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속상

이번에 서울에서 열린 ‘그’ 채용 이벤트 인터뷰가 끝났다. 전화 인터뷰 몇 차례와 종일 계속되는 온사이트 인터뷰까지. ornus한테 도착한 이력서가 50통이 넘고. 그 중 자격이 된다 여겨지는 사람들만 레퍼럴해서 인터뷰 단계를 밟았는데.. 그 중 최종합격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다.ㅠ.ㅠ

 

ornus도 자신이 레퍼럴해준 사람들 중간중간 인터뷰 팁도 주고 하느라 이메일을 여러번 주고받았는데 그 여러 명 중 ornus가 보기에 합격할 만한 사람은 겨우 한 명 정도 보인다고 했었다. 이 분이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미국 취업 준비하느라 고생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돼 있고, 몇 년 전 ornus의 모습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정말 기대했었다. 미국에 있는 회사에 h1b 받으려고 수년간 고생했던 모습이 ornus의 모습과도 너무 비슷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됐었단 말이다. 다 떨어져도 이 분만큼은 꼭 오퍼받기를. 정말 내맘까지 간절했는데. 이분마저 안 됐다는 소식 듣고 나니까, 안타깝다. ornus도 속상해한다. 우리 기분이 이런데 당사자는 어떨까.

최종 인터뷰까지 기술인터뷰도 인성인터뷰도 ornus 보기에 많이 준비된 분이었다는데. 자신이 안 된 이유가 궁금하다고 혹시 알 수 있냐고 ornus한테 문의해오는데, 이건 회사 컨피덴셜이라 면접에 참여한 인터뷰어 말고는 아무도 모른단다. 말할 수도 없고. ornus도 팀원들 채용하느라 인터뷰어로서 인터뷰에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인터뷰어 입장에서 어떤 걸 원하는지는 아는데.. ornus네 회사의 특이한 문화가 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료들과 팀원, 매니저 외에 Bar raiser란 사람이 인터뷰에 참여하는데, 이 사람은 채용될 부서와 아무 상관 없는 타부서 사람으로서 현재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실력보다 떨어지는 사람을 채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참여하는 까다로운 인터뷰어라고. 그래서 유독 까다롭고 예민한 질문들을 던지는데, 이 사람 때문에 안 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어찌됐든 내가 이 분한테서 수년 전 ornus가 고생했던 모습들을 봤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많이 돼서 속상하다. 허탈하고. 내가 준비한 것도 아닌데 이런 기분이니 당사자도 그렇겠지. 기술 인터뷰는 시험 준비하듯 오랫동안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했던 세월들이 있어서 많이 허탈할 거다. 미국 기업이 직접 서울까지 가서 채용이벤트를 하는 경우는 정말 너무나 특이한 기회이기 때문에 이 기회 못 잡으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움질일 방법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미국 유학 후 현지에서 OPT기간에 취업하고 h1b 받는 방법 말고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동할 기회가 거의 없다. ornus도 희소한 루트를 뚫은 거고. 미국 취업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야 별일 아니지만, 미국취업을 원하는 사람한테 이런 채용이벤트는 아주 특수한 기회인 거.

 

우리의 수년전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우린.. 정말.. 희망이 없었다. 가진 재산도 없고 버는 돈도 한정적이고. 돈을 벌어도 벌어도 올라가는 서울 전셋값 대출금 갚는 쳇바퀴. 한국에 계속 있었으면 지금과 같은 여유, 집.. 꿈도 못 꿨을 거다. 무엇보다 야근, 회식, 상명하복 문화, 자기 스스로 자기 일을 조절할 수 없는 하달식 기업문화. 지금은 회사다니며 괴로워하지 않는 ornus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데, 넓은 집, 깨끗한 공기..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학교와 유치원 다니는 걸 이토록 즐거워하니 더 바랄 게 없다. 나의 경우는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책 읽고 인터넷 하고 내 문화생활 누리며 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큰 차이 못 느끼고.. 근데 가끔은 서글퍼질 때가 있다. 우리가 나고 자란 조국을 떠나와서 더 행복하다는 것이 그냥 서글퍼질 때가 있다. 왜 우리가 나고 자란 땅에서 이렇게 살 수는 없는 건지.. 씁쓸해지는 거다.

