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여자와 남자의 매력

한국을 떠난 지 8개월 만에 한국영화를 봤다. 그저께는 <베테랑>을 보고 어제는 전도연, 김남길 주연의 <무뢰한>. 애들 재우고 벽난로 앞에서 이불 덮어쓰고 앉아서 둘이 영화 볼 때가 진짜.. 세상 천지에서 가장 평화롭고 달디단 시간이 아닐까 싶다.

영화 무뢰한.. 제대로 어른들의 영화다. 어른들의 고단함, 어른들의 사랑. 아주 잘 만들었다고도, 훌륭한 영화라고도, 참신한 영화라고도 할 수 없겠지만 나는 너무나 좋았다. 그 처연하고 끈적한 분위기, 그 축축한 공기, 거기서만 흐르는 것 같은 그들만의 시간. 서울의 빽빽한 다세대주택들, 녹물 나오는 아파트, 골목. 갈 데까지 다 간 사람들의 피폐하고 음란하고 거지같지만 자기들 나름의 고상함을 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몸짓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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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류계 여자로 갈 데까지 다 간 여자지만 자기 나름의 고상함을 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김혜경(전도연 역할)의 몸부림을 나는 ‘옷’에서 봤다. 새빨간 컬러의 펜슬 스커트의 왼쪽엔 허벅지 깊숙이 슬릿이 나 있지만 세련된 남색 상의와 함께 입으니 야함과 우아함이 같이 공존한다. 물빠진 알록달록한 색의 꽃무늬 원피스, 선녀 같은 한복, 새빨간 원피스, 초록색 블라우스… 모든 게  김혜경이라는 여자 그 자체로 보였다. 외설스럽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아하기만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결코 얌전하지도 않은 이 의상들이 김혜경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 너무 이뻤다. 나도 하나같이 다 입고 싶은 옷들이었다.

 

새빨간 원피스를 입고 새빨간 립스틱으로 무장한 채 우스꽝스럽게 커다란 도자기를 들고 따라나선 정재곤(김남길 역할)을 뒤로 하고 여러 차례 외상값이 밀린 사장들에게 돈을 받으러 돌아다닐 때의 김혜경(사진 참고;;)이 풍기는 저 섹시함+고단함+피폐함+무너지는 자존심을 추스르려는 앙칼짐+슬픔.. 이 모든 걸 전도연 아니면 누가 연기했을지. 세상 남자들 중 유일하게 박준길만 자신의 약점으로 가지고 있던 여자가 드디어 정재곤에게 마음과 몸을 연 다음날 아침, 햇빛 받으며 누추한 부엌에서 잡채를 무칠 때의 그 들뜸. 갈데까지 다 간 여자도 들뜨고 설레는 순간이 있다니. 들뜬 목소리로 잡채를 무치다가 정재곤에게 한가닥 먹여줄 때 나는 정말 꺼이꺼이 울 뻔했다. 김혜경도 정재곤도 그냥 같이 살면 안 되나? 왜 사람들은 이렇게 복잡해져야 하고 이렇게까지 인생을 꼬아야 하나.

 

난 여기서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안그래도 꼬인 김혜경의 인생을 꼬는 애인으로 나온 박성웅(김혜경 애인 박준길)과 전도연의 케미스트리가 너무 좋았다. 정말 어른들의 연애, 어른들의 케미, 어른들의 섹스, 어른들의 몸짓 그 자체. 애들은 가라 어른들이 여깄다 하는 느낌. 그러나 실은 이들의 삶은, 어른 되기에 실패했다.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세계에서 발이 꼬이더라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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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웅 같은 느낌의 남자는 여태 내가 사랑에 빠져 본 남자들(오군이나 우현이)과 거리가 먼 건장함??을 갖고 있는데, 사실 난 이런 남자도 너무 좋다.. @.@ 어른 남자 같은 배우중엔 박성웅이 참 매력적인 거 같다.

