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아침, 동네 새집들 모델 하우스 구경

1.
마이우현닷컴이 이제 내 글 없어도 돌아가고 있다. 더 많이 북적대면서 나 없이 잘 돌아가는 게 내 목표지만, 일단은 소소하게라도  알콩달콩하는 분위기.

오픈부터 한동안 내가 주로 매일 우현이 소식 뜨기만 하면 올리고 사진 올리고 리뷰 쓰도 단상 쓰고 내가 주로 글 쓰고 다른 팬들이 리플 다는 분위기였는데 얼마 전부턴 팬들끼리 글 쓰고 리플 달고… 내가 안 써도 잘 돌아가는 거 보면서 한시름 놓인다. 나나 ornus는 최소한의 관리, 운영만 하고 우리 없어도 잘 돌아가는 게 우리가 바라는 거다. 몇 달 동안 너무 집중해서 프로젝트 해나가듯 달려왔더니 팬질하는 내 맘이 가볍지 않고 책임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이제 내가 글 안 써도  돌아가니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싶다.

며칠 전부터 우현이에게 편지를 쓰는 게시판 만들어달라는 건의를 받고 ‘우현아 곁에 있을게’ 카테고리를 만들어놨다.. “그립고 그립다, 보고싶고 보고싶다. 네 뒤에 있을게…” 우현이에게 보내는 팬들의 마음이 우현이보다 더 이뿌다.

2.
아침 8시에 열음이 학교 데려다 주고 은율이 프리스쿨에 내려주고 나면 혼자만의 시간. 좋아하는 음악을 빵빵하게 틀고 동네 주변을 드라이브한다. 한동안 묘지에 주로 갔었는데 요즘은 범위를 넓혀서 집에서 운전해서 5분, 10분 거리 한적한 동네를 돌아다닌다. 가을이 막바지인듯 빨갛게 노랗게 물들었던 잎들은 반 이상은 다 떨어졌다. 11월 들어 우기란 걸 실감할 수 있게 매일매일 비가 왔다가 그치거나, 비가 안 오늘 날도 구름이 많아 흐리고 음울한 날들이다. 이게 진정한 시애틀의 우기로구나. 3월 1일에 시애틀 왔는데 10월 말까지 날씨가 청명했으니 근 8개월을 좋았던 거다. 11월, 12월, 1월, 2월 정도, 3-4개월 가량의 우울한 우기를 견디고 나면 다시 ‘에버그린 스테이트’란 별명을 가진 워싱턴주의 청명한 날들을 맛볼 수 있다.

이 정도라면.. 견딜만 하다. 일 년 내내 맑은 것보다, 맑은 날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견디는 날들이 있기에 그 순간들이 더 청명하게 더 값지게 느껴지는 것 같다.

……………

 

우리 동네 주변은 요즘 구석구석 조용하게 새로 짓는 집들 공사가 한창이다. 우리 동네가 다운타운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뿐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과 IT기업들까지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바로 근처에 구글, MS 오피스 있고 그렇다보니 건설 붐이라고 한다. 요렇게 깃발이 달린 현장들이 공사현장인데, 보통 한 회사나 건축업자가 크게 땅 한 덩어리를 사서 구획을 나누고 10개의 집 – 스무 집 정도를 짓기 전부터 판매하면서 공사를 한다. 한국 식으로 말하자면, 이게 래미안 아파트, e편한 세상 공사현장… 그런 거랑 비슷한거다.

여긴 한 30채 쯤 있는 것 같다. 집마다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게 내부 구조도 조금씩 다르게, 빌트인 가전제품도 조금씩 다르게 짓는데, 그 중 한 집을 모델하우스로 만들어놓고 공개를 한다. 여기선 오픈하우스라고 부름.

나도 종종 들어가보는데, 자꾸 새집들을 보니까.. 또 이사 가고 싶은 부작용이..;;; 아무래도 새로 지어지는 집들일수록 구조도 더 좋아지고 빌트인 가전제품들도 더 최신이다보니….ㅠㅠㅠㅠ 자꾸 보면 눈만 높아지네ㅠㅠ 

 

 

 

KakaoTalk_Photo_2015-11-13-10-10-42_73

 

요즘엔 이런 식의 디자인으로 많이들 지어진다.전체적으로 모던하면서 너무 차갑진 않은 가정집 분위기가 나는 디자인. 보통 이런 집들이 평수는 우리집과 비슷한데, 우리집은 같은 평수를 3층으로 나눠놨고 이런 집들은 주로 2층이라서 겉모습은 이 집들이 더 커보인다.

