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랑이 내 옛사랑의 애증을 지운 사연

밑에 ‘너의 의미’ 얘기하다가 아이유 얘기가 나와서 문득 듣고 싶어져 올리는 소격동.
내가 아무리 오랜 서태지의 팬이어도 그가 만든 모든 노래를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2014년 그가 여러가지 사생활 뉴스 뒤에 새앨범을 가지고 나올 때 노래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너무너무 걱정을 했었는데, ‘소격동’은 정말. 그 해의 싱글이라 말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도입부를 여는 유니크한 신디 멜로디는 뒤에도 계속 반복되는데. 이렇게 신디 사운드를 내는 방식이.. 이게 대한민국 주류 가요계에서 아이유 같은 주류 가수가 부르는 노래 속에 담겼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신디 덕후 서태지가 또 다른 신디 덕후 윤상을 꼭 만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말 그 때 태지가 일본식 선술집에서 윤상, 이승환과 셋이 만나 밤새 얘기했다는 말에 어찌나 기분이 뛰던지. 이 얘기를 태지오빠가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했는데 그 대 유희열 아저씨 삐쳤었다. “왜 당신들끼리만 만나?” ㅋㅋㅋㅋㅋ

이 노랠 부르는 아이유의 창법이 평소의 간드러짐이 좀 덜한데 보컬 디렉팅을 태지오빠가 다 했기 때문이다. 태지도 아이유의 치장을 빼는 데 신경을 좀 쓴 거 같고, 이 노래와 아이유가 참 잘 어울린다. 80년대. 아름다운 동네 소격동에 무시무시한 기무사가 있었던 시절. 소격동 뮤비에는 전두환 정권의 백골단이 등장하기도 한다. 서태지도 결국 박그네 정권을 돌려까고 싶었을듯. 타이틀곡 ‘크리스말로윈’을 보면 명확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박그네 정권의 슬로건까지 가사에 등장함. ‘산타’가 권력자를 상징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소격동

 

 

 

그 앨범에서 내가 젤 좋아했던 ‘비록’이란 노래도 올린다. 아마 대중들도 듣기 편할 만큼 쉽고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이 노래 가사는 태지가 100퍼센트 팬들에게 하는 말. 이혼, 결혼 사건으로 팬덤 내부에서 수많은 상처가 폭발하듯 터졌는데 그 때 정말 태지에게 할말 못할말 팬들이 울부짖으며 토해냈었다. 그 말들의 향연을 ‘부서진 이성들이 비에 젖었죠’란 가사로 표현한.. 태지오빠.. 내 가슴이 찢어진다..ㅠ.ㅠ

 

이 노래 꼭 들어보세요! 내가 일반인들에게 추천하는 쉽고 따뜻한 서태지 노래.

 

 

 

맥락도 없는 멜로디는  그 어떤 화음도 만들 순 없었죠
그저 떠돌던 우리의 마음도 서로를 감싸 안아 줄 수는 없었죠
난 알고 싶어 조금은 달라진대도 좋아
찰나의 순간 네 눈빛조차  내 안에 소중히 각인되어 있으니까

어떤 말들로 널 위로해야 할지도  난 비록
서툴고도 투박하지만 그저 내 체온이 전해지길

울 것 같은 하늘이 가슴에 비를 뿌리죠  부서진 이성들이 비에 젖었죠
난 알고 싶어 조금은 거친 비라도 좋아  모든 게 흠뻑 젖었지만 괜찮아  널 이제 만나러 갈 테니까

어떤 말들로 널 위로해야 할지도  난 비록 서툴고도 투박하지만
그저 내 체온이 전해지길 너에게

가여운 마음이 나를 재촉해 내 마음 뒷면의 아픔도 보이고파
지나간 시간 우리 서로에게  상처 입힌 날들조차 그저 다시 사랑스럽다 해요

어떤 말들로 널 위로해야 할지도  난 비록 서툴고도 투박하지만  그저 내 체온이 전해지길 너에게
난 두 팔을 벌려 바라죠  너의 꿈을 함께 셀 수 있길 기 다려보죠

……………………………………………….

