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율이 칭찬. 립서비스가 섞였겠지만 기분은 좋네;;

프랑스식 프리스쿨 들어간 지 한 달 가량 된 은율이. 적응도 잘하고 은율이 본인도 프리스쿨이 참 재밌다는 얘기를 항상 한다. “은율아 프리스쿨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어?” 하고 물어보면 “숙제하는 그런 거.. 그게 젤 재밌어” – 은율이가 말하는 ‘숙제’란 진짜 숙제가 아니고 책이나 공책에 무언가를 쓰고 배우는 거를 다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루에 두 번 선생님을 마주치는데, 선생님이 항상 “은율이가 굉장히 적응을 잘 해요. 학습능력이 뛰어납니다” 하고 말하는데, 이 정도 의 칭찬은 뭐 무난한 립서비스로 누구에게나 하는 말일 테니까 “네.. 그렇네요 다행이에요” 정도로 대답하고 넘어간다. 근데 심각하게 몇 번을 더 날 붙잡고 “은율이는 배우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개념 하나를 가르치면 그와 연결된 다른 개념까지 열의를 가지고 알아내려고 하는 태도가 있어요. 집중력도 뛰어나요”라는 식으로 말씀하신다. 뭐 이런 말 들으면 기분이 나쁘진 않으니까 그냥 뿌듯하게 생각했다;; 실제 은율인 집에서도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물고, 어떤 개념 하나도 그냥 넘어가질 않고 나에게 끈질기게 묻는 스타일이다. 예를 들면 밥 먹다가도 “엄마. 왜 쌀은 하얀색인데 이 콩은 연두색이야? 뭣 때문에 연두색으로 보이는 거야?” “엄마 양파는 익히면 왜 맛이 달아져? 안 구웠을 때는 왜 매운거야?” “엄마. 물이 뜨거웠다가 왜 차가운 물이 돼. 왜 차갑게 변하는 거야?” “엄마 0은 하나도 없는 거야? 0이 있는 거 아냐? 왜 하나도 없다는 거지?”

끝이 없다. 나 또한 최대한 답변해주고 같이 고민해준다. 난 애들 질문을 무시해본 적이 거의 없다. 이건 정말 나 스스로도 인정. 하하하
아무튼 ornus가 출장 가지 않을 때는 ornus가 은율일 데려다 주는 날도 종종 있는데 선생님이 오늘은 ornus에게 은율이를 월반을 시키면 좋겠다며, 1년 정도는 지금 당겨서 수업해도 되겠다고 하셨단다;;; 아니 무슨.. 학교도 아니고 유치원에 월반이야? 이게 무슨 오버야?? 그냥 웃고 말았다. 하지만 기분은…나쁘지않다.. 하하. 물론 우린 유치원에서 월반이란 말을 들었다는 게 너무 웃기고;;; 애가 무슨 천재 수준이 아닌 이상 선행학습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자기 나이에 맞는 과정을 천천히 배우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기에. 천재들은? 그것도 괴로울테니 그 애 속도에 맞춰줘야 한다. 근데 내 생각에 은율이 천재는 아님;;;; ㅋㅋ

 

아니 근데 프랑스어 하나도 못 알아듣는 애가 무슨 학습능력이 얼마나 있을 것이며 무엇으로 은율이의 이해도를 측정한다는 것일까. 애가 프랑스어나 영어로 표현도 못하는 상황인데.. 말도 못 하는 애가.. 뭘 어떻게 이해도를 표현한다는 걸까.. 미스테리네;;;; 다음번엔 심각하게 자세히 여쭤봐야 겠다-.-

 

ornus와 내가 평소에 은율이에 대해 하는 생각은, 애가 특별히 지능이 뛰어나거나 인지력이 월등한 건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욕구, 탐구정신, 지적 호기심, 집중력과 끈기가 남다른 건 분명하다는 거다. 지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이런 태도를 타고난 것도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은율이 같은 아이한테는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탐구하는 시간을 많이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집에서도 은율이는 방에 두면 혼자서 계속 무언가를 보면서 생각하고 조용히 있는 시간이 많아서 나도 그냥 내버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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