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갈 준비하느라
한국 갈 준비하느라 거의 매 주말, 그리고 평일에도 종종 쇼핑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왜 이렇게 가져갈 게 많고 준비해야 할 게 많은지. 주말엔 그나마 ornus랑 같이 다니니까 나은데 평일엔 곁에 비글 두 마리를 달고 쇼핑을 해야 하는데 이건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야. 비글 데리고 무슨 쇼핑인가..ㅠㅠ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어서 어제도 애들 다 데리고 다운타운 시애틀까지 나갔다 왔다.
한동안 귀걸이도 목걸이도 안 샀더니 할 게 없어서 시애틀 오고 나서 발견한 괜찮은 편집샵에서 핑크 골드 목걸이와 귀걸이를 샀는데. 한국 가는데 이게 왜 필요한 거지? 이것이 바로 쇼핑의 함정인 것이다. 흑.ㅠㅠㅠ 안 사도 될 걸 샀어. 하지만 핑크골드 색감 너무 이쁘고 정말 맘에 쏙 들어서 넋이 나가버렸다.
백화점에 들러서 다 떨어진 여러 화장품과 이런저런 사소한 것들 사고, ornus가 자주 입는 기본 바지들도 ornus한테 딱 핏 되는 모델이 진짜 드물어서 발견할 때마다 사야 되는데 마침 색별로 있길래 여섯 벌이나 구입하고. 애들도 옷을 하도 험하게 입어서 있는 옷들이 다 너덜너덜한데 마침 갭 세일하길래 셔츠랑 반바지를 쓸어담듯 사 모으고.. 이래도 쟤네들은 한 3주 입으면 저 옷 다 너덜너덜해진다. 신발도 하나 사 주면 한 달 후면 앞코가 다 찢어져 봐줄 수 없는 지경을 만드는 놀라운 비글들. 금요일엔 셀린느 가족하고 워터파크 가기로 해서, 애들 수영복 작아진 듯 해서 새 수영복도 하나씩 더 사 주고. 셀린느 가족하고 고기 굽는 그릴 들고 가끔 워싱턴 호수 비치 파크에 가는데, 나는 춥지만 애들은 꼭 수영해야 한다-.-;;
계속 사고치는 비글들 데리고 용케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쇼핑리스트를 꽤 많이 줄였다. 어느 정도 목표 달성.
멀리 바다에서 들어온 물이 찰랑거리는 엘리엇 만이 내려다보이는 골목길을 걷다 보니 ornus 퇴근 시간이다. 우리 와 있다고 하니까 들떠서 “얼른 갈게~~ 쫌만 기다려~” 하는 ornus의 설레는 목소리에 눈물이 맺히게 행복하고 감사하다. 우리가 있는 장소로 뛰어온 ornus가 애 둘을 양팔에 안으며 내 이마에도 뽀뽀.. ornus는 길에서 걷다가도 이마와 머리에 살짝살짝 키스해주는데 무심결에 이 키스를 받으면 마음이 동화같이 고운 색으로 싹 물드는 것만 같다.
비글들과 쇼핑은 힘겨웠지만 ornus와 다운타운에서 만나서 들어오는 저녁은 새삼스럽게 기분이 좋다.
여름인데도 쌀쌀한 바람에 외투까지 챙겨 입고 걷는.. 저녁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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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와 있다는 외로움도 묘한 설렘이 되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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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언니의 삶의 요약이에요 -> 비글들과 쇼핑은 힘겨웠지만 형부와 만나서 들어오는 기분 좋은 저녁 (물론 이 저녁도 비글들 덕분에 좋기도 하지만요!)
한국에 가는데 예쁜 귀걸이와 목걸이 필수 쇼핑 목록이지요!! 그리고 언니 곁에서 삶을 동화로 만들어 주시는 형부~ 이 글 읽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져요 *^^*
좋은 마음으로 봐주는 네 덕분에 항상 마음이 따뜻해져..
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내가 왜 한국까지 가는 걸까 문득 허해지다가..
……
옆에서 정작 형부는 “한번 사는 인생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 하며 북돋아주는데,
일 저지르는 당사자인 나는.. ornus만큼 단순하게 즐겨지지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