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미러링 + 다 과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올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모든 질문을 여기자들에게서만 받았다. 기자회견 내내 8번의 질문을 받으면서 남성 기자들에게는 단 한 번도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7번의 공식 질문 외에 8번째 추가 질의에서 앞줄에 앉은 한 남 기자가내년에도 담배를 계속 피울 생각인가요라고 소리쳤지만 오바마는 들은 채 하지 않고 아메리칸 어번 라디오(American Urban Radio)의 여기자에게 기회를 주기도 했다. “

반면 단 한 번도 말을 꺼내지 못한 남성 기자들은여기자들이 수 십 년 동안 당했던 일을 실제로 겪고 보니 불평을 할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11&aid=0002616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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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수십년 동안 당했던 일을 남성들에게 센스 있게 미러링한 오바마. 오바마도 메갈리안인가보다 ㅋㅋ

오바마도 오바마지만, 난 저 남기자의 반응이 인상 깊다. 저 정도가 딱 평범하고 상식적인 반응 아닌가?

 

한국 남자들은 이전에 ‘된장녀’ ‘김치녀’ 따위의 용어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으면서 ‘한남’이란 단어에 오장육부를 다 꺼내놓고 온 집단 남자가 다 똘똘뭉쳐 난리난리 ㅈㄹ을 하고 있다. ‘한남=한국남자’라는 보편적 용어가 그들의 급소를 건드린 것이다. ‘한남’이란 단어에 저렇게 열받는 걸 보면, 내겐 일종의 컴플렉스도 보인다. 한국이란 나라에 태어나 한국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한국 남자의 한계에 대한 컴플렉스도 있겠지. 여성들이 왜 저렇게 과격해졌을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를 성찰할 줄 아는 남자들은 별로 없다. 있지만, 있어도 남초에서 몰매맞거나 색출당하거나 스스로 떠났다. ornus만 해도, 여성들이 왜 화났을까에 대한 글을 진짜 대충 완곡하게 짧게 썼다가 단 한 명의 정상인도 없다는 걸 보고 그냥 떠나왔다. ornus가 거기서 버틸 만한 전사는 아니니까.

 

여성들은 단지 ‘된장녀’ ‘김치녀’란 말뿐 아니라 하루 24시간 일상 어디에서나 비하적인 표현을 딱 맞는 옷처럼 입고 산다. 어디에서나 ‘주체’가 아니라 남자에 대응하는 ‘물건’처럼 대상화되어 산다. 결혼한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며느리, 시댁, 아가씨, 도련님 하는 평범한 용어들만 봐도 일상속의 폭력이 대단하다. 이걸 깨달은 여자들은 한국에서 사는 24시간이 바늘에 찔리는 고통 같다. 깨달은 여성들을 예민한 사람 취급당한다. 깨닫지 못한 여성들은 그래도 살만하다. 모르니까.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자신들의 사고가 누구로부터 프레임된 건지 의식하지 못하니까 살만 한 거다. 하지만 한번 알고 나면 매 순간 순간이 여성을 향한 비하의 표현이며 대상화라는 걸 한번 알고 나면,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다. 내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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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온 이후, 나 지금 행복해.. 느끼는 순간이 많다. 이곳이 낙원은 아니다. 젠더문제에 관한 한 전세계 어디에나 지상낙원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에서 느꼈던, 그 무감각한 언어들 때문에 바늘에 찔리는듯한 고통은 사라졌다. 외모에 대한 지적만 해도 그렇다. 이곳엔 여성의 ‘외모’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여성들 스스로가 그렇다. 한국에 있을 때 만난 동네친구나 지인들은 만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난 여기를 좀 고쳐야 예뻐질텐데’ “너 보톡스 한 대만 맞으면 좋을 거 같애” “여자는 이뻐야지” “”나이 든 여자를 어따 써.” “그옷은 요즘 입긴 좀 그래. 유행 지났어” 이런 대화를 입에 달고 산다. 여성을 ‘외모 품평을 받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나 ‘꽃’으로 대상화하는 남자들과 미디어의 폭력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본인들도 체화해서 자신들의 몸과 영혼을 단단한 밧줄로 묶고 거기서 나오질 못한다.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분명이 있는데.