 

영화를 보면서 중간 중간 잠깐 멈추고 간식 가지러 갈 때 ornus에게 “자긴 애같은 여자보다 저런 여자한테 끌리지?” 했더니 물론이란다.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하고 풋풋한 어린 여자들에게서는 뭘 느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김혜경처럼 온갖 풍파를 다 지나온 여자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보단 매력있다고. 다 알 거 같고 잘 싸울 수 있을 거 같고 자기 세계가 뚜렷한 여자, 카리스마 있는 여자..한테 끌린다는 오군은 ㅋㅋ 연예인으로 말하자면 전도연, 김혜수, 김희애, 이미연, 안젤리나 졸리 같은 배우들을 좋아한다. 더 윗 연배 중에서는 이미숙 같은 배우도. 자기가 만약 싱글이고 이미숙 같은 연상의 여성이 자기 좋다 하면 무조건 사귄다고. 젤 관심 없어 하는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들은 풋풋한 걸그룹들, 혀 짧은 소리내는 수지 같은 애들, 맹한 웃음을 무기로 갖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20대 여배우들.. 하여간 혀짧은 소리 내는 어린 여자들은 아주 질색하며 여자로 안 느껴진단다.

나는 그렇게 마냥 이쁜 어린 여자애들도 같은 여자로서 너무나 싱싱한 기운들 때문에 좋더만… ornus는 세상사 알 거 다 알고 자기를 요리조리 주무를 수 있는 여자가 매력적이라니;;; 그래 니 팔자다. 그래 니 인생이야. 그래서 니가 나한테 이렇게 당하고(??) 사는 거쟈나…ㅠ.ㅠ 내가 비록 혜수 언니나 안젤리나 졸리 언니 같은 미모는 없지만 ㅋㅋ 요리조리 주무르는 거는 잘 하는 것 같쟈나. 언젠가 시어머니께서 내게 이러셨다. “너는 걔를 니 맘대로 주무르고 살고 있잖아!” 어머니.. 어머니 아들이 이런 걸 원합니다요ㅠㅠ 어머니도 우리 삶을 오래도록 보시더니 요즘은 잘 살아주니 고맙다 하신다;;

근데 ornus는 아는 거다. 그 강하고 세 보이는 여자들도 새로운 사랑에 들떠 잡채를 무치며 말갛게 웃는 김혜경처럼 자신 앞에서 무장해제 될 수 있는 여자들이라는 걸… 그런 거 아닐까.

난.. 이 영화에서 박준길 같은 남자에게 그 피폐한 삶의 모든 걸 거는 김혜경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아는 여자인 거 같다. 나 같아도 그럴테니까. 내가 빠진 남자에겐 아무것도 재지 않고 아무것도 빼지 않고 다 던지고 만다. 근데 그렇다고 그것이 헌신은 아니다. 나와 같이 사는 오군도 내가 헌신적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느끼지 않을 거다. ㅎㅎ 헌신이 아니라 나만의 이기심인가. 내 남자들에게는 뭐든지 다 주고 싶어. 다.. 전부 다..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5-11-24 at 오전 9:47

    나도 전도연 좋아하는 편인데..
    그 누구도 심은하의 독보적인 포지션을 대신할 순 없지만(청순+카리스마의 공존..내가 그렇듯이), 전도연 이미연 이미숙 김혜수..다 좋아. 이런 여배우들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아~
    아 참 박군도 김혜수 좋다고 했었지. 난 박군이 나중에 카리스마 있는 연상이랑 결혼했으면 좋겠어(40대 이후에 결혼하는건 상처 없이 받아들일수 있을듯ㅋ)
    암튼 나도 무뢰한 보고싶어지네. 요새 내남편은 잠을 너무 일찍자..ㅠㅠ

    • 엽곰 said on 2015-12-16 at 오후 11:05

      ㅇㅇ. 지누도 전도연 완전팬이지… 심은하는 나는 솔직히 잘 몰겠어, 이쁜지, 어떤지도 몰겠고, (안 이쁘다는 게 아니라, 다들 이쁘다이쁘다 그러는데, 정말 나는 모르겠어) 연기도 어떤지 잘 몰겠고. 난 전도연이 좋긴 한데, 좀 얄밉기도 하지. 관리를 넘 잘해….

