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을 들어보니 임동혁의 연주가..

요즘 아주 최고의 인기몰이중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성진군이라 해야 될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 쇼팽콩쿨에서 한국인 최초로 올해 드디어 우승을 한 데다가 진중한데 순박한 버릇, 태도, 인터뷰 등등에서 마치 아이돌 멤버에게서 씹덕상을 발견하듯 씹덕 터지는 포인트를 캐치해낸 발빠른 2030대 여성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고 있다.ㅋㅋ

연주를 하나씩 들어봤는데, 과연… 절제도 있으면 물흐르듯 너무나 유려하고 단단한 연주였다. 조성진 연주를 들으며 새삼 더 듣고 싶어지는 게 임동혁의 연주다. 둘다 너무너무 잘하니 이런 이들끼리의 비교는 단순히 취향문제일 뿐 누가 더 잘하느냐의 선은 이제 넘어간 거다. 임동혁이 2005년도 쇼팽콩쿨에서 2위 없는 3위를 했었는데, 나는 한국 출신 음악인들이 오래 전에 뿌려놓은 것들 덕분에 이제 드디어 한국인들이 국제 무대에서 1위까지 바라볼 정도로 힘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등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문화도 아무것도 없는 데서 갑자기 뭐가 혜성처럼 뚝 떨어지지 않는다. 기반을 다지고 처음 걸어갔던 선배들이 있기에 빛을 보는 후배들이 나오는 거다.

임동혁의 연주는 조성진보다 드라마틱하면서 선율을 섬세하게 들었다 놨다 가슴을 정말 쥐어짜는 연주다. 임동혁의 지인을 알게 된 적이 있어서 소규모 연주실에서 팬들과 함께 가까이서 본 자리가 한 번 있었는데 그 때 임동혁이 입버릇처럼 계속 말했던 게 “피아노 연주는 노래를 해야 해요.. 전 노래하듯이 연주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라고.. 조성진의 연주가 보다 덜 가슴을 쥐어짠다면 임동혁의 연주는 보다 정서적으로 직접적이다. 분명히 취향문제다. 조성진의 연주를 더 좋아하는 이들도 많을 거고 나처럼 임동혁의 연주에 더 마음이 흔들리는 이들도 있을 거고.

이번에 임동혁이 쇼팽 스페셜 앨범을 내면서 쇼팽콩쿨에서 우승한 조성진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오래전부터 이번에 성진이가 쇼팽콩쿨에 나간다면 당연히 1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연주는 정말 흠잡을 데가 없구요. 음반은 아직 안 들어봤는데 분명히 잘했을 거에요. 그래서 들어보기가 겁나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역시 임동혁. 이 솔직함이 너무 좋다. 후배의 음반에 대해 “너무 잘했을 테니 들어보기가 겁난다”고 말할 수 있는 선배 피아니스트가 누가 있을까. 나는 임동혁이 간혹 너무 건방지다 싸가지없다 오해를 받는 이유가, 임동혁이 너무나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속마음을 숨기고 처세하지만, 임동혁은 속마음을 못 숨기고 솔직하게 말한다. 나는 처세술에 빼어나 말실수를 하지 않는 음악인들보다 임동혁이 훨신 더 순수하고 정말 예술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동혁의 연주를 들으면 가슴이 어떻게 하지를 못하게 아파오니..

물론 조성진처럼 어린 나이에도 말조심하고 진중하고 속이 깊은 피아니스트도 멋지고 아마 조성진도 분명 거장으로 클 것이다. 근데 내가 끌리는 건 가슴을 아프게 하는 임동혁의 연주. 그리고 역시 마음을 쓰이게 하는 임동혁의 처세다.

피아노 분야에서 이렇게까지 뛰어난 임동혁이나 조성진 같은 친구들은 지능도 영재다. 임동혁도 아주 어린 나이에 이미 영재판정을 받았고. 피아노가 수학적 지능과도 관련이 깊고 감성지능과는 당연히 관련이 깊다고. 우리도 내년 쯤엔 피아노를 사고 싶은데.. 우리 애들은 영재와는 거리가 멀 거고 그냥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남자들로 크기만 하면 좋을 거 같다.

연주 들어야지.

……………………….

임동혁이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3악장. 화질은 안좋지만 음악은 잘 들린다.
난 임동혁이 음악에 온몸을 맡기고 선율과 함께 흔들릴 때,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정말 가슴을 쮜어짜는 연주. 섬세하게 노래하는 연주다.

 

 

 

……………………

이건 부조니가 편곡한 바흐 샤콘느

Dong hyek lim : Bach-Busoni – Chaconne BWV 1004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5-11-08 at 오전 11:43

    좋은 연주 영상 고마워~
    근데 패션카페 재가입한거??

    • wisepaper said on 2015-11-08 at 오후 12:35

      아니요ㅠ.ㅠ 거긴 재가입해도 등업될 때까지 거의 일 년 가까이 걸려요. 그냥 다른 데 비슷하지만 눈에 안 차는 데서 대충 눈팅해요..ㅠ.ㅠ

  2. 엠제이 said on 2015-11-08 at 오후 3:06

    언니의 취향을 믿으니까 저도 틈날때 임동혁 연주도 많이 들어봐야겠어요. 또 언니 덕분에 새로운 걸 알게 됐어요. 전 말실수를 안 하려는 사람은 사려가 깊어서 그렇다 생각했는데, 바꿔 생각하니, 처세술이 능한 사람도 말실수를 안 할 수도 있겠네요… 물론 겉으로 보여지는 건 사람의 한 부분일 뿐이고, 또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감성이 특별한 사람들이라 말실수를 해도 이해가 가긴 하지만요. 아무튼, 이렇게 음악으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사람들은 참 멋지고 대단해요 (우현 군 포함!). 재능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고 즐긴다면 또한 엄청 부럽기도 하고요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