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익숙함을 걷어내면..

ornus가 새로운 개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올 11월 말까지 정도?) 매주 일주일에 4일씩, 비행기로 30분 거리인 포틀랜드로 출장을 가고 있다. 오늘도 밤 10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택시를 불러 8시쯤 나가는 ornus를 배웅하는데.. 순간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고 헤집어져서 끌어안고 잠시 있었다. 주말 내내 같이 밥 먹고 같이 눕고 같이 웃었던 시간들이 밀려왔다 사라지면서, 또 4일을 견뎌야 하는 시간을 헤아리며 움찔하게 된다. 미쳤지.. 무엇이 나를, 우리를, 여전히 이렇게 애틋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며칠 떨어져 있는 것도 고통스러우니까. 담담해지지를 못하니까.

마음 바꿔 먹어야지. 아직도 이렇게 좋은 걸 축복으로 여기고 그냥 웃으며 있어야지. 아이들하고 씩씩하게.

비행기 타러 가는 ornus 속 든든하라고 저녁상을 차리면서 여느 때처럼 국을 끓여줬다. 오늘은 시원한 콩나물 계란국.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ornus는 나한테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하며 저녁을 먹는다. 내가 어쩌다 빨래를 해놓아도, 내가 간단하게 청소를 좀 해놓아도, 내가 간단하게 책꽂이 정리를 좀 해놓아도 ornus는 내게 “어떻게 그런 일을 했어?? 힘들지 않았어?? 내가 하면 되는데! 애들하고 힘든데 하지 마..ㅠ.ㅠ” 한다.

매일매일 듣는 말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말인데, 새삼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 맞는 거..지..? 10년 넘게 함께 산 남편이 아직도 내가 하는 조그마한 일에도 고마워하고 큰 일처럼 여겨준다는 게.. 시간이란 게 세월이란 게 익숙해진다는 게 이래서 축복이면서 한편으론 저주인 거다. 이렇게 놀라운 일도 아무일도 아닌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느끼고 살아가게 만드는 게 시간의 저주다. 익숙함이라는 저주다.

모든 익숙함을 걷어내고 새삼 떠올려 보자면… ornus가 내게 온 신비로운 천사 같다;;; 어휴 오글오글 미치도록 오글거리지만 진짜 그런 거 같다ㅠ.ㅠ 가끔 내 말 뜻 못 알아들어서-.- 답답하게도 하는 분이지만 그런 면마저 없으면 진짜 무서운 거지. 가끔 내 말뜻 못 알아듣는 건 그냥 애교…+.+

 

Comments on this post

  1. 엽곰 said on 2015-11-16 at 오후 11:59

    지누는 내가 청소하면 그러지, 어! 또 청소해? 왜? 어제 했잖아?
    지누는 내가 빨래하면 그러지, 어! 또 빨래해? 왜? 그저께 했잖아?
    지누는 내가 설거지하면 그러지, 어! 또 설거지해? 왜? 아직 몇 개 없잖아?
    지누는 내가 밥을 주면 그러지, 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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