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

시애틀에 오고 나서
손님 초대를 꽤 하게 된다.

특히 은율이 프리스쿨이나 열음이 학교 오며 가며 알게 되는 아이 부모들하고 친해지면
곧 플레이데이트(서로의 집에서 함께 노는 거) 약속을 잡게 되고,
주말에 잡게 되면 대부분 엄마 아빠 아이가 함께 오기 때문에 대부분 가족 초대가 된다.

여기 문화는 이런 식의 모임을 할 때 거의 포트럭 파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 음식 한두가지씩 싸 가지고 오는 경우도 많지만
이러게 한 가정만 초대할 때는 대부분 와인 한 병 들고 오거나 과일 정도를 들고 온다.

그러면 우린 메인 요리에 샐러드 해서 차려내면 되는 거다.

이 부부는 남편은 유럽 출신, 아내는 히스패닉, 텍사스에서 오래 살다가 올해 시애틀로 이주하면서 두 아이가 다 은율이랑 같은 프리스쿨 다니게 돼서 알게 되었다. 아이들 데리고 놀이터도 종종 같이 가고, 이번주도 호수 비치 파크에 같이 가기로 했다.

어제 주말에는 아이들 데리고 두 부부가 놀러왔는데 정말 느낌이 좋았다. 남편도 얘기해보니 정말 좋은 사람이란 게 전해지는 좋은 기운.
한국식 바베큐를 한 번 먹어 보고 너무 맛있었다고 하기에 한국 마트 가서 소갈비살 사와서 양념에 재웠다가 오자마자 오븐에 구워서 내고,
아이들은 함박 스테이크, 채소는 다 쏟아 넣어 팬에 구워서 정말 간단하게 차린 건데도 들고 온 와인과 함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벌써 이런 손님 초대가 여러 번이다. 한국에서 온 친구들에게도 식사 차려주고..
이번엔 또 ornus 회사 지인이 한국에서 아마존 방문하는 분을 소개시켜줬는데 우리가 식사대접하기로 했다.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내가 우리집에 사람들 초대해서 식사 나누고 맛있는 거 만들어서 같이 먹고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새삼 시애틀 와서 많이 느낀다.
예전엔 솔직히 너무너무 귀찮고 기가 빠지는 일들이어서 생각도 안해봤는데.

여기 오고 나서 환경이 여유롭고 집도 공간이 넓고 맘이 분주하지가 않으니까 사람들 초대하는 일이 참 좋고 기쁘다.
내가 모르는 나의 재능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어쩌면 난 원래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한국 살면서 쫓기는 일상, 좁은 집, 맘에 안 드는 공간들에 치여서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지도 못 하고 살아온 게 아닐까 싶다.

Comments on this post

  1. 엠제이 said on 2016-05-03 at 오전 8:00

    언니 이렇게 손님들 초대/대접해 주시는 거 너무 자연스러우셔서 “몰랐던” 재능이라고 하시니깐 놀랐어요~ 언니의 집을 방문한, 그리고 방문할 손님들을 대신해서 감사하다 말씀드리고파요 <3 *^^*

    • wisepaper said on 2016-05-03 at 오전 11:22

      자연스러워 보였어?? ㅋㅋㅋ 다행이네. 앞으로도 재밌게 많이 해야지. 너도 자주 놀러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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