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먼저 빠진 후, 사람과 알아가는 설렘
이이언 “삶과 음악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숙제”
Posted by 편집국 입력 : 2013/01/15 14:00:01 수정 : 2013/06/18 16:30:25
이이언의 음악은 늘 낯설다. 몽롱한 선율에 우울을 노래했던 밴드 MOT의 음악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감성이었고, 솔로 1집 앨범 < Guilty-Free >는 디지털을 전면에 내세우며 각종 노이즈까지 음악의 일부로 편입시켰다. 지난 12월 26일 발매된 < Realize > 역시 친절하지 않다. 이 앨범은첫 솔로 앨범에선상상하기 어려웠던 ‘어쿠스틱’을 표방할뿐더러, 그것마저 기존의 어쿠스틱과 같은 소박한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다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건, 이이언은 불균질한 것들의 조화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균형을 찾아내기 위해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매번 낯설지언정, 위화감이라곤 없는 이이언을 만났다. 그의 짧은 침묵과 망설임,작은웃음 모두 대화의 일부였다. 마치 그의 음악이수없이 쪼개질 수 있는소리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Q. 지난해 2월 솔로 1집 앨범 < Guilty-Free >를 발매한 지 열 달 만에 어쿠스틱 앨범 < Realize >를 냈다. 솔로 앨범을발매하는 데 약 4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텀이 굉장히 짧다.
이이언: 솔로 1집 작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다. 4년 동안 앨범 하나를 붙잡고 계속 작업하다 보니, 그 시간 동안 스스로 소모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작 내 삶은 함몰된다는 느낌이랄까. 곡은 이미 2년 전에 다 나와있었는데, 다시 마음에 들 때까지 편곡을 하느라 2년을 더 보냈던 거다. 길게 보고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작업 스타일을 좀 바꿔야 할 것 같았다. 텀을 조금 더 짧게 가져가되, 스스로를 쥐어짜 내듯 작업하는 게 아니라 약간 느긋하게. 일종의 루틴(routine) 개념으로. 그런 점에서 이번 앨범은 테스트 드라이브라는 의미도 있다.
Q. 그래서인지 최초 발매 예정일로부터 3개월밖에 지연되지 않는 쾌거를 달성했다던데. (웃음)
이이언: 지금까지 늘 마감을 어기면서 살아왔는데, 그나마 이번에는 최단 기간 연장 기록을 세웠다. 애초에 발매 목표를 지난해 9월 말로 잡았을 땐지킬 수 있을 거라고 50% 정도는 믿고 있었건만. (웃음)
“리메이크는 나와 청자의 게임”
Q. 전자 음악에서 벗어나 어쿠스틱으로 바꾼 것도 본인을 소모하는 작업 방식에 변화를 주려는 방편이었나.
이이언: 분명 그런 측면도 있다. MOT 앨범이나 솔로 1집 때는 대부분 컴퓨터로 혼자 작업하다 보니 내가 짊어지는 작업량이 막중했고, 이번에는 세션들과 좀 분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앨범의 기획 의도 때문이었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되, 이이언의 음악이라는 일관성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방법론을 바꿔도 본질이나 핵심이 되는 부분들은 여전히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라고 여겼다.
Q. 확실히 < Realize >는 어쿠스틱이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느낌이 없기도 했고, 지금껏 이이언이 해온 음악의 기본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신기했다.
이이언: 어쿠스틱은 심플하고 미니멀한 것이 좋다고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정형화된 선입견이기도 하지 않나. 모두가‘Less’라고 한다면 오히려‘More’가 더 좋은 게 될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일부러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의 편성을 앨범의 여섯 개 트랙 전부에서 고정적으로 유지했다. 이 앨범엔 재지(jazzy)한 느낌이 많이 묻어있는데, 사실 재즈에서도 기타와 피아노를 함께 쓰는 경우는 드물다. 굳이 두 악기를 같이 쓰려고 한 건 나름대로 내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빼곡한 느낌 안에서 서로 부딪칠 것 같은 악기들을 잘 배치하고 조율해서 아귀가 들어맞는 느낌으로 가는.
Q. Daft Punk의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리메이크한 4번 트랙 후반부에서 그 부분이 확실하게 드러나더라. 각 악기가 최대치의 소리를 내고 있는데 그게 조화롭게 들린다. 그래서 왜 이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리메이크해야겠다고 생각한 건지 더 궁금했다.
이이언: 원곡이 내가 해오던 음악과는 거리가 먼 편이라, 좀 더 도전하는 매력이 있었다. 리메이크를할 땐늘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떤 곡이가진 본질이 있는데, 그 곡을 다른 아티스트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 본질도 새롭게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방법론이 대비되면서 내가가진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지게 되기도 하고.
