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의 고향은 서쪽 바다

“해의 고향은 서쪽 바다. 너는 나의 하류를 지나네.
언제 우린 만날 수 있을까. 어스름 가득한 밤소리.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했어.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해..

종이배처럼 흔들리며
노랗게 곪아 흐르는 시간
어떻게 세월을 거슬러
어떻게 산으로 돌아갈까
너는 너의 고향으로 가네
너는 너의 고향으로 가네
너는 너의 고향으로 가네
나의 하류를 지나”

 

지금 내게 가장 위안이 되는 이 노래. 어쩜 이리 좋은 노래를 좋은 가사를 쓸 수 있을까.

한국에서 공연을 보고 와서 무언가가 빠져나간듯 허전한 마음이..  배움에 이른다.
너는 너의 고향으로, 너의 갈길로 가는 거고 나는 그저 흐르는 물처럼 여기 있구나. 해가 자기 갈길로 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고 나는 그런 해가 나의 하류를 지나 자기 세상으로 가는 걸 먼 땅 이곳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이구나, 하는 생각에 다다른다.

 

우리가 하는 사랑이 때로 우리가 많은 부분 이기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사랑일 때도 있다.
내게는 ornus를 향한 사랑이 그렇다. 그는 내곁에서 반응해주고 나를 안아주고 받아들여주고 나와 호흡하는 사랑..

하지만 상대가 그저 자기 고향, 자기 세상으로 가는 걸 지켜보고 받아들여야 하는 사랑도 세상엔 많다.
자식을 향한 사랑이 그러하고..
내게는 우현이를 향한 사랑도 그러하다.

너는 너의 고향으로 가고 나는 여기 있다.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내 하류를 내주는데도..
아무도 내가 내 하류를 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도 못하고 인정해주지 않아도.
나는 하류를 내주며 여기 있어야 하는 운명..

 

한국에서 일주일간 암헌네 집에서 묵으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팬이 아님에도 내맘을 잘 이해해주고 정곡을 찌를 때가 많았다. 내가 하는 일들을 이해해주어서 내게 많은 격려가 되기도 했고.

암헌이 “이제 그가 아주 많이 유명해지고 지금보다 훨씬 많은 걸 이루게 됐을 때 너는 기쁨과 함께 엄청난 공허를 만나게 될 거”란 말을 했는데,
그럴 거다. 그 때에도 나는 이 노래를 되새기게 될 것이다.
너는 너의 갈 길로, 고향으로 가는 거고 나는 여기 있을게..

루시드폴 조윤석. 이 사람은 어찌 이런 진리에 일찍부터 도달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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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1. 청순가련심은하 said on 2016-08-18 at 오전 11:47

    가사도 좋지만..멜로디가 정말 통통 가슴을 치며 튕겨져나가네. 정말 아프고 좋은 노래다.
    하류를 내주며 여기에 있어야하는 사랑,,아프지만 맞는 말이네.
    성규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힘든 속내 표현 안하지. 우스개소리로 넘기는 적은 있어도. 사랑이건 슬픔이건 마음을 그런식으로 우스개소리로 표현하는 편인거같아. 진지한 표현들이 성규에겐 어색한가봐.
    그런데 개인 인터뷰에선 자신의 불안함이나 팬들에 대해 매달리는 마음 등을 내비치는걸 보면 걍 콘서트처럼 많은 팬들 앞에서 그런말 하는게 어색해서 그런건가싶기도 하고. 암튼 성규는 전형적인 A형같아.
    암헌이 많은 힘이 되었구나. 팬질하면서 그런 친구가 있는것도 복이다.(창조적인 일을 하고있고 팬층을 소유하고 있는 친구)
    근데 후에 기쁨과 함께 엄청난 공허를 만나게 될거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매우 겁나는 말일수도 있는데,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너도 성숙하구나. 인피니트 멤버들은 그 어떤 폭풍이 와도 견뎌낼수 있는 끈질기고 강한 팬을 가장 예뻐하고 선호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너는 우현이가 바라는 이상적인 팬일거야. ^^

  2. wisepaper said on 2016-08-18 at 오후 12:15

    노래 좋죠. 그러네요 제가 복이 많네요. 암헌은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이 상황을 팬들보다 오히려 더 깊이 이해해주는 측면이 있고, 우현이팬들은 또 같은 팬이니까 제게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고.. 그리고 언니는 팬인데 우현이 팬이 아니라서 제가 더 재밌게 제 속내를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이 홈피에서 언니는 마치 정신이 아픈 저에게 심리상담을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니까요.. 언니는 언니 스스로를 정신이 아픈 사람이라 하겠지만 ㅋㅋㅋ 저는 팬질에 관한 한 언니와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할 때가 많아서 제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내면서 치유되는 기분이에요. 아 저는 이 홈이 없으면 이 병을 치유할 길이 없었을 거에요 ㅠㅠ 언닌 요즘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나요 성규도 멀리 하고 팬들 블로그도 멀리하면서 수양중인가요 ㅠㅠ

