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익숙해져야 하는 운명

며칠 동안 LA에서 엠제이가 왔다 갔다.
카톡으로 대화하다 문득 너무 보고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엠제이가 알아서 몇 달 전에 비행기표 끊어놓은 건데..
와보니까, 딱 이 기간에 시애틀에 있는 빌게이츠&멜린다 재단 후원으로 엠제이의 전공분야인 데이터 분석  Meet up까지 있어서
거기까지 알차게 참석하고, 우리 가족하고도 잘 놀다 돌아갔다.

 

엠제이가 찍어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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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서.. 은율이랑 나랑…

같이 우리집 바로 앞 공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우리집 가까이에 사는 열음이 친구 다이애나가 이사 기념 개러지 세일을 하고 있어서 저 핑크색 하트 액자 ㅋㅋ 3불에 사 가지고 돌아왔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같은 오래된 책들도 두 권에 1불씩 팔길래 몇 권 사들고 들어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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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멜린다 재단 앞에서..

엠제이 세미나 끝나는 시간에 우리 가족 다같이 배웅하러 가서 기다렸다..
열음이 은율이는.. 말썽 피우며 기다리더니 끝나고 나오는 이모한테 우르르 달려가 안기며 뽀뽀하고..
아이들도 이모가 와있다는 사실이 좋은지 연신 “이모는 언제 또 와?” “이모 또 올거야?” 묻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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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지붕 위로 내려앉은 가을 냄새 나는 햇빛..

시애틀에 가을이 오고 있다.

엠제이랑 다같이 놀러다니느라 드라이브를 좀 했는데.. 어느새 진녹색이던 나뭇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는 걸 보는데..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이 훅 끼쳐 온다.

오늘 오전. 엠제이는 LA로 돌아가야 했고
마침 ornus도 샌프란 쿠퍼티노 출장으로 오늘 비행기 타야 하는데 시간이 비슷해서 둘이 같이 떠났다.

우버 택시 타고 집을 나서는 둘을 배웅하는데..
엠제이를 끌어안으며 서럽게 울고 말았다.
누가 보면… 나.. 집에 우환있는 사람인줄..ㅠㅠ

 

 

사랑하는 이들은 만나면 헤어져야 한다.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일이겠지만, 부모 형제 떠나 이 땅에 정착한 우리들은 특별히 더 많이 겪어야 하는 일이다.
한국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헤어지느라 힘들었던 열음이 은율이는 돌아와서 잘 놀다가도 가끔 침울해져서 “할머니…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어..” 한다.
우리가 떠나온 이곳의 삶은 그리움에 익숙해져야 하는 게 운명일지도 모른다.

한국에 다녀온 이후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도.. 결국 그리움을 견뎌야 하는 본능적인 몸의 반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한다고 해서 다 보고 살 수는 없는 삶.. 그리움은 내 삶의 본질이고 친구다.

모든 게 우릴 헤어지게 해.. 너는 너의 고향으로 가네.. 나의 하류를 지나.
폴의 노래가 점점 나의 노래가 되어 가네..

 

 

 

 

 

Comments on this post

  1. ornus said on 2016-08-30 at 오전 4:24

    민정이가 찍은 자기랑 은율이 너무 예쁘다. 액자들고 가는 뒷모습은 아련하고 그러네. 내가 출장 가는 길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나봐. ㅜㅜ

    • wisepaper said on 2016-08-30 at 오전 10:09

      기다리면 돌아올 사람이 있어서 좋다.. 자기 기다리며 살아야징~~~~~

  2. 엠제이 said on 2016-08-31 at 오전 3:40

    제가 떠나오는 날 언니 우는 모습 보는 게 그날 또 형부도 출장이시라 더 슬프게 느껴졌어요ㅠㅠ 그래도 아쉬움이랑 고민들은 살짝 뒤로 하고, 언니랑 형부랑 비글들이랑ㅋ 있었던 따뜻한 시간들 더 생각하며 다시 만날 날 기다릴 거에요! 그리고 언니랑 나눴던 얘기들과 언니의 가르침과 의견들로 저의 생각과 마음도 점점 더 넓어지는 거 같아요. 이 넓은 땅덩이에서 이렇게 언니를 만난게 참으로 신기하고 축복이에요.

    • wisepaper said on 2016-08-31 at 오전 6:12

      그래 이 넓은 땅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난 게 축복이다.. 이런 축복 쉽게 여기지 말고 잘 가꿔가야지~~

  3. 청순가련심은하 said on 2016-09-01 at 오후 10:59

    현재 나의 몸으로부터 떨어져있는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있는 것이 그래도 낫잖아. 떨어져있는 존재들에 대한 환멸이나 염증을 간직한것보단.
    그러니 넌 행복한거같아. 울지말길 ㅋ

    • wisepaper said on 2016-09-02 at 오전 12:49

      네 그래요..그리움이 낫지요..
      근데 특정 누구에 대한 환멸과 염증은 없지만… 떨어져 있는 그곳에 대한 환멸과 염증은 많이 섞여 있어요. 언니도 그렇겠지만.
      그 환멸이 아니었다면 내고향 떠나 여기까지 나오지 않았겠지요..
      어딘가 슬픈 이방인의 운명을.. 즐기면서 살아가려구요. 외로움이 하나도 없는 사람보단 외로움을 친구처럼 두고 살아가는 인생으로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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