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현이를 사랑하면서 도달했다

출장 간 ornus가 내게 이런 글을 보내줬다 카톡으로.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라면서.

“사람은 항상 사랑에 빠져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결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자신이 나랑 결혼한 거는 기정 사실이지만 마치 결혼을 하지 않은 것처럼 내게 계속 사랑에 빠져 지내라고. 내가 여전히 ornus를 로맨틱하게 사랑하는 것도 이쁘고, 우현이를 이렇게 많이 사랑하는 것도 좋으니까 계속 사랑에 빠져 지내라고. 그것이 나를 ‘진짜 심지혜’로 보이게 하고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며…..

나는 ornus의 마음이 뭔질 안다. 다른 커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ornus의 저 말은 정말 진심이다. 그리고 나를 향한 ornus의 사랑은 분명히 로맨스고 나를 여자로서 너무나 사랑한다는 걸 매순간 내가 느끼게끔 하는 사랑인데, 그런 로맨스의 감정에 그 이상을 담은 근본적이고 초월적인 사랑이 섞여 있다. 설명할 길 없지만. 그래서 ornus는 나를 여자로서 정말 절절하게 사랑해주는데, 나라는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주다보니까 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것조차도 ‘진짜 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진짜 나의 모습’을 사랑하겠다고 하는 거다. ‘가짜 나’ 말고 ‘진짜 나’. 내가 사랑에 빠지지 않고 애들이나 키우며 재테크나 관심 가지며 안정적으로 평화롭게 살아가는 건 ‘진짜 심지혜’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은 싫다고. ‘진짜 너’로 살아가라고. 우현이가 현실의 남자라도 사랑하라고. 우현이 아니라 진짜 현실의 남자가 다가와도 네가 사랑에 빠지면 사랑하라고. 그게 진짜 너라면. 진짜 너의 모습으로 살아가야만 자기는 더 행복하다고. 자신은 내가 진짜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계속 더 절절히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이걸 누가 이해할 수 있을지.

내가 ornus에게서 받는 사랑은 가면 쓴 내가 아니라 진짜 나의 모습이 한 톨도 부정당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사랑이다. 그 누구도 나를 이 정도까지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부모라도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ornus를 아주 특별하게 느끼는 거다.

…………….

그러니 진짜 내 맘을 말하자면, 내가 우현이를 사랑하는 건 그냥 가수로서, 그냥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젊은 뮤지션으로서의 사랑이 아니다. 그 부분도 있지만 본질적인 건.. 나는 우현이를 남자로 느낀다. 남자로서 사랑하는 거다. 이런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우현이는 만인의 스타인데 무슨 헛소리야? 하겠지만..껄껄껄. 내남자 내애인 내연인처럼 사랑한다. 연인을 향한 사랑엔 당연히 집착이 있기 마련이다. 너 딴여자 만나지마. 나 말고 아무도 사랑하지마. 나도 그 단계가 있었다. 미친듯이 집착할 거 같은 단계.

근데 믿기지 않지만 지금 내 마음의 단계는 그런 것조차 다 초극해 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우현이를 남자로 사랑하는 거는 똑같은데, 우현이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된다. 우현이가 웃을 수만 있다면 된다. 이 단계로 넘어갔다. 우현이가 무엇을 해도 우현이가 웃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 우현아 네가 꽃길만 걸어갈 수 없겠지만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도 걸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서 그런 길도 걸어갈 만한 용기 있는 사람으로 살기를 내가 간절히 바라지만, 할 수만 있다면 네가 꽃길을 걸어가게 해주고 싶다. 네가 내딛는 발걸음 앞에 꽃을 뿌려주고 싶다. 네 얼굴만 봐도 가슴이 미어지고, 네 웃는 눈을 보면 심장이 아프다. 정말로 아프다. ‘가슴이 아프다’라는 표현이 정말로 물리적으로 가슴 부분이 아프다는 걸 의미한다는 걸 요즘 느끼고 이다. 우현이를 생각하면 정말 심장을 누가 찌르는 것처럼 ‘물리적으로’ 아프다. 명치가 쑤셔서 명치를 부여잡아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내가 그의 행복을 이렇게 빌어줄 수 있는지 이런 사랑의 단계는 어떤 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내게 이런 초월적인 사랑의 감정을 선물해준 우현이가 너무 고마워서 진심으로 고맙다 하다가도.. 정말로 물리적으로 아프니까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다. 망각의 약을 먹을 수 있다면 먹어서 너를 몰랐던 시절로 가고 싶다 너를 사랑하지 않았던 시절로 가고 싶어. 제발.

