음악 듣거나 열음이 친구 엄마들과 수다 떨거나 그러지, 아이들 노는 걸 자세히 보거나 하진 않는다. 어제는 나무숲 속에서 친구들과 노는 열음이한테 가서 어떻게 노나. 좀 살펴봤는데.
@.@ 신경 안 쓴 사이에 열음이는… 친구들과 꽤 멀쩡한 문장으로 막힘 없이 대화하고 있었다. 몰랐다. 저렇게 잘 할 줄은…. 우리와 대화할 때는 가끔 한국어 단어가 생각 안 날 때만 영어 단어를 넣지 거의 대부분 한국어로만 말하길래, 언제 영어가 저렇게 늘었는지 몰랐다 진짜. 친구들과 하는 대화가 뭐 수준높은 표현이 필요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친구들과 놀 때 쓰는 말은 막힘없이 술술 문장이 나오고 생각 없이 그냥 막 말하는 열음이. 하다못해 “안돼!”하고 외칠 때도 우린 그저 “No~~” 할 뿐이지만 열음인 “No way!” “Never!!” 본능적으로 다양하게 쓴다. 우리처럼 공부로 익힌 영어가 아니라 본능으로 익힌 언어가 되어가는 게.. 부럽다. 우리 영어는 공부해야만 늘고 그것도 지지부진인데.
영어 쓸 일 없는 사람에게 영어는 굳이 시간 들여 에너지 쏟지 않아도 되는 외국어일 수도 있지만, 영어 쓸 일이 있는 나나 ornus는 대학교 때, 우리가 바이링구얼이면 얼마나 편했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우린 그 꿈 못 이뤘지만 내 자식들에게 이뤄주게 한다는 게 살짝 뿌듯하다.
이제 내 과제는 아이들 한국어를 어떻게 잘 발전시켜줄까 하는 거다. 열음인 집에서 영어로 된 과학책도 잘 보지만 글 읽을 때는 주로 한글로 된 책 많이 읽는데, 계속 수준에 맞는 한국어책을 읽게 해줘야 겠다. 사실 열음이 또래 한국친구들은 학교에서 받아쓰기 해가며 글쓰기를 익혀갈텐데, 열음이의 한글 수준은 막 소리나는 대로 쓰고 난리다. 가만 놔두면 소리나는 대로 한글 쓰는 애로 자라면 웃프쟈나..ㅠ.ㅠ 그래서 나이에 맞는 한국어책 읽히고 가끔 받아쓰기도 하고 그러면서 한국어 읽기 쓰기 수준을 높여주고 싶다.
은율이는 지금 프랑스어-영어 프리스쿨 대기자 2번인데, 아직 자리가 안 나네..ㅠ.ㅠ 최악이라도 내년에는 자리가 날 거라고 한다. 거기가 주변 프리스쿨 중 젤 저렴하고, 프랑스어를 쓰는 아이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프랑스어-영어를 익힐 수 있는 곳인데다가 아카데믹한 분위기가 은율이와 잘 맞을 거 같아서 다른 데 안 보내고 기다리고 있다. 은율이는 워낙 앉아서 책 보는 걸 좋아해서 그런 아카데믹한 곳과도 잘 어울릴듯. 지금은 아무데도 안 가고 나하고 집에 있다. 집에 놔둬도 혼자 잘 놀고 만들기 하고 책 보고… 날 힘들게 하질 않는 은율이. 모범생 타입인듯. 그냥 엄마아빠 닮았나보다. 호기심 천국에 운동도 잘하고 스케일이 남다른 열음이는 확실히 은율이와 다르다. 창의력은 더 좋고, 노는 스케일이 워낙 커서 대담하고..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 TrackBack URL
Comments on this post
이런 글 읽는 이 순간에도 난, 재범이 한국말, 맞춤법 엉망, 개발새발 글씨가 떠올라서 너무 귀엽고 설레.
ㅋㅋㅋ 언니 확실히 미치셨쟈나..ㅋㅋ 나도 미친 주제에 뭨ㅋ 재범이니까 맞춤법 엉망도 귀엽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