 

“내 마음 뒷면의 아픔도 보이고파”
“모든 게 흠뻑 젖었지만 괜찮아  널 이제 만나러 갈 테니까”

이 가사에 가슴이 찢어졌었다. 우리 세월이 이십 몇 년인데…ㅠ.ㅠ 언론과 세상의 말들로 본인이 더 갈기갈기 찢겨졌을텐데 팬들에게 저런 말을 하는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착잡하고 또 아프고 그러면서도 너무 밉고 참 복잡했었지..

그 때 갑자기 새남친에 대한 마음이 점점 더 깊어졌고;; 난 서태지와 화해했다. 풋풋하고 이쁜 새남친 덕에. >.<

솔직히 말하면, 서태지가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시절 이지아가 옆에 있었다는 건 이해가 갔었는데, 후에 이은성과 결혼발표를 할 때 나와 팬들은 ‘서태지 세대’가 통째로 서태지한테 버림받은 기분이 들었었다. 우리가 서태지의 영광과 오욕을 함께했는데, 서태지는 그 서태지세대에 애증이 가득해 우릴 다 내친 기분. 서태지 세대가 무엇인지 서태지 정신이 무엇인지 하나도 모를 백지 같은 어린 세대의 여자를 골랐다는 것이. 근데 내가 우현이를 만나고 깨달았다. ‘나의 세대’와 ‘나의 감성’을 이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 세대와 전혀 상관 없는 ‘우현이의 해사한 아름다움’이었고.. 아 서태지도 그랬겠구나. 서태지도 복잡하고 고통스러웠던 자신의 영광과 오욕을 다 알만한 세대보다 해맑고 밝은 여자아이, 자신의 세월이 안겨준 상처와 고통을 다 초월한 세대의 여자아이와 살고 싶었던 거구나. 그런 깨달음에 다달았다. 나 역시, 나를 깊이 이해할 내 세대 그 어떤 또래 뮤지션보다 ‘우주를 다 환하게 만드는 것 같은 해사한 웃음을 가진’ 우현이가 백배 천배 더 필요했으니까. 해사한 웃음을 가진 우현이를 향한 사랑이 옛사랑을 향한 애증의 상처를 지우더라. 그 화사한 웃음이 아니었다면 난 치유되기 힘들었을 거다.

산다는 게 참.. 이렇듯 기가 막히는 일인 거다.
그리고 사랑은 그 상대가 누구든 내게 성찰을 선사한다.

 

 

Comments on this post

  1. 청순가련 심은하 said on 2016-03-04 at 오후 3:05

    유튜브 지금 안대서 못보지만 이따 비록 음원 찾아 들어봐야지.
    아이유 목소리 저노래에서 이뻤지.
    우현이의 미소가 널 너그럽게 만들어줬구나.

    • wisepaper said on 2016-03-04 at 오후 3:10

      ‘비록’ 진짜 꼭 들어보세요. 대중들이 들어도 좋을만한 노래에요. 그리고 그 가사에 담긴 사연은.. 휴.. 이십년 넘은 서태지와 팬들 사이의 상처와 깊이를.. 다른 이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참… 새사랑이 오래된 상처를 치유합니다. ㅎㅎㅎㅎㅎ

  2. 암헌 said on 2016-03-08 at 오전 6:28

    덕통사고라더니… 난 언제쯤 오려나? 그나저나 서태지 팬들이 그런 상처가 있었다니… 그럴 수 있겠네

    • wisepaper said on 2016-03-08 at 오전 8:23

      덕통사고는 진짜 사고라서. 정말 예기치 않게 온다..ㅠ.ㅠ 그래 서태지 팬들의 상처. 꼭 저것만이 다는 아니었지만 저런 이유도 있었지. 이해하는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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