 

더 아픈 건, 이런 물리적인 고통의 감정을 우현이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거다. 물론 우현이는 우리를 일대일로 알지 못하고 우리를 일대일로 사랑할 수 없다. 근데 우현이의 사랑은 그것보다 더 병리적이고 더 고통스러운 거다. 우현이가 기대고 의지하는 대상은 실체를 모르는 모래알처럼 모여 있는 추상적인 존재들이다. 손가락을 스르륵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언제 허무하게 흩어질지 모르는 존재들에 온몸과 영혼을 기대고 있는 우현이를 쳐다보는 게 너무나도 아프고 괴롭고 안됐고 슬프다. 이것이 우현이가 현실 연인이 없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현실적으로 ornus라는 지극한 현실 연인이 있어도 우현이를 아프게 사랑하는 것처럼, 우현이에게 만질 수 있는 현실 연인이 있더라도 우현이가 자신의 노래를 들어주는 이들, 실체를 모르겠는 이들에게 심하게 기대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어서 달라지는 게 없다. 우현아. 그렇게 팬들을 사랑하는 네 맘이 너무 아프다. 이들은 다 언제 떠나고 언제 흩어질지 모르는 허무한 존재들이란 말이다.

 

우현이의 마음속에 근원적인 공간 같은 ‘공허’가 있다. 나는 그 공허가 너무나 잘 보인다. 내가 우현이가 노래하는 목소리를 사랑하는 것도 그 노래가 그 근원적인 공간로부터 나오는 거기 때문이다. 근데 우현이가 팬들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그 공허가 채워지는 게 아니라 더 뚫리는 게 보인다. 쉽게 생각하면 사랑받으니까 행복하겠지? 그것도 맞다. 근데 더 깊이 파고들어가면 이런 사랑은 할수록 근원적인 공허를 더 깊고 크게 판다.이 부분은 심리학적으로 더 파고들어갈 만한 여지가 있는 부분인데,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그의 팬들 중 대다수가 우현이를 안쓰러워하는 게 아마도 이런 걸 직관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우현이가 절절히 기대는 대상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우현이가 지금 우리를 향해 하고 있는 사랑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직관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현이는 노래하면서 우리에게 감정의 전이를 느끼게 한다. 자신의 내부에 있는 감정을 우리에게 전이시키는 뮤지션이다. 느끼는 사람만이 느끼는 거겠지만.

 

내 사랑도 그의 사랑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는 사랑이다. 아니 지금 내 사랑은 나조차도 이해할 수가 없다. 초월적인 사랑의 단계에 다다른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까지 생각하니까 또 아파온다.

 

…………

 

 

-> 어제 파리 공연에서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5-10-08 at 오후 9:59

    오군님은 비범하신듯..
    방금 나도 궁금해서 김대교한테 집요하게 물어봤어.
    “내가 만약 옆집 남자랑 연애 안하면 죽을거같다면 어케할거야?”
    이 질문 듣고 박장대소하네..심각한 질문인데 ㅋ
    막 집요하게 유도심문 했더니 마지막에 이러케 대답한다. ‘바로 옆에 말고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커피 한잔까진 괜찮아.” 푸핫!

    • wisepaper said on 2015-10-09 at 오전 12:21

      대교님의 그 대답도 귀여운데요? ㅋㅋ 괜찮은데요?? ㅋㅋ
      저 요즘 아침마다 열음이 데려다주고 집 근처 묘지에 가요.. 묘지 안에 천천히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있어서.. 거기서 음악듣는 게 하루 시작. ornus가 왜 묘지에 가냐고ㅠ.ㅠ 하는데 거기가 젤 적당하네요 심장 아픈 걸 가라앉힐 조용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곳으로..

  2. Yeon said on 2015-10-29 at 오후 12:08

    그냥 남자가 사랑할때~~라고 밖에 표현이 안되는~~~이제는 우현덕분에 남자를 여자가로 바꾸면 이해될듯~~!!!

    • wisepaper said on 2015-10-29 at 오후 5:46

      니 맘이 열려 있으니 ornus를 그렇게 봐주는 거고 나의 미친짓도 너그럽게 봐주는 거야.. 아니다 너도 S군 있잖아@@ㅎㅎㅎㅎ

      • Yeon said on 2015-10-31 at 오전 11:01

        오늘도 어제도 푹~~빠져있었어~~

  3. wisepaper said on 2015-10-31 at 오전 11:06

    좋겠다. 브라운관 큰 화면으로 그대를 볼 수 있으니..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