Q. 이를테면 곡의 가장 기본적인 뼈대만 남긴다는 건가.
이이언: 쉽게 말해 원곡이 있는 경우, 멜로디와 코드, 가사 등 청자들이 기본적으로 기대하는것이 있다. 리메이크는 나와 청자들이 공통으로알고 있는룰을 갖고서 게임을 하는 거다. 그들의 기대를 내가 얼마나 만족시키고 배반하는지 말이다. 그런 유희적인 측면 때문에 리메이크 작업은 항상 즐겁게 하고 있는데, 다만 이번 리메이크에서 세션들은 머리를 쥐어뜯더라. 워낙 박자가 빠르고 음을 하나하나 촘촘하게 메우는 편곡이어서 세션들에게 자비가 없는 것이긴 했다. (웃음) 그런 부분의 악보를 줄 땐 보통 “여긴 아마 팔이 세개거나 그러지 않으면 힘들테니, 적당히 가능한 버전으로 해줘”라고 하는데 다들 어떻게든 해낸다. 그러니 내가 요구하는 한계도 조금씩 높아지는 것 같다. (웃음)
Q. 그게 이이언이 음악의 균형을 만들어내는 방식일 텐데, 좋은 균형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을생각하고 있는걸까.
이이언: 그건 아니다. 단지 균형에 대한 감각을 계속 배워간달까.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알고 있었던 것을 조금씩 더 넓혀간다는 의미에 가까울 것 같다. 균형이라는 건 사실 음악 작업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있는 부분이고, 그래서 음악을 하기 전에도 균형을 파악하는 일을 좋아했다. 예컨대, 대화에서도 농담과 진지함 사이의 균형을 찾게 되는 식으로 말이다.
Q. 뮤지션과 생활인의 삶 사이에서의 균형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것 같나.
이이언: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땐 아직 좀 모자라지만, 예전의 나와 비교하면 현재는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솔로 첫 앨범을 발표한 후 인터뷰에서 ‘음악에 대한 강박을 덜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말을 하면서도 ‘이게 가능할까?’라는 회의가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순조로운 것 같다.이번 작업을 하면서 조금 더 느긋해져도 되겠다는 걸 느낀 거다. 기본적으론 세션들의 재량에 맡기고 의사소통을 통해 조율해가는 방식을 쓴건데, 내가 하나하나 꼼꼼하게 한 것과는 조금 달라도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나름대로 의미있고 재미있는 작업이 아닌가 싶다.
Q. 하지만 음악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기존의 방식이 한편으로는 정체성이었을 수도 있을 텐데.
이이언: 그게 과제인 것 같다. 삶의 질과 음악 작업 결과물 사이에서 어느 한 쪽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바꿔가는 것. 지금까지는 내가 축적해놓은 작업 방식과 스킬, 노하우, 개발한 악기 프로그램들을 쓰지 않고 다 뒤집으면서 굳이 더 어려운 길로 갔다. 이젠 내가 갖고 있고, 잘해왔던 부분들을 충분히 살리면서 작업을 조율하면 고통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막상 해보면 또 어떨진 모르겠다. ‘역시 새로운 게 필요해!’ 이럴 수도 있겠지. (웃음)
Q. 흔히 당신의 음악에 내려지는 ‘실험적’이라는 평가도 그 때문인 것 같은데, 창작자로서 그 표현을 들었을 땐 어떤 생각이 드나. 기본적으론 찬사의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론 ‘미완’이라는인상을받을 때나오는말이기도 하다.
이이언: 많이 듣기도 하고, 나도 내 음악을 설명하다 보면 종종 쓰는 수식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나는 실험 중인 작품을 사람들 앞에 내놓진 않는다. 실험은 혼자 하고, 성공했다고 생각되는 것들만 선보이는 거다. 그러다보니 발매 후 내 음반을 들을 때도 후회가 거의 없다. 수정할 부분이 있었다면 작업 단계에서 이미 뒤엎는 과정을 다 거치니까. 그래도 굳이 그것까지 까칠하게 “잠깐만요. 실험적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고요” 이러긴 뭐하고 (웃음), 그 정도면 적당히 뜻은 통한다고 생각한다.
Q.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서 그런 부분에도 예민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닌가 보다.
이이언: 작업할 때만 예민해진다. 사람들한테도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편이어서, MOT 때는 다른 멤버들이랑 합주를 하면 뭔가 좀 아닌 것 같아도 어떻게 말해야 상처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느라 힘들었다. 그런데 다른 건 몰라도 MOT, 혹은 이이언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하는 음악에 대해서만큼은 싫은 소리를 할지언정 결과물이 희생되게 놔둘 순 없겠다고 생각했다. 작업하는 동안은 조금 예민하고 냉정해져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거다. 그걸 빼면 사실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까칠하진 못한 편이다.
Q. 왜 그런 걸까.
이이언: 어릴 때부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모범적인 아이로 자라도록교육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항상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을 앞세우기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라고 배웠다. 갖고 싶은 걸 요구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가령 자동연필깎기를 갖고 싶었지만 중고연필깎기를 받고도 아무 말 못했다거나,인라인스케이트 대신 피겨스케이트를 받고도 그냥 탔다거나. (웃음) 어른이 되어 돈을 벌게 된 후에는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과감히 사게 됐다. 다만 10년 전엔 장비나 프로그램 욕심도 많았는데, 요 몇 년 사이에는 새로 나오는 것들을 무조건 사기보다 일단 모니터를한다. ‘아니, 세상에! 이런 놀라운 것이 개발됐다니. 상상도 못했던 것이 나왔군’ 하는 것들을 체크해뒀다가 사용하는 거다.
Q. 네이버에 썼던 앨범 작업기를 보니 사람들이 많이 쓰지 않는 음악 프로그램도 사용한다고 하던데.
이이언: 전세계적으로 사용자가 아주 많지 않은 프로그램을 쓰는데, 종종 버그가 생긴다. 그럴 때 내가 버그 리포트를 하지 않으면 영영 이 상태로 있겠다 싶어서 일일이 영작을 한 다음 보낸다. (웃음) 작업의 흐름이 끊기긴 하지만, 어쨌든 나도 일을 하려면 그 문제가 고쳐져야 하는 상황이니까.접어놓고 있는다고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Q. 이걸 옆으로 치워두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안 되는 거다. (웃음)
이이언: 그게 잘 안 된다. 무모하게 계속 붙들고 있는다. 예를 들어 시험을 칠 때 어려운 문제랑 쉬운 문제들이 섞여 있으면 쉬운 것부터 풀어야 하는데, 어려운 걸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학교생활이 늘 힘들었는데, 대학원(한국예술종합학교 뮤직테크놀러지 과정)생활은 정말 재미있게 했다. 공부가 이렇게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달까.
Q.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어떤 영향을 받은 것 같나.
이이언: 솔로 1집에서 디지털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었던게 대학원 덕분이었다. 시야가 확장됐던 거지. MOT 앨범을 작업할 때는 아날로그에 대한 집착이 굉장히 심했다. 심지어 디지털로 작업을 한 소리조차 아날로그의 느낌으로 만드는 데 주력했는데 이제는 좀 달라진 거다. 각각의 장점과 아름다움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다. MOT의 앨범을 작업한다면 다시 아날로그적인 색채를 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건 스타일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Q. 그렇다면 MOT의 새 앨범은 1, 2집의 연장 선상에있을 거라고 봐도 될까.
이이언: 맞다. 이이언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따로 낸 것도, MOT이 갖고 있던 기존의 스타일과 정체성을 훼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그 부분을 버리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아마 MOT 3집은 MOT의 정서를 일관성 있게 이어가는 작업이 될 거다. < Realize >를 만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조금 더 개입하고 어떤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맞춰가는 식으로 나름의 작업 솔루션을 만들어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완전히 위임해서 ‘마음대로 만들어주세요’ 하는 것보단 여전히 꼬치꼬치 간섭하게 될 것 같긴 한데, 두 방식의 장점을 어떻게든전부 가져갈 수 있는 방향을 고안해나가는 과정일거라고 본다.
Q. 앨범은 언제쯤 완성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하나. (웃음)
이이언: 이르면 올해 말? 사실…. 올해 말엔 좀 힘들 것 같다.냉정하게 말하자면내년이겠지만, 올해 말이라고 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말이다. (웃음) 그래야 작업이 지연돼도 내년 초쯤엔 완성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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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점점 더 알고 싶은 두 남자, 검정치마의 조휴일과 Mot의 이이언.
그들의 음악은 미친듯이 사랑했지만 사람으로서의 그들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했다. 수많은 시간을 그들의 음악과 먼저 사랑에 빠지고 이제서야 조금씩 그 음악을 만든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셈인데, 특별한 일이다. 음악과 충분히 사랑에 빠지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음악의 주인공들을 알아가는 일이란..
조휴일의 경우는 블로그의 글을 거의 다 읽었는데, 음악적인 능력과는 별개로 내 ‘결’과 맞는 사람인가 아직은 의문이 있다. 하지만 이이언은 내 착각일지 모르지만 내 ‘결’과 잘 맞을 거라는 확신과 동경이 함께 생긴다. 아마도 몇 달 전에 페미니즘에 관한 영민하고 현명한 그의 글을 읽었기에 더더욱 이런 안도감이 생겼을 거다.
이이언은 ‘내가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는’ MOT의 비선형 앨범(1집)과 2집을 작업하고 나서 대학(연세대 전파공학)을 졸업한 후 음악을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에서 뮤직테크놀로지 과정을 공부했다. 그 이후 ‘전자음만으로 이루어진’ 솔로1집을 발표했는데 그 다음 앨범이 어쿠스틱 앨범이었고 이 인터뷰는 그 앨범 직후에 이루어진 거다.
이이언의 솔로1집은 연주의 흐름이 아니라 주파수의 변화로 이루어진 실험적인 사운드와 좋은 가사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이 앨범을 작업하면서 자신의 편집증적 완벽주의 성향을 극단까지 몰아부친 이이언은 정말로 많이 망가지고 다친 몸으로 팬들 앞에 나타났고, 이 정도까지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여야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건가 하는 고통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이후 이이언은 자신이 그동안 얻은 방법론과 노하우를 갈아엎는 식으로 새앨범을 작업했던 그간의 방법을 버리고, 자신의 노하우를 이용해 조금 덜 자신을 혹사시키며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는데, 그 결과 나온 앨범이 저 어쿠스틱 앨범이다. 그러니까