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가 못 받아주는 분노..

영국 사는 친구 곰순이가 페북에 내이름을 태그 걸어 한 말.

“세상이 망조가 들었나부다”

“요근래 wisepaper와 격렬한 의견 나눔을 하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되나?”

………….

안그래도 힘든 세상 분위기인데 바로 옆나라에서 믿지 못할 잔혹한 일도 벌어졌으니 이 친구가 더 괴로울듯.

세상일에 분노하다가 그 분노 감당도 못하는 비루한 신체 덕분에 위가 쓰리는 고통도 찾아오고(이 고통엔 늦바람, 늦사랑도 큰 몫 하긴 했지만) 두 달치 약 받아다 먹는 주제라.. 계속 더 분노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친구의 저 심정이 바로 요즘 내 심정이다.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여러 가지 세상사만 생각하면 정말 실제로 명치가 아프더니 며칠 전 새벽에 앉아 있질 못할 정도의 위쓰림을 겪고 난 후 내 생각은, 세상사에 열정을 갖는 일도 몸이 받아주는 사람만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 사랑도 분노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고요하게만 살길 원하는 게 내 육체란 말인가. 내 정신은 아직도 분노에 사랑에 날뛰는데 신체가 받아들이질 못하겠다니. 몸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속쓰림 때문에 주치의 만나러 간 김에 PMS가 점점 더 심해지는데다가 한 달에 20일은 그 영향 아래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기 10일 전부터 두통에 심리적 변화에.. 끝나고 나면 또 열흘간 호르몬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 때문에 죽겠다. 전엔 이렇게까지 심하지 않았는데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더 심하다. 한 달에 20일은 이 호르몬으로 인한 불쾌감에 시달리며 사는 셈이다. 주치의 선생님이 얘길 듣더니 자궁에 혹이나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렇게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정밀하게 초음파 받아보자고 종합병원에 예약 잡자고 한다. 난 싫다. 싫은데.. 초음파고 뭐고 이쪽 검사 하는 거 싫다. 임신했을 때도 겨우겨우 다녔는데. 언젠가 하긴 해야 한다. 한 달에 20일을 호르몬의 노예로 살 순 없어. 전엔 안 그랬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한 이유가 뭘까. 내 인생 개인사만 보자면 지금 힘든 일도 없고 바깥일도 안 해도 되고 가장 평화롭고 여유 있는 시기인데 PMS는 왜 더 심해지는 걸까.

………

 

국정화 반대 평화시위하러 간 할아버지에게 물대포 뿌려서 위독하게 만들었다는 소식 보고 나니까 또 명치가 쓰려온다. 이러다 또 위 뒤틀리면 어쩌려고. 눈 막고 귀 막고 살면 안 아플텐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이 잔혹한 놈들아!!!!!! 이 악마같은 놈들아!!!! 내 고향 내 나라라고. 내 형제, 내 부모, 내 친구가 사는 내 나라한테 왜이래…ㅠ.ㅠ 이럴 순 없어 정말. 간신히 탈출했는데도 이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니….ㅠ.ㅠ 위가 너무 아파서 요즘은 뉴스도 실눈 뜨고 대충밖에 못 본다. 정말 속이 아파와서…

 

 

Comments on this post

  1. 엠제이 said on 2015-11-16 at 오후 3:30

    저도 이번 주말은 현실을 외면하며 보냈어요ㅠ 물론 한국이거나 프랑스 안에 있더라도 외면할 수도 있었겠지만, 주말을 평화로이 즐기는 사람들을 (저 포함ㅠ) 보며 마음이 착잡하더라고요… 도대체 제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싶어서ㅠ 그래도 언니 주말에 형부랑 함께라 조금 나으셨길 바랄게요ㅠㅠ 몸 아픈 거 말고도 호르몬까지 괴롭히지만 언니의 보석같은 가족들로 마음이라도 덜 아프시면 좋겠어요…

    • wisepaper said on 2015-11-16 at 오후 4:19

      고마워 고마워…. 내 몸 걱정해주는 동생이 이 나라에도 있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2. 엽곰 said on 2015-11-16 at 오후 8:24

    내가 당사자이지만, 이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할 말도 하지 않을 말도, 암튼 너무 복잡하고 분노스러운 심정이라서 일단 패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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