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곽진언.. 괜찮다..

곽진언. 91년생이라니.

김동률, 이적, 존박이 소속돼 있는 뮤직팜 소속이다. 슈퍼스타 케이 서태지 특집 때 처음 봤는데 ‘소격동’을 너무나 자기식으로 잘 해석한 편곡에, 깊은 보컬의 느낌이 참 좋아 이름만 기억해뒀었는데, 아래 존박과 함께 술 취해서 취중진담 부르는 영상 보고 또 꽂혀서 요즘 계속 음악 찾아 듣는 중이다.

 

슈퍼스타 케이 예선 영상인데.
아.. 이거다! 자기 음악을 하는 젊은 청춘을 발견했을 때의 이 희열. 이 기쁨.
기획사에서 갈고 닦아 다듬어놓은 귀엽고 능숙한 보석이 아니라,
‘자기 세계’와 ‘자기 우물’로 가득찬 젊은 뮤지션을 발견할 때의 감격.
들어서는 표정. 쑥스러운듯 머뭇거리지만 자기 세상이 이미 있는 사람 특유의 존재감이 보인다.

윤종신, 김범수의 감탄.

 

 

좋다. 91년생. 우현이와 동갑이라니. 저런 깊고 성숙한 감성이, 세월이 느껴지는 헛헛함이.. 아..
우현이도 그런 면이 있지만 이 친구가 좀더 무거워 보인다.

본인이 만든 ‘후회’라는 노래를 들고 와 오디션에 참가했나본데, 노래가 시작되는 순간 벌써 이런 친구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난 저 다듬어지지 않은, 꾸미지 않은, 훈련되지 않은 듯한 소박함이 너무 좋다.
헤어스타일도, 눈빛도, 옷차림도. 쌈박하지 않아서 너무 좋다. (다른 슈스케 영상에서) 이대로도 너무 좋다는 백지영의 말이 딱이다.
외모도 좋다. 덜 꾸며진 수더분한 느낌 그 자체로 좋다.

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충분히 멋지지만 대중들에게 조금 무겁고 어두운 감이 있다면
취중진담 부르는 이 영상에선 귀엽기까지 하다.

 

좋네.. 느낌. 기획사의 컨트롤이 느껴지지 않는 자유로운 음악하는 젊음이 느껴져서 좋다.
(이번에 인피니트 헤이 핼로 뮤비를 보고 내가 느낀 안타까움이 이런 것과 관계있는 건데, 청명함을 노래하면서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 어색함과 꾸밈이 뮤비 전반을 감싸고 있으니 아쉬울 수밖에)

전혀 귀여울 거 같지 않은 친구였는데 여기서 보니 귀엽네. 사람은 이렇듯 누구에게나 숨겨진 귀여움이 드러나는 순간이 있다. 옆에 더 스타인 존박보다 오히려 더 빛나는 말간 귀여움이 있다. 무겁고 진중한 친구가 얼굴이 빨개져 노래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의외의 귀여움.

서태지의 소격동도 너무나 자기식으로 풀어내서 부르고 편곡도 좋기에 느낌 좋았는데…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

 

난 이렇게 감성이 “나 음악하는 사람이에요” 하고 말하는 듯하는 사람이 좋다.
너무 세련되고 너무 가창력 뛰어나고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
나는 음악해야 되는 외로운 사람이야, 하는 감성이 풍기는 사람..

어느날 내가 좋아했던 가수가 너무 매끄러워보이고 너무 능숙해져 보이고 결핍도 없이 다 채워져보일 때…
마음이 착잡해질 거 같은데, 이런 거다.

난 능숙하고 세련되고 트렌디하고 공허가 없어 보이는 사람은 멋있어도 끌리지가 않는다.
결핍돼 있고 모자란 구석이 있어 보이면서 자기 우물에 채운 자기 감성이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듯.

 

이건 이번 올해 5월 10일 발표된 데뷔 앨범 타이틀곡, 나랑 갈래
전곡이 본인 자작곡에 편곡까지 본인이 한 거.

 

나랑 갈래

 

햇살 따듯한 날에 나랑 여행 갈래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햇살 따듯한 날에 나랑 도망 갈래
다신 못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나랑 갈래 나랑 갈래 나랑 갈래
나랑 함께 가지 않을래

햇살 따듯한 날에 나랑 여행 갈래
다신 안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나랑 함께 가지 않을래

햇살 눈부신 날에 나랑 도망 갈래 다신 못 돌아오게
아주 먼 곳으로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나랑 함께 가주지 않을래 햇살 따듯한 날에
나랑 사라질래 너랑 단 둘이서만 아는 먼 곳으로 나랑 갈래

 

……………………………..

 

아 좋다..

이렇게 자기 세상, 자기 우물이 있는 사람이 좋다.
그 우물에 잠깐 손 담가봐도 될까, 어디 물어봐야 할까…
안 물어봐도 그냥 들으면 되겠지 뭐..

 

아 이런 친구가 오래오래 계속 음악해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친구가 있었구나.
기획사에서 만들어낸 기획과 컨셉이 닿지 않은 이 느낌이 좋다.

그동안 젊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안 나온 건 아니다. 악동뮤지션, 버스커버스커 장범준 등.. 하지만 뭔가 끌리진 않았는데
곽진언의 목소리와 음악은 자연스럽게 끌린다.

 

Comments on this post

  1. ornus said on 2016-07-23 at 오후 4:21

    곽진언 슈스케에서 눈에 확 들어왔던 친구인데 감동이네. 저 첫번째 곡은 노래도 좋지만 가사도 한편의 시처럼 가슴을 울린다. 노래좀 찾아서 계속 들어야겠다. 진짜 좋다.

    • wisepaper said on 2016-07-23 at 오후 4:22

      어. 작곡도 좋지만, 가사가 정말 좋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티스트지, 뮤지션이지, 시인이지 하는 생각이 딱 드는 좋은 가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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