  2. wisepaper said on 2015-11-24 at 오후 2:42

    네.. 그럼요 그럼요 심은하가 어떤 심은한데.. ㅋㅋ
    40대 이후에 결혼해야 하는 박군 ㅋㅋㅋ 대부분 이런 스타들이 보면 30대 중후반은 넘어서 하는 거 같으니까 박군도 대세를 따르면 그렇게 될 거에용 ㅋㅋ 근데 40대 이후에 결혼하면 분명 20대 여자랑 할 가능성이 클듯요ㅋㅋㅋ 10살 이상 어린……넘 슬프당

    무뢰한. 시종일관 좀 우울하고 쳐지는데, 전 그 분위기가 좋았어요. 어두운 영화에요. 근데 정말 어른들의 색기 같은 게 흐르는 영화라고나 할까. 전 좋았어요.

    • 심은하 said on 2015-11-24 at 오후 5:06

      난 예전엔 우울하고 심심한 영화 좋아했다가 요샌 나이드니 유치하거나 웃긴거만 찾게되지만, 저런 분위기는 여전히 보고싶네. 다세대주택 빽빽한 골목들 분위기..

      뭐 결혼해서 속섞이지만 말고 잘 살았으면..좀 걱정되는 부분은 시집살이 좀 시킬거같고 박군 주변에 빈대들(박군아 이런표현 죄송..니 친구들 다 훌륭하지만 평범한 여자들은 결혼하면 니친구들 안반길듯ㅋ)이 많은게 살짝 걱정. 그래서 카리스마 있는 연상 사업가 만났으면 해. 그러면 돈에 대한 마인드도 비슷하고 박군이 꼬리 내리며 시집살이도 못시키지 않을까해서 ㅋㅋ 나 박군의 인생걱정까지..ㅋㅋㅋ

  3. 심은하 said on 2015-11-24 at 오후 5:10

    미안하지만 또하나 리플달자면 나 자꾸 성규가 떠올라ㅠㅠ 그리고 호야는 금영이 남편이랑 닮은듯. 엽곰이 남편을 한번도 못봤지만 사진상으로만.

    • 엽곰 said on 2015-12-16 at 오후 11:06

      글고보니 호야가 지누랑 좀 비슷한 것 같애, 오….. 은하 눈빛 예리한데…!

  4. wisepaper said on 2015-11-24 at 오후 5:30

    성규…ㅠ.ㅠ 언니.. 자꾸 떠오른다는 게 첫번째 증상이지요. 그에게 마음을 뺏기기 시작했다는 증상. ㅎㅎㅎ 뭐 팬까진 아니더라도 자꾸 끌리는 뭔가가 있다는 거지요. 뭐 좋지요. 다다익선. 깊은 팬은 박군한테 하더라도 가볍게 또는 색다르게 골라서 즐길 애들도 있으면 좋지요 ㅋㅋ 성규. 제가 봐도 매력 있어요. 무대 위에서 되게 섹시하거나 센스 있어 보일 때도 많구요. 예능에서 말할 때 정말 은근히 센스가 있어요. 제가 생각나는대로 성규 무대 골라서 함 올려봐야 겠다. (성규 올리려면 우현이도 옆에 있으니까 전 좋음 ㅋㅋ) 인피니트로서 섰던 무대들 중에서도 괜찮은 것들 있고 성규는 솔로앨범이 나왔으니까 솔로 부를 때도 괜찮은 무대들 꽤 있어요. 저는 “너여야만해” 이노래 정말 좋아해요. 지금도 자주 듣고. 성규 목소리가 고음으로 가면 날카롭게 째져서 좀 불편한데 중저음이 되게 모던하고 섹시해요. 우현이 중저음은 깊고 편안하고 클래식한 느낌이 드는데 성규 중저음은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 “너여야만해” 이 노래가 고음보다 중저음 많이 쓰여서 좋은듯. 그리고 전 얼굴도 눈만 작지(작은 눈이 매력일 수도 있고) 얼굴 선도 곱고 코도 오똑하고 전체 비율도 좋아서 성규 외모도 매력있다고 생각해요. 그냥 내 취향이 아닐 뿐이지.. 성규 못생겼다고 하는 사람들은 눈에만 집중해서 그런듯. 입도 이쁘고 코도 이쁜데. ㅋㅋ

