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가 생긴 기쁨

내게 평생 없던 자매(언니, 여동생)가 시애틀에 와서 생겼다.
아마존 채용인터뷰 때문에 어떤 커뮤니티에 우리 상황을 설명했다가 그걸 읽고 카톡을 주고받게 된 엠제이. 여기서도 몇 번 설명했는데 한국에서 우여곡절과 여러 사연 끝에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으로 건너와 유학생활을 시작했고 시애틀에 있는 명문! 유덥에서 학사졸업하고 다른 지역에서 대학원 공부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청춘을 시애틀에서 보낸 친구다보니 내가 시애틀에 산다는 것에 마음이 더 크게 동했을 것이다.

망설임 없이 카톡 연락 며칠 만에 지금 거주하고 있는 LA에서 시애틀로 날아와 며칠 우리집에서 보낸 걸 시작으로. 이번 인피니트 LA공연을 같이 가기도 했다. 내옆에서 일반인의 눈으로 우현이의 보컬에 대해 촌철살인의 말을 남겨주기도 했고. 우현이의 음색이 부드러운 중음이 돋보이는 ‘클라리넷’이라고 말해줘서 내게 정말 중요한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고. 공연 후 나랑 ornus랑 셋이 호텔방에서 혼숙도 했으며 ㅋㅋ 못볼 꼴 안 볼꼴 하룻밤 만에 다 텄다.. ㅎㅎ

LA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는 길 차안에서 헤어지기 전에 내가 그랬다.

“내가 니 언니가 될게. 너는 내 여동생이 되어줘. 우리.. 친구는 하지 말자. 친구는 맘이 안맞으면 멀어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다투고 헤어질 수도 있지만 가족은 좀 안맞아도 좀 맘에 안들어도 가족이잖아. 우리 가족이 되자. 형부랑 언니한테 기대.”

이말을 할 때 우리 둘다 눈이 젖어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넘는 시간 동안. 부모형제 없는(외동이다) 미국땅에서 홀로 유학하며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을까. 대단하기도 하지만 난 그 시간이 가져다줬을 부침, 굴곡, 무게 등이 다가와서 가슴이 짠하다. 언제나 항상 대화의 상대편에게 공감해주려 눈을 맞춰주고 배려가 몸에 밴 그 심성이 참 이뻐서 더 맘에 가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몸에 밴 배려들도 시간의 격랑 속에서 얻은 깨달음일 거 같아서 짠하고. 그래서 내가 아무때나 기댈 수 있는 언니가 되어주고 싶다 한 거다. 나에게도 좋다. 내게 평생 없던 알콩달콩한 여자형제가 생긴 것이. 우리 애들에게도 없는 이모가 생겼다는 것이. 벌써 우리 애들에게는 이모 노릇을 얼마나 따듯하게 잘해주는지. 형부에게 처제가 되어주니 형부도 좋으시고. ㅋㅋ 평생 없을 줄 알았던 처제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을지. ㅋㅋ

가족이 된다는 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어떤 부침 속에서도 함께하겠다는 거다. 내가 열음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엠제이에게도 책임감을 갖고 한 말이다. 너나 나나 부모형제 없는 이 낯선 땅에서 같이 의지하고 기대는 가족이 되자. 좋은 날이 오고 힘든 날이 와도(이건 인피니트 노래 가사 ㅋㅋ)

Comments on this post

  1. 엠제이 said on 2016-01-23 at 오전 2:54

    저의 실수로 카피해놨던 지난 댓글이 지워져버려 (그리고 해가 중천에 떠서 그런지 아침보다 좀 덜 센치해졌어요ㅎㅎ 물론 지금도 이 게시글 읽으면 눈이 촉촉해지지만… 한 시간 전에 썼던 댓글을 다시 적기엔 살짝 부끄러워졌어요ㅎㅎㅎ) 핵심인 한 문단만 다시 적을게용!ㅋ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언니는 저에게 벌써 이런 존재세요. 저도 이런 동생이 될게요 *^^* 물론 마음이 건강하고, 기뻐서 점프를 해야하실 때에도 저를 기억해 주세요!!! <3 <3 <3

    • wisepaper said on 2016-01-23 at 오전 2:57

      오오!!!! 우현이 노래 가사~~~~ 진짜 최고다. 우현이 노래가사를 들고 오다니.. ㅋㅋㅋ 역시 센스가 ㅋㅋ 그래 그렇다니깐.. 나같은 언니 생겨서 너도 참 좋겠지만(크크) 나한테 평생 없던 여동생 생기고 우리애들한테 이모가 생겼다는 게 난 진짜 든든하고 좋아..ㅠ.ㅠ

  2. 엽곰 said on 2016-01-25 at 오후 9:19

    정말 멋진 인연이다..!!!
    나도 여기서 몇몇 한국인을 만났는데, 어째 이런 인연은 없는 듯. 나름 퍼준다고 했는데, 돌아보면 꼭 나만 바보짓한 것 같은 좀 쓸쓸한 뒤끝.. 혹은 내가 외면했을지도 모르고. 암튼 절대적으로 한국말 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너무 어려워.
    아, 그래도 여기서 친구 같은 친구 엄마가 생겼구나, 깜빡 잊었네!!! 취소! 나도 그런 인연이 있다! 🙂

    • 익명 said on 2016-01-25 at 오후 11:18

      배,신,자,들..
      나만 친구 없음.

      • 엽곰 said on 2016-01-26 at 오전 4:54

        근데 난 진짜 또래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 마음 맞고 서로 뒤에 뭐 남겨두지 않는 그런 친구.

    • wisepaper said on 2016-01-26 at 오전 4:29

      와 친구 같은 친구 엄마라니. 보통 나이가 훨씬 많은 분과는 친구가 되기 더 힘들거든. 나이가 많은 사람은 자꾸 가르치거나 훈계를 하려는 습관이 나와서.. 나도 나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혹시 자꾸 그러고 있는 건 아닌지 엄청 돌아봐야 겠다. 마치 같은 나이처럼 마음 열고 얘길 들어야징. 좋은 분이신가보네. 친구가 있다니 다행이네! 한국말하는 친구! 진짜 그게 젤 중요함.. 한국말..ㅠ.ㅠ

      익명님 섭섭해하지 마실게요. 우리 모두는 이제 사이버 혈연관계잖아요. 사이버로는 옆집 사람들 아니 그 어떤 단짝친구들보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잖아요. 우리 오빠들 땜에.ㅋㅋ

      • 엽곰 said on 2016-01-26 at 오전 4:56

        ㅇㅇ 그러니까 진짜 뭐 딱 친구같기야 하겠니만, 그래도 영국에서 오래 사신 한국분이라 그런지 다른 많은 한국 엄마들에 비해서는 좀 다른 것 같아. 글고 이분이 한국말을 하시니까 그것도 소통에 큰 역할을 하고. ㅇㅇ 나도 내가 어린 친구들에게 어떤지 돌아봐야 되는데.. ㅋㅋ 근데 뭐 별로 어린 친구들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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