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에서 나는 피냄새

며칠 전에는 택배 아저씨께 미안하게도 집에 무거운 박스 택배가 세 개나 도착했다.

열음이 은율이 세계창작동화 전집이랑 과학동화 전집.
그리고 나랑 ornus가 읽을 <태백산맥> 10권 세트.

애들 책 사준 지가 오래돼서 집에 있는 책만 마르고 닳도록 보길래, 꼼꼼하게 골라서 주문했는데
열음이가 택배 오기 전날부터 아저씨만 기다렸다.

<태백산맥>은 고등학교 때 도서관에서 띄엄띄엄 봤던 책인데
갑자기 무슨 심정이 동했는지 문득 읽고 싶어졌다.
사실 난 남성작가들의 소설책은 잘 안 읽는다. 잘 쓰는 작가들이야 많지만 밑바닥에서 꼭 어긋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시커먼 책 열 권에 시뻘건 한자가 박혀 있는 책을 보더니 열음이도 관심 갖는다.
“엄마 책 그거 재밌는거야? 내거가 더 재밌을 거 같은데에??”

첫날 밤늦게까지 1권 다 읽어내고 ornus한테 넘겨주고 지금 4권째 읽고 있는데 읽다가 멈췄다.
글에서 피냄새가 나서 좀 쉬어야 겠다.
내 정서가 예민해서인지 행간행간 밀도가 높은 글줄마다 이리 죽고 저리 죽어간 사람들의 피냄새가 맡아져서 입덧할 때처럼 울렁거림으로 괴롭다.

우리 역사는 한 번도 제대로 청산, 심판이 된 적이 없어서 매번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 같다.
일제시대 서민들을  쥐어짰던 문제들은 해방후에도 같은 얼굴을  하고 버젓이 살아 돌아왔고,
지금은 자본가들이 그 얼굴을 하고 있겠지.

기술관련 책들은 (내가 보기엔 외계어들인데;;) 열심히 보지만 문학은 힘들어하는 ornus도 주말에 1권을 읽었는데,
자려고 누운 자리에서 이런 저런 감상으로 수다가 길어진다. .

……

열음이 은율이는 아빠가 읽어주는 걸 좋아해서 평일에도 꼭 한시간 이상씩, 주말엔 몇 시간씩 아빠랑 책을 보는데
은율이는 요즘 로켓트 발사에 꽂혔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내용을 담은 그림책인데 이걸 신주단지 모시듯 들고다니며
“엄마. 로켓트가 발따~ 똥 (하고) 빠졌떠~(빠져나갔어~)” 한다.
(통역하면, 아폴로 11호가 발사되면서 추진체와 3단분리를 해서 날아갔다는 거다..-.-;;;;;;;;;)

가슴에 책을 꼭 쥐고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저 말을 수십번씩 반복하고 있다.
월요일날 올라오신 외할머니도 현관문 열자마자 은율이로부터 “로켓트가 발따~ 똥 빠졌떠~” 하는 인삿말을 들어야 했다.
언제까지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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