    성규가 학교 때 꽤 공부도 하고 모범생이었던 듯한데(잘 노는 모범생) 가수가 되고 싶어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고깃집에서 불판 갈아주는 알바하면서 고시원에서 지냈대요. 그런 시간들이 계속되자 친구들도 초조해하고 니가 진짜 가수가 될까 반신반의했다는데.. 알바하면서 여러 회사 오디션 다 떨어지고 그럴 무렵 알바하던 데서 넬 매니저(울림 매니저)를 만났대요. 그래서 오디션 보러 갔다가 합격. 원래 울림에서 젊은 남자가수로 새로운 그룹을 만들려고 우현이를 제일 먼저 발탁해서 우현이가 메인보컬로 확정돼 있었는데, 성규가 와서 같이 연습하면서 보컬선생님들이 둘을 계속 경쟁시키고 다시 오디션 보고 그랬대요. 메인보컬을 누구로 할 건지. 결국 끝내 한 명으로 정하지 못하고, 목소리가 굉장히 다르니까 둘다 메인보컬로 서서 다른 매력을 보여주자가 결론. 우현이랑 성규랑 둘다 실력있고 자존심 강하고 성격도 달라서 처음엔 크게 싸운 일도 있었대요. 그때 성규가 “다시는 우현이 보기 싫다. 같은 팀만 아니면 영원히 안 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틀어졌대요. 그 이후 아무래도 나이어린 우현이가 굽히고 들어왔을 거고 성규도 그랬을텐데.. 그 이후로 깊이 친해져서 인피니트 하면서는 둘이 음악적으로든 책임감으로든 깊은 사이가 됐어요.ㅋㅋ

    이번에 정형돈이 아파서 활동 잠정 중단했잖아요. ‘주간아이돌’이라고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굉장히 재밌고 중요한 프로인데 여기 엠씨가 정형돈이었는데 대체 엠씨를 못 구해서 성규가 한대요. 성규가 지니어스에서도 되게 잘했거든요. 예능에서 센스가 있어요!

    성규 얘기 나오니까 제가 또 말이 길어지네요. ㅋㅋ 원래 덕후는 기본적으로 ‘설명충’이랍니다 ㅋㅋ 누가 물어보면 미친듯이 설명하는 거 ㅋㅋ 나 말리지 마세요. 성규 소개하려면 당연히 우현이 얘기가 나와야 하니까 설명충인 이 덕후는 그저 신났어요 ㅋㅋㅋ 앞으로 성규 동영상 많이 올릴지도 몰라요 ㅎㅎ

    • 엽곰 said on 2015-12-16 at 오후 11:07

      그래도 성규가 형도니의 그 어마어마한 풍미를 어찌 감당할지… 나는 재작년에 어린 사촌들 영국 왔을 때 어찌나 주간 아이돌을 틀어대던지…. 정말… 덕분에 인피니트는 꽤 안다는…. 암튼 결론은 난 박성웅 좋아.

      • wisepaper said on 2015-12-16 at 오후 11:48

        왤케 웃기냐.. 니가 주간아이돌을 강제시청했다는 것과 인피니트를 꽤 안다는 것이….. 주간아이돌+인피니트 조합은 진리거든. ㅋㅋ 딱히 인피니트 팬 아닌 다른 아이돌팬들도 인피니트가 주간아이돌 나온 거는 꼭 본대 ㅋㅋ

        • 엽곰 said on 2015-12-17 at 오전 1:19

          어린 것들 때문에, 지누와 아이들은 그 달 내내 으르렁 거리고, 우리는 어린 것들의 누가누가 춤 더 잘 추나 쇼를 일지쓰듯 저녁 마다 확인을 해야했지…. 요즘 것들이나 옛날 것이나…. ㅉㅉ….

          • 심은하 said on 2015-12-17 at 오전 2:55

            호야가 지누씨 닮았으니 너도 입덕해라. 성규도 김대교랑 닮은데가 있거든. 우현이는 오군 닮았고

  5. wisepaper said on 2015-12-17 at 오전 4:37

    언니의 영업포인트 ㅋㅋㅋ 빵빵 터져요 ㅋㅋㅋ 다 닮았으니까 입덕하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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