KakaoTalk_Photo_2015-11-13-10-10-41_63

 

KakaoTalk_Photo_2015-11-13-10-10-40_32

 

오픈하우스에 들어가봤더니 현관 부분이 2층 천정까지 뚫려 있는 시원한 구조다. 들어서면 리빙룸 공간이 1-2층 다 오픈돼 있으니 웅장하고 시원하게 느껴지는…

 

(요 사진들은 여기 공사현장 말고 열음이 학교 근처 다른 공사현장 오픈하우스에 은율이와 함께 놀러갔다가 찍은 사진들인데.. 요즘 새로 지어지는 우리 동네 집들이 대부분 이런 디자인들이다.)

 

……

 

우리집도 그렇고 이런 새집들이 보통 60평-80평 정도. 평수 따라 가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저 안에 몰려 있다. 보통 거실 두 개 이상, 다이닝룸, 주방 따로, 방은 4-5개, 마스터베드룸에 워킹 클로짓, 나머지 방들엔 그냥 클로짓들 있고, 세탁실, 차 두 대 주차할 수 있는 차고, 화장실 3-4개 정도, 곳곳에 문 달린 수납 공간이 서너군데(이거 아주 맘에 듬).

실리콘밸리(샌프란, 산호세)에서 이런 집 사려면 30-40억 정도는 줘야 할듯;;;;; 그래서 우리가 그쪽 오피스로 안 간 거다;;

 

KakaoTalk_Photo_2015-11-13-10-59-16_37

 

현관문 열면 2층 천정까지 뚫려 있는데, 다이닝룸이다. 보통 다이닝룸은 주방하고 이렇게 분리돼있다.

 

KakaoTalk_Photo_2015-11-13-10-59-14_99

KakaoTalk_Photo_2015-11-13-10-59-10_61

KakaoTalk_Photo_2015-11-13-10-59-09_39

 

우리도 집을 살 때 이런 구조의 집도 고려했었다. 집 골라달라고 홈피에 올린 집 중에 한 집도 이런 구조고. 근데 너무 웅장한 느낌이 휑해서 제외했는데, 그런 데로 갈 걸 그랬나..  사실 우리집은 워낙 위치가 좋아서(다운타운 시애틀에서 오는 고속도로 출구 바로 근처, 다운타운 커클랜드 걸어서 가는 거리, 고등학교 초등학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병원, 마트 옆..), 이렇게 약간 동네 깊숙한 곳에 들어가 있는 집들하고 비교하면 위치 때문에 메리트가 크다고 부동산업자 아저씨가 그랬음.ㅠㅠ 그래야 할텐데.

비슷한 가격인데 우리도 10분 거리 정도 더 들어가 있는 요런 집들로 살 걸.. 하는 후회도 조금 든단 말이다..ㅠ.ㅠ

 

KakaoTalk_Photo_2015-11-13-10-59-13_55

하얀색 주방가구.. 밝아보이고 이쁜데.. 살다 보면 얼룩 엄청 생기겠지??

우리집은 주방가구도 어둡고 마루도 어두운색이라 무거워보이긴 하는데 얼룩도 안 생기고 유행도 안 타고.. 그냥 중후해보이는 클래식한 느낌이라 이렇게 트렌디하게 이쁜 주방보다 나은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밝은 부엌이 더 이쁜 거 같기도 하고.. 트렌디가 나을까 중후함이 나을까.

알쏭달쏭..

 

KakaoTalk_Photo_2015-11-13-10-59-08_7

 

주방에 있는 이런 식탁 자리는 다이닝룸 아니고 간단한 식사용.

 

KakaoTalk_Photo_2015-11-13-11-01-41_23

 

여긴 주방 옆에 있는 제일 큰 거실 한 쪽.

 

KakaoTalk_Photo_2015-11-13-11-01-58_58

냉장고는 우리가 벨뷰 타워 살 때 쓰던 서브제로 냉장고다. 한국도 강남 빌라에 빌트인 많이 되는 추세고, 수입 매장도 있는데 한국에서 보통 1500만원-3000만원 선이다@.@ 집 지을 때 가전제품은 구매자들이 선택한다. 이건 집 지을 때 가장 최상의 옵션을 넣어서 그런 거고 공사 시작할 때 이런 옵션 안 넣으면 기본 주방 가전(GE)이 들어간다. 우리집도 냉장고는 GE다.