Comments on this post

  1. 엠제이 said on 2015-12-08 at 오전 8:55

    저도 그런 생각 많이 해요 왜 한국에서는 미국같은 삶을 살 수가 없는 건지… 꿈이 있고 능력이 있어도 한국에선 이룰 수 없는 게 너무 많아요ㅠ 그 많은 인재들을 가지고 왜 선진국이 될 수 없는 건지, 왜 이렇게 불평등은 많으며,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마저 제대로 뽑지 못 하는 건지… 반면에 미국에서 미국인이라면 너무나도 쉽게 이룰 수 있는게 많고요. (그래서 안주하는 미국사람들을 주변에서 볼 때에는 화가 날 때도 있어요. 이렇게 많은 걸 누리는 걸 당연시 여기면서 더 노력하지 않거나, 힘들고 배고픈 나라의 사람들을 돕지 않으려고 할 때에요.) 한국에서 여기까지 스카웃 받아 오신 형부랑 언니 정말 정말 대단하시고, 또 지금껏 걸어온 길을 잊지 않고 뒤돌아보며 남을 도와주시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더 멋지세요. 마음이 많이 가셨다는 한 분 생각하면 저도 가슴이 아프지만 그 분도 좋은 경험하셨으니 지금껏 준비하셨던 것들이 나중에 다 보상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저도 그 입장이 되면 속상함이 더 클테지만, 언니께서 감정을 이입하실 정도라면 그 분도 정말 대단한 분이시니 언젠가는 원하는 길 꼭 가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이야기지만, 이 채용 이벤트를 통해 제가 언니를 알게 되기도 한 거니, 결국엔 아마존한테 저도 많이 고마워해야 하는 거 같아요 🙂 항상 언니랑 형부, 그리고 노력하는 한국 분들 많이 응원하며 저도 노력할래요.

  2. wisepaper said on 2015-12-08 at 오전 9:32

    대통령 문제는 미국도 도널드 설쳐대는 거 보면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그래도 박그네가 더 싫으네…ㅠ.ㅠ

    그렇네. 그 채용 이벤트 덕에 널 만났으니, 쉽게 만들 수 없는 ‘인연’을 만들어준 거 하나만으로도 되게 가치 있는 이벤트였네.. ㅎㅎㅎ 아마존은 자기네가 그런일을 했는줄 꿈에도 모르겠지만..ㅋㅋ 인연 하나 만드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사람 한 명과 연결되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이벤트 기특하네 진짜. ㅎㅎ 생각해보니 그래 ㅋㅋㅋ

  3. 엽곰 said on 2015-12-16 at 오후 11:33

    글게…. 다들 헬조선 떠나려고 무지 애쓰는데, 다른 데서도 좀처럼 받아주질 않네. 지네들도 살기 빡빡하니까 그렇겠지… 나 역시 다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네.

    • wisepaper said on 2015-12-16 at 오후 11:50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야.. 왤케 바쁜 거야. 오늘 암헌네 가족도 놀러오는데 같이 있을 때 보이스톡이나 페이스톡이라도 해서 다같이 통화한번 해야 겠네 ㅎㅎ

      • 엽곰 said on 2015-12-17 at 오전 1:23

        내가 의외로 바쁘다. 마켓에서 책 만든 거 판다고 막판 스퍼트 내느라 바빴다가, 요즘은 또 감기 몸살 지대로 걸려서 아주 죽겠다.. 나는 감기의 끝이 항상 천식이라서,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지누도 나도 증말 죽겠다…. 어제는 또 작품 팔린 거 액자까지 해서 갤러리 갖다 준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설치고 다녔더니 몸이 예전같지 않구나… 지누는 곧 미쿡 갈 거 예약 다 하고. 오, 좋지! 통화 한 번 하자!!! 좋지!!! 페타해!

        • 심은하 said on 2015-12-17 at 오전 10:28

          감기의 끝이 천식이라니 금영한테 궁금한게 있다. 너 이건 꼭 답해줘야해.
          내딸 유라가 두달전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했을때 알러지 체질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그뒤로 심하진 않지만 계속 조금씩 기침을 했었거든. 어떤날은 아예 안하기도 하고 어떤날은 조금씩 하고..암튼 심하진 않았어. 근데 유전적으로 비염끼가 살짝 있는듯하고 지금 천식은 아니지만 천식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어.
          내가 너한테 궁금한건..감기 끝에 천식이라니, 천식증상이 그리 있다가 나중에 없어져?? 그러다가 감기때만 생기는거야??디게 궁금하니 꼭 답해죠.