미국에 오고 나서 아이들 덕에 동네 엄마들, 동네 친구들, 지인들과 수도 없이 만나고 밥도 먹고 같이 놀지만, ‘외모’ 얘기를 저런 식으로 꺼내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어떤 표준적인 획일화된 기준- 턱은 갸름해야 하고 이마는 볼록해야 하고 등등의 – 을 상정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외모를 흠 있는 외모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그냥 생긴대로 자기 취향따라 꾸미고 다양한 옷차림이나 스타일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존중하고 받아들인다. 그냥 외모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다. 특히나 남의 외모나 나의 외모를 입에 올려 얘기하는 건,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이곳에서 숨통이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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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자들이 ‘한남’이란 단어 하나 들었다고 저 정도로 분노하는 걸 보면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건드린듯. 난 이거 하나만으로도 메갈리안들이 대견하다. 난 거기서 여초카페로 퍼오는 글 정도만 읽어본 수준인데도 대견하다. 잘했다!!!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건드렸으니 균열이 난 거다. 거의 전쟁 수준으로 싸워대는데, 좋은 일이라 본다. 수십 년 전에 흑인들이 과격한 운동으로 백인들을 찔러대지 않았다면 여태 세상은 안 바뀌었을 거다. 스웨덴 학자의 인터뷰를 보니, 지금 한국의 사태가 딱 스웨덴의 50년 전 상황하고 비슷하다고 했다. 분명히 변할 거라고. 페미니즘이 세상을 구원할 거라고. 왜냐?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을 실현하려는 거고, 이것은 남자들에게도 행복한 일이다. 남성들을 옭아맸던 족쇄들로부터 남성들도 벗어날 수 있다.

 

평소 페미니즘에 관심도 없이 잘 살아가고 있던 남성들이 갑자기 메갈리안을 만나자 “너희들이 하는 건 진정한 페미니즘이 아니야. 내가 진정한 페미니즘이 뭔지 가르쳐주마” 하고 훈수를 두기 시작하는데, 남성들이 이렇게 진정한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다니, 놀랄 일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ㅋㅋㅋㅋ

 

어찌 보면 난 지켜보는 입장이다.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도 없다. 이건 역사의 수순이다. 뭔가가 지나가고 도래하는 것이 난 느껴진다. 이 과격한 움직임과 거기 발끈해 오장육부가 뒤틀린 한남들이 날뛰는 모습을 쳐다보면….. 역사적인 어떤 흐름이 느껴진다. 이제 한남들 의식은 변하거나 도태하거나 둘 중 하나다. 왜냐? 메갈리안의 가치는 사실 남자들을 바꾸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지난 1-2년간 여초 사이트를 하는 평범한 여성들의 의식을 획기적으로 바꿨다는 데 있다. 내가 가는 평범한 사이트의 여성들의 사고가 진짜 획기적으로 변했다. 자기들도 놀란다. 여성들 스스로 남성들로부터 대상화되어 살아왔던 과거를 깨닫고 스스로의 코르셋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코르셋을 벗어던진 여성들은 이제 다시는 젠더감수성 없는 한남들하고 연애하거나 결혼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남성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재빨리 정신 차린 남성들만 살겠지… 그냥 역사의 과정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원래 새로운 흐름은 여자가 먼저 받아들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성들이 흐름을 더 빨리 받아들인 거다.

이 과정에서 피로를 느끼는 사람들도, 불안한 사람들도, 지쳐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것도 자연스러운 거고… 분명 역사는 흐를 거다.

 

 

 

 

Comments on this post

  1. 청순가련심은하 said on 2016-07-29 at 오전 4:28

    그러게..왜 남성 스스로 족쇄를 못 벗어던질까.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하고, 남자는 돈 적게벌면 루저고..한남들은 이런 족쇄가 좋은걸까. 여자는 자신이 쌓아왔던 노력의 세월과 상관없이 무능한 남편 만나면 인생 망치는..이런 지긋지긋한 족쇄.
    근데 오군님이 무슨 글을 남기고 어떤 댓글들이었는지 궁금해지네ㅋㅋ

    • wisepaper said on 2016-07-29 at 오전 4:32

      오군 글은.. 여기 홈페이지에도 제가 간단히 언급했었는데 그 강남역 살인 사건이요.. 여자라서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한 사건. 그 사건 때 대다수 남자들은 그냥 정신병 가진 남자의 살인을 왜 ‘여혐’ 문제로 몰고가냐고 ㅈㄹ했고. ornus는 여성들은 밤늦게 걷다가 그런 일을 당하는게 현실이고 실제 일어나는 일인데 여성들의 분노에 공감을 먼저 해야 된다는 글을 썼다가 남성들에게 몰매를 맞고 남초를 떠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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