 

KakaoTalk_Photo_2015-11-13-11-02-05_34

1층 제일 큰 거실

 

KakaoTalk_Photo_2015-11-13-11-01-45_87

 

대부분의 집들이 2층집이고 2층 집들은 보통 욕실이 1층에 한 개, 2층에 두 개 해서 3개다. 우리집은 3층인 바람에(쓸데없이;) 1층에 한 개, 2층에 한 개, 3층에 두 개 해서 총 4개다. 사용 안하는 욕실이 두 개라 청소는 자주 안 하는데, 그래도 불편함;;;

이 사진은 마스터 베드룸 욕실.
모든 집들이 욕실 중 가장 좋은 건 마스터 베드룸(부부침실)에 딸려 있다. 우리집도 그런데, 우린 욕조, 세면대, 변기, 샤워부스가 일렬로 죽 늘어선 구조라 기다랗기만 하고 정사각형 느낌의 넓은 느낌이 없어서 좀 아쉽다. 그래도 나는 이 대리석 바닥보다는 우리집의 먹색 타일 색감이 더 내 취향이라 다행…

 

KakaoTalk_Photo_2015-11-13-11-01-44_22

 

이 울프 오븐도 최상의 옵션을 넣었을 때의 경우다. 울프 오븐도 좋기로 유명한데, 지금 우리집 오븐은.. ‘오븐계의 페라리’라고;;;;;;; 부동산 업자 아저씨가 엄청 립서비스했다..-.-;;;;;;; 몰라 난 모르는데 믿어야지 뭐.;;;;;;

 

KakaoTalk_Photo_2015-11-13-11-01-56_44

요 거실은 1층 현관문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거실..

보통 집들이 대부분 거실이 두 개 정도 있다. (우리집도..) 티비를 보는 패밀리룸이 따로 있어서 그렇다.

 

KakaoTalk_Photo_2015-11-13-11-01-48_51

여긴 2층 작은 거실.. 이 집은 요 작은 거실들 포함 거실이 총 3개다.

 

 

 

 

 

 

KakaoTalk_Photo_2015-11-13-10-10-49_62

 

이런 집들이 적게는 열 채 정도, 많게는 30집 정도가 모여서 한 덩어리를 이룬다.

 

요 밑에는 또 다른 공사현장. 여긴 한 다섯 채쯤 지어질 예정인 것 같다. 우리 동네는 이름에 Hill이란 말이 붙어있을 정도로 언덕동네고, 저 멀리 아래로 보이는 낮은 지대가 MS 본사가 있는 레드몬드다. 레드몬드도 학군 좋은 중산층 동네로 유명한데 우리동네보단 조금 더 깊숙한 곳에 박혀 있다보니 다운타운 시애틀까지의 거리가 좀 멀게 느껴져서 MS 사람들도 우리 동네에 많이 산다.

KakaoTalk_Photo_2015-11-13-10-10-37_79 KakaoTalk_Photo_2015-11-13-10-10-34_81

 

우리 동네는 말 농장이 이렇게 종종 있다. 여기 시골 아님.. 도시다.. ㅋㅋㅋ 시골인듯 도시같은 도시인듯 시골 같은 동네..

 

KakaoTalk_Photo_2015-11-13-10-10-32_92

 

KakaoTalk_Photo_2015-11-13-10-10-36_53
축축하고 약간은 음산한 시애틀의 전형적인 우기 풍경이다.

 

KakaoTalk_Photo_2015-11-13-10-10-39_10

KakaoTalk_Photo_2015-11-13-10-10-45_37

집앞 풍경, 길, 나무… 난 정말 커클랜드 주택가 풍경이 너무나 맘에 든다..

 

 

KakaoTalk_Photo_2015-11-13-10-10-47_7 KakaoTalk_Photo_2015-11-13-10-10-48_24
요즘은 주로 넬, 윤건, 나얼, 온유 노래에 우현이 노래를 섞어 들으며 홀로 한시간씩 드라이브를 한다.

나만의 아침.. 나만의 오전.

 

 

 

Comments on this post

  1. 엠제이 said on 2015-11-14 at 오전 5:07

    음악과 함께하는 언니만의 드라이브 시간 너무 좋을 거 같아요. 시애틀과 잔잔한 음악 그리고 따뜻한 커피/차와 함께 하는 오전은 정말 그림 같아요 🙂

  2. 엠제이 said on 2015-11-14 at 오전 5:08

    저기 집들도 좋지만 언니 집도 궁궐이라는 것ㅎㅎㅎ 제 친구도 감탄했잖아요 😀

  3. wisepaper said on 2015-11-14 at 오전 5:39

    사실 이렇게 글로 써놓으니까 우아해보이지, 실상은 혼자만의 드라이브 조금 하고 차 한 잔 마시면 벌써 은율이 데리러 갈 시간이라는 거..ㅠ.ㅠ
    넌 언제든지 왔다 갈 집이라 생각하고 드나들어. 비밀번호도 알면서….ㅎㅎ