    생각해보면 성규는 그냥 김성규라는 멤버로서가 아니라 그룹의 앞길을 의식해야 하는 리더로서 고충이 많았겠죠.. 이번에 무대 위에 선 멤버들 모두가 오히려 인기가 없었던 신인 때보다 훨씬 더 마음이 복잡할 거 같고 짠하게 다가왔어요 전.. 아 쟤들 지금 앞날 생각에 다들 얼마나 복잡할까 싶은.. 세계 4 대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ㅋㅋ 제가 애착한 대상일 때는 어쩔수 없어요 ㅎㅎㅎ

    • 청순가련심은하 said on 2016-08-18 at 오후 1:13

      글치 규수니들이 성규의 그 고충에 대해선 늘 안타까워하지. 이상한 사장과 챙겨야할 동생들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며 본인 자신은 다 버리고 지내왔다고 생각하고있어. 뭐 팬들이 알아봐야 얼마나 자세히 알겠냐만,
      누가봐도 사장은 이상하고, 체계 안잡힌 주먹구구 시스템에, 유난히 질투심 강한 팬덤에(나쁜 의미는 아님ㅋ)
      명수사건때 명수만큼 불안했을거고 우현이 때도 엄청난 불안과 공포에 시달렸을거야. 본인이 실수발언해서 매장될 뻔했을땐 본인의 앞날보다 인피니트의 앞날을 더 걱정했으니 그런 깔끔한 사과문이 나왔을것이고..
      아..어쩌다보니 말 나와서 성규걱정을 가장한 찬양?이 된거같아 미안..못말리는 규수니ㅋㅋ
      뭐..멤버들이 모두 고충이 심하겠지만 수니의 눈에는 내스타의 고충이 가장 크게 다가오니까. 물론 난 우현이의 고충에도 깊이 공감해. 공감하니까 나의 우울감에 가장 많이 집중했던 시기에 우현이 생각뿐이었지. 나 정말 두어달은 온통 우현이 생각뿐이었어. (성규야, 우울감 표현 안해주는 니 죄를 니가 알렸다!! ㅋㅋㅋㅋㅋ)
      그 뒤로도..우울이나 불안이 강할땐 우현이가 저절로 생각나. 우현이는 우울감을 주체할수 없을때 어떻게할까 궁금하고..근데 이게 무슨팬질의 종류이지? 유사연애는 물론 아니고, 육아팬질이나 종교팬질도 아니고..환우 팬질인가? ㅋ암튼 우울한 순간만큼은 성규보다 우현이가 애틋하다.
      요즘 난..성규의 모사품들을 찾으며 감정조절을 해.

  3. wisepaper said on 2016-08-18 at 오후 1:39

    그래요 그러니까요…
    그리고 전 성규의 그 때 그 사과문이야말로 연예인들의 모범사과문이란 생각을 했어요. 변명이나 이해를 받으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깔끔하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딱 그렇게 하면 되는데.. 자꾸 변명을 늘어놓거나 자기를 이해받으려고 하니까 대중들이 받아들이고 싶지가 않은 건데.. 그때도 소속사 대처는 주먹구구식이었으나;; 성규가 잘 대응하고 넘어간 거 같아요.

    모사품을 찾으면 감정조절이 되나요… 언니도 참 신기한 부분이 있어요. 어찌 그게 가능한가요.. 음.. 저는 모사품까진 아니지만, 다른 좋은 뮤지션들의 노래, 얼굴, 작품 등등에 빠지면서 제 감정을 이해하거나 치유하는 거 같아요. 요즘은 시를 읽고 있어요 ㅎㅎ 우현이를 좋아하기 위해서라도 우현이 노래만 들으면 안 되고 우현이 얼굴만 보면 안 되죠. 그거야 말로 정말 우물안 개구리 같은 감정을 쳇바퀴 돌듯 할 위험이 있어서.. 우현이를 좋아하기 위해서라도 저는 다른 작품을 많이 보고 거기서 얻어낸 성찰이나 감정으로 다시 우현이 좋아하는 데 쓰고 ㅋㅋ 그런 거 같아요.

    전 성규 솔로 활동 때 유희열 스케치북에서 불렀을 때가 참 좋았어요. 기억을 걷는 시간.. 제가 넬을 오랫동안 호감 있게 들었지만 그 방송에서는 성규 목소리가 김종완보다 과잉 없고 더 담백해서 좋았구요. 그리고 윤상과 함께 부른 ‘나에게’ 참 좋아했습니다.

    • 청순가련심은하 said on 2016-08-18 at 오후 1:55

      그렇지..성규가 얼굴이건 목소리건 하는짓이건 다 담백한게 마성이지. 이런 담백함에 빠지다못해 질려버려서 혼란을 겪는 규수니 글도 본거같지만ㅋㅋ
      나도 기걷시랑 나에게 정말 좋아해. 참 담담하게 부르지.

  4. 암헌 said on 2016-08-18 at 오후 11:01

    어떤 삶을 살든 진실되고, 치열하게 산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라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너의 팬질(?)이 단순히 팬질 같아 보이진 않았다. 아마도 너의 하류를 지나면 “메디치”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뭐 혼자서 그런 상상을 해본다

    • wisepaper said on 2016-08-19 at 오전 12:07

      고마워.. 그치 진실되고 치열했으면 된거지! 뭐라도 얻어맞은 듯 ‘그래 그렇지!’ 하는 생각이 찾아온다. 공연 다녀와서 도대체 내가 하는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위축되고 괴로웠는데 정말 위로가 되는 말이다. 내 친구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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