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편지
새벽에 이 메일을 받고 정말 진심 갑자기 울컥했다.
반갑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내가 열정을 다 했던 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지나가는 세월이라는 것이 허무함, 하지만 그 시간의 흔적만큼은 아직도 가슴 어느 구석에 남아 있다가 불쑥 올라오는 걸 보면.. 한번 새겨진 흔적들은 사라지지가 않는 거다.
아 물론 나는 여전히 임동혁의 연주를 드라이브하다가도 가끔 틀어놓고, 여전히 그의 슈베르트 즉흥곡이 담긴 예전 앨범을 사무치게 좋아한다. 최근 낸 쇼팽앨범도 드라이브할 때 자주 듣는 레파토리다.
내가 한동안 연주회도 가고 임동혁 연주에 많이 빠져 있었던 시절, 임동혁의 지인이신 이 분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는데, 내가 동혁에 관해 쓴 글을 보고 이 분이 연락해오셔서 한동안 알고 지냈었다. 아직 날 기억하셨다가 구글에 걸린 최근에 쓴 내 글을 보고 이곳에 오랜만에 들어오셨다가 이메일을 보내주셨는데, 댓글로 공개적으로 남기려던 안부인사인것 같아서 공개해도 될 거 같아 그냥 올린다.
독일 하노버에서 유학하다가 한동안 줄리어드로 옮겨 뉴욕에 거주했던 동혁이 다시 이사한 베를린에 다녀오셨나본데, 임동혁에게서 늘상 느껴지던 외롭고 황량하고 보는 사람 아프게 하는 듯한 그 느낌이 여전한 듯.. 그래 그렇겠지. 교수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닌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려면 저 끝없는 외로움이야말로 가장 큰 자산이 되지 않을지.
(내가 우현이한테 끌리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채워도 채워지지 않을 거 같은 외로운 감성 때문인데, 동혁도 이런 면에서 비슷하다) 임동혁의 꿈은 교수가 되지 않고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일이라고 했고, 사실 이게 굉장히 이루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교수가 되지 않고 연주자로만 남기 위해선 정말 독보적인 연주자여야 하니까. 아직까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게 다행이기도 하고. 언젠가 커리어가 조금 수정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동혁의 연주는 ‘깨질듯한 유리처럼 아름다운 서정성’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독보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주자로서 계속 잘 될 거라 믿는다.
언젠가 동혁이 미국 서부로 공연하러 올 날이 있을까.
샌프란이나 LA이나 어디든… 한다면 비행기 타고라도 가서 공연장에서 또 듣고 싶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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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연히 ornus.net 이 검색에 걸려서 댓글로 안부글이나 남길까했는데 비번(?)이런 걸 다 잊어버려서요 메일로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혹시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예전에 이글루에서 allatu 라고 동혁이 관련으로 글많이 썼던 유저예요. 전에 동혁이 샤콘느 리허설 동영상 드린 적 있는데 기억하시려나요;;;
이번에 동혁이 리사이틀하고나서 검색하다가 다시 사이트를 발견해서 많이 반가왔어요. 미국가신 지도 몰랐고……하긴 그 동안 시간이 많이 지나긴했죠. 그냥 반가워서 메일드려요. 전 그냥 아직도 똑같은 회사다니고 동혁이 옆에 그냥 친구로 계속 있어요. ㅎㅎㅎ 그동안 그 애 신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젠 그 애라고 하기에도 좀 무색하게 삼십대가 되었지만 그냥 저한테는 여전히 그 애라서 ㅋㅋㅋㅋㅋㅋ
이주쯤 전에 휴가라서 동혁이 이사한 베를린에 다녀왔어요. 어떻게 지내나도 궁금하고 딱히 갈데도 없어서요. 동혁이는 잘 지내고 있긴한데 뭐라고 할까 음……몸은 잘지내고 있는데 여전히 마음은 외롭고 황량하고 그런거 같네요. 하지만 그거야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려면 어쩔수 없는 거라고 본인도 그부분은 거의 포기한 거 같아요. 가족을 이뤄도 아마 본인의 외로움 – 직업에 따른 – 은 채워지지 않을 거라는거 뭐 그런거요. 보기에 딱하지만 그거야 주위사람들이 도와줄 수 없는 문제라서 뭐 안타깝지만 어쩔수 없는 것 같고. 그러네요.
지혜님은 가족모두 다 잘 지내시는 것 같아서 반갑고, 너무 뜬금없이 연락드려서 좀 벌쭘하기도 하고 ㅎㅎㅎ
그럼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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