          • 엽곰 said on 2015-12-17 at 오후 10:35

            그것이 일단 나도 아주 어렸을 때 부터 기관지가 약하게 태어났고, 폐렴으로 입원도 하고, 그렇다고 뭐 아주 약하진 않았는데, 겨울에 남들 보다 기침 감기를 더 자주 심하게 걸리는 정도였어. 특히나 한 번 걸리면 오래 가더라고. 그러다 20대 초중반에 천식에 처음 걸렸는데, 그 때도 천식인 줄 모르고 그냥 또 기침 감기가 심하게 오래 가는구나 했는데, 어느날부터 정말 숨을 못 쉴 정도로 기침만 하루 종일 하고 잠도 못 자고 그래서 병원 갔더니 천식이라더라구. 근데 천식 처음 진단 받을 때 의사가 그러길 첫 발병에 정말 잘 완벽히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간다고 하더라고. 근데 뭐 약도 걍 대충 먹고 별로 신경도 안 쓰고 했더니 재발하고 결국 의사쌤이 이거 평생 지병된다고 하더라구. 그 뒤로도 겨울되면 감기 걸리고 감기로 기침을 시작하지만 원래 천식이 있으니, 그 천식이란 놈이 잠복하고 있다가 기침 감기를 업고 마구 튀어나오는 거지. 영국 온 첫 3년은 공기가 좋은데 있었더니 천식이 사라졌어. 그래서 다 나았나부다 했는데 런던으로 이사오고 다시 도졌어. 기침 감기를 심하게 해서 병원 갔더니 천식이라고. 아, 글쿠나! 했지. 천식과 심한 기침을 구별하는 뭐 나 나름대로의 구별 방법은, 그냥 심한 기침은 낮 시간에 계속되지만 잘 때, 잠을 깨울 정도는 아니거든. 그러니까 잠은 잘 수 있게 하는 거지. 근데 천식 기침은 누우면 심해져. 그래서 잠을 거의 못 자. 자다가도 기침하느라고 누워 있을 수가 없어. 나는 뭐 아주 심한 천식은 아니라서 평소에 아침, 저녁으로 인헤일러라고, 그 흡입약 같은 걸 2펌프 씩 해서 예방을 해. 그러다 여름 시즌에 전혀 기침이 안 나면 중단했다가 날 추워지면 다시 하고. 심한 사람은 사계절 다 하고. 그리고 평소에 약 성분이 더 센 인헤일러 항상 가방에 넣어다니다가 숨 쉬기 힘들게 기침나면 응급처방으로 그걸 해야 돼. 그러니까 이게 아주 고질병이야. 어떤 사람은 연 중 내내 기침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나 같으면 추워질 때 감기 걸리면 그게 천식 기침을 튀어나오게 하니까 밤에 잠을 못 자고 못 자니까 잘 안 낫고 악순환이지. 그러니까 천식은 결국 예방과 평소 관리가 중요해. 나도 감기 안 걸리려고 노력하고 감기 걸린 사람이랑 접촉 안 하려고 노력하지. 그 사람들이야 그냥 감기지만 나는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까. 글고 나는 차 탈 때 에어컨이나 히터도 잘 안 틀려고 노력해. 공기 중에 미세 먼지나 오염된 공기는 바로 천식 유발하거든. 예전에 여름에 대만 놀러갔다가 호텔방 에어컨이 너무 세게 틀어져 있었는데, 그 때 차가운 공기+ 오염된 에어컨 가스 때문에 천식 기침으로 온 호텔이 내 기침 소리에 밤을 셌지. 글고 자동차 에어컨 가스 때문에 여름에도 천식 기침 도져서 너무 힘들기도 하고. 런던에서는 몇 년 만에 지하철 한 번 타고 오염된 공기에 바로 또 병이 도지더라고. 암튼… 예방! 예방! 예방! 이것만이 진리야. 걸리면 정말 힘든 지병이야. 특히 애들은 만약 내가 하듯이 이렇게 기침하면 아마 제대로 못 크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해. 그러니 예방 잘 하도록 해. 아, 나는 엄마가 매번 산도라지, 오미자 보내주시거든, 그거 달여서 약처럼 마셔. 이거 좋은 것 같으니까 애기한테 한 번 달여서 먹여 봐. 시고 써서 좋은 꿀을 함께 타서 먹이면 좋을 거야.

  4. 심은하 said on 2015-12-18 at 오후 5:38

    어 금영, 조언 완전 고마워.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