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물타기를

강남역 ‘여혐’ 살인사건에 대한 여성들의 끝없는 애도와 분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자가 자신을 자꾸 무시해서’ 길 가는 아무 여자나 기다렸다가 붙들고 살해했다는 남성의 행동을 ‘여성에 대한 혐오’아 아니라 ‘싸이코 패스의 범죄’로 몰고 가고 싶어 있는 발악 없는 발악 다 하고 있는 한국 남자들 땜에 오늘도 코웃음이 납니다요. 행여나 그 사람 하나가 정신분열증이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 한들, 명백히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과 무시와 혐오를 감출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데이트 그만하자’고 말했다가 살해당하는 여성에 대한 뉴스가 쉼없이 쏟아지고, 대쉬해오는 남자 맘에 안들어서 거절 표시했다가 스토킹에 시달리는 여자들이 수두룩,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지는 성폭행 기사에, 골목길 걸어가다가 소리소문 없이 죽는 여성들에 대한 뉴스도 찾아봐라 며칠에 한 건씩은 뜨는 게 현실인데. 내 친구들 열 명을 붙들고 말해봐도 살면서 성희롱 한번 안 당해본 여성이 없는 게 진짜 현실인데,

어디서 버젓이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사람 일반’ 혹은 특수한 정신병을 가진 인간의 범죄 문제로 물타기 하려고 지랄인지들.

언젠가 이곳에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글도 썼었지만, 너에게도 나에게도 존재하는 악의 문제를 사이코 패스의 범죄 문제로 물타기하려는 목표는 ‘나는 아니라’고 도망가고 싶은 거다. 찔리는 게 있는 거지. 자기 안에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문제가 버젓이 있는데 그걸 긁어주니 부글부글 끓는거지.

명백한 여성에 대한 폭력과 혐오범죄가 허구헌날 뉴스로 뜨는 게 현실인 세상에서 뇌가 빻은 게 아니면 저런 물타기가 어떻게 버젓이 나오지??

이제는 강남역에 다녀와 애도의 트윗을 올린 문재인 성토하는 글이 남초 사이트를 잠식하고 있단다.
한남들 진짜 갈수록 짜증스러워.

차라리 대놓고 무식한 사이트를 표방하는 남초사이트의 뇌없는 배설물들은 그러려니 하는데, 갓끈 고쳐 맨 선비 코스프레 하는 오유, 클리앙, 엠엘비파크 같은 남초사이트에서 이런 사건 벌어질 때마다 표방하는 포지션들이 더 한심하고 혐오스럽다.

 

집에 있는 말 통하는 남자가 ornus밖에 없으니 이런 일 일어날 때마다 그에게 묻곤 하는데, 내가 “자기도 저런 일로 남자가 비판받으면 기분나쁘냐”고 물어보게 되는데, ornus는 전혀.. “왜 기분이 나쁘지? 남자들은 더 당해봐야 돼. 당해봤자 말로 비판받는 게 고작인데. 더 당해도 역지사지가 잘 안 되는 존재들이라서. 앞으로도 몇 배는 더 당해봐야 겨우 이해할까 말까 하는 존재들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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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정신병자라는 사실로 안도하고 싶은 한남들에겐 미안하지만 그건 더 문제다. 무의식에서까지 존재하는 문제라서.

한남들의 젠더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중동보다 나을 것도 없다. 총기소지도 불법인 나라라서 총도 아니고 칼에 난자당해 죽은 사건이 일어났는데, 피해자에 감정이입해 애도하는 게 아니라, 남자 일반이 조금이라도 욕먹을까봐 부들부들하는 새끼들이 이렇게나 많은 세상에서 생의 동반자를 찾아야 하는 젊은 여성들의 현실이 안타깝다. 한남들이 자기들끼리 똘똘뭉칠 때 발휘되는 공감능력의 수준을 보면 남자가 공감능력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신빙성이 없는듯. 자기 밥그릇, 자기 알량한 권력, 자기 영역 지킬 때 지들끼리 똘똘 뭉쳐 보여주는 공감능력은 세계 1위 수준인듯.

남자새끼들 잘못 키우면 세상이 암울해진다.

우리집 새끼들 똑바로 키워야 된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능력과 성찰적 사고. 매순간 내가 아이에게 아이의 감정과 행동을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능력을 보여줘야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그 능력을 터득하겠지. 수양 또 수양의 과정이다. 아이들을 정말 잘 키워서 사려깊고 따뜻한 남자들로 키워내고 싶다.

Comments on this post

  1. 청순가련심은하 said on 2016-07-29 at 오전 6:55

    이것도 말도 안되는 일반화일수도 있지만, 나는, 한국에서 불알친구 많고 고향친구끼리 똘똘 뭉쳐다니는 남자들이 결코 성격좋거나 인간성이 좋아서라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고딩을 남녀공학 나와서 남자들 불알친구 모임에 홍일점으로 참석한적 몇번 있는데, 어휴..술 몇잔 들어가면 그들끼리 진지하게 나누는 얘기들 왜그리 꼴통스러웠던지..그들끼리 의리는 또 기가막힌다. 어찌나 웃긴지ㅋㅋㅋㅋㅋ
    다행히도? 김대교는 친구가 별로 없어. 난 친구 별로 없는 남자가 좋아. 친구 많아봤자 한남들이랑 대화할 기회만 많아질텐데..그시간에 차라리 혼자 테레비나 보며 히히덕거리는 김대교가 더 인간성 좋지.
    아, 그러고보니 성규도 친구 별로없네. 성규는 친구 별로 없고 인피니트끼리만 친하대. 일단 본인말로는. ㅋㅋㅋㅋㅋ

    • wisepaper said on 2016-07-29 at 오전 7:00

      그러니까요. 남자들끼리 몰려다니면서 (안 그런 남자들도 있겠지만) 결국 한남스런 사고방식만 나누고 확인하고 강화될 뿐이겠죠.. ornus도 그래서 친구 별로 없잖아요. 거의 없어요. 자기가 만나고 오면 재미가 없다니까요.. 그나마 대학원 때 만난 분들이 가장 꾸준히 만나는 친구고, 회사 동료 중 소수 있고.. ornus는 아예 베스트 프렌드가 없어요. 외롭지 않니?라고 물으면… 인생은 원래 외로운 거야 이러고 ㅎㅎㅎ 대교 오빠도 한남스럽지 않아서 넘 좋네요.. 그러니 언니가 결혼했겠지만!!

      • 청순가련심은하 said on 2016-07-29 at 오전 7:31

        그러고보니 니 남자들도 친구가 별로없구나. 태지오빠는 누가 봐도 친구 없을거같은 이미지고..우현인 친구가 많은지 적은지 모르겠지만 친구를 가리긴 할거같아. 약자에 대한 불쾌한 표현을 하면 친구건뭐건 바로 얼굴 붉힐거같고..맘에 안드는 사람과는 안 친할거같아. 생각없이 몰려다니진 않을듯..

        • wisepaper said on 2016-07-29 at 오후 3:19

          그러네요 또 빵 터집니다 누가봐도 친구가 없는 태지오빠 ㅋㅋㅋㅋ 그나마 김종서 형님이랑 수십년 우정을 유지하고 있고… 형이라고 따랐다는 해철님은.. 돌아가셨고..ㅠㅠㅠㅠ 우현인 자기가 생각하는 정의에 어긋난 친구랑은 가까이는 안 할 거 같은 느낌이 있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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