  4. 심은하 said on 2015-11-14 at 오후 11:44

    인테리어 증말 웅장하다. 나같은 청소젬벵이 살려면 청소도우미 두명 이상 필요할듯. 난 왜 저런집 보면 청소를 먼저 생각할까..ㅋㅋ
    아..나 요며칠 디게 우울하다. 가라앉음. 다 귀찮고..그러던 중 박군의 신보를 다는 안듣고 반만 대충 들었는데 완전 소외감 느낀다.

    • wisepaper said on 2015-11-15 at 오전 12:24

      언니가 되게 깔끔한 거 아니에요? 우리집도 저 정도 평수지만 전 청소 땜에 힘든 거 없어요 ㅎㅎㅎ왜냐 저는 일주일에 한번만 청소하니까!!! 저는 애들 방 빼고 거실 같은 건 뭐 어질러지지 않게 뭘 꺼내면 곧바로 제자리에 수납하는 습관만 철저하고.. 실제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하는 건 일주일에 한 번 주말에만 해요.ornus도 같이 하고. (저 너무 더럽나요?? ㅠ.ㅠ.ㅠ.ㅠ) 전 어질러지지만 않으면 되는 스타일이라…

      언니 박군 신보 반만 듣고 왜 소외감 느끼세요?? 왜요????? 노래가 너무 신나요? 아님 박군이 너무 잘해요?? 박군이 너무 안외로워 보이나요??

    • 엽곰 said on 2015-11-16 at 오후 8:48

      나도 청소부터 생각남. 난 저런 집이면 평생 청소만 할 듯, 하루에 두 공간 씩 해도 일주일로는 모자라잖아. ㅜㅜ

      • wisepaper said on 2015-11-17 at 오전 1:29

        그건 니가 너무 깔끔해서 그런 거고.. 난 일주일에 한 번 청소기로 쓱 들리기만 하고 잘만 살아가고 있다! 난 더 큰 집도 감당 가능해~~~

  5. 심은하 said on 2015-11-14 at 오후 11:48

    아글고 우현닷컴이 잘돌아간다니, 나 걍 배신하고 우현이팬 될까? ㅋㅋㅋ 너무 외롭고, 따스한 커뮤니티가 필요해.

    • wisepaper said on 2015-11-15 at 오전 12:27

      그러세요 언니. 여긴 진짜 일상글도 올리고 음식 해먹은 사진도 올리고 서로 생일축하도 하고.. 나중엔 우현이 없어도 잘 돌아갈듯. 언니도 여기 따스한 커뮤니티로 오세용. 언니도 동생으로서 우현이한테 정은 있잖아요. 꼭 남친으로 좋아해야만 팬인가요.. 정 든 팬으로 충분하니까 오세용. 팬들이 소소하게 제주도 여행 간 사진도 올리고 그래요. 다들 착해서 리플도 착하게 잘 달아주고..

  6. 심은하 said on 2015-11-15 at 오전 12:52

    나도 일주일에 한번만 해. 디게 드러운편. 난 정리는 더 못함. 그러니까 넓은집 보면 더더욱 청소의 난감함을 먼저 떠올려. ㅋㅋ
    글구 소외감이란..걍 난 우울해서 신보를 들으며 오르가즘을 느낄수가 없는데(19금표현 미안하지만 이게 진짜 내가 성욕 느낀다는 얘기가 아니고 비유적 표현임ㅋㅋ), 근데 재범이 목소리가 넘 섹시하니까 소외감이 느껴진다는 얘기. ㅋ

    • wisepaper said on 2015-11-15 at 오전 1:04

      흑 언니가 요즘 복잡하네요.. 우울해서 못 느끼는 오르가즘이라도 박군 목소리가 열일해주면 다시 되찾아주지 않을까요? 박군아 열일해라. 언니 맘을 더 열고 맡겨봐요. 전 현이가 솔로앨범 내면 언니가 말하는 그 오선생님(네 저도 비유일 뿐입니다. 현아 식겁하지 마라) 덕분에 몇 달은 미쳐있을텐데. 대체 언제 솔로가 나오는건지. 박군 목소리 잔뜩 듣고 있는 언니가 부럽네요. 전 현이 목소리 4분 노래 속에 몇 초 정도쟈나요..ㅠ.ㅠ 죽겠어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