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이곳에 살면서 아이들하고 같이 한국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다.
예를 들어 멀리 있는 한국 미용실에 갔다든지, 한국마트에 갈 때.
그럴 때 옆에 있는 열음이 은율이한테 인사를 하라고 가르치는데,

한국사람이 많던 벨뷰를 떠나 이곳 커클랜드로 이사 온 지 한참 된 언젠가부터 열음이, 은율이가 한국 어른들을 만나면 인사는 하지만
한국말을 멈칫거린다. 말을 잘 안 하려고 하는 거다.
“열음아 은율아, 말을 정확히 해야지~” 하고 말하는 걸 재촉하면… 존댓말을 안 하고 어른들에게 반말을…..맙소사ㅠㅠㅠㅠㅠ

 

집에 와서 어른들한테는 존댓말로 해야지, 반말을 하면 안 된다고 담엔 꼭 존댓말로 말하라고 했더니 열음이 왈,

“존댓말 한국말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하겠어. 나한테는 너무 어려워ㅠㅠ 모르니까 못하는거지…ㅠㅠㅠ”

 

순간, 아차!!!! 머리가 띵했다.
그렇구나. 열음이 은율이는 한국을 떠난 이후 한국말로 존댓말하는 걸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거다. 아마 아예 없다고 보면 될듯.
아이들의 언어는 쓰면 정말 순식간에 발전하고, 안 쓰면 정말 빠른 속도로 퇴화하는데,
한국 떠난 지 1년 6개월이 되자, 아이들이 한국어 존댓말을 들을 기회가 없어서 존댓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다..ㅠㅠ
아이들이 듣는 한국말은 나와 ornus가 쓰는 한국말이 거의 전부인데 우리 둘도 가끔 존대를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거의 안 쓰니까..

 

아이들 때문에라도 ornus랑 나랑 존대를 사용해야 하나 싶다.
언어는 들어야 사용하는 건데, 아이들이 한국어 존대를 들을 기회가 없으니 사용을 못할 수밖에..
아이들이 한국사람들처럼 한국말을 하는 일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요즘 열음이는 한국어로 말할  때 자꾸만 “아마도 아마도 ..” “아마도”란 말을 너무 자주 사용하고 있다. ‘maybe’를 번역해서 사용하는 듯.
은율이랑 둘이 한국어로 대화하는데 자꾸만 “야 친구!! 헤이 친구!!” 이런다. 자기들 나름대로는 “Hey dude~”의 뉘앙스를 번역해서 사용하는 거 같다-.-;;

집에서 한국어로만 대화하는 것만으로는, 아이들의 한국어가 이상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가 없다.
정말 공부하듯이 노력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한국 사람들처럼 한국어를 한다는 게, 우리 아이들에겐 쉽지 않겠구나..
더 많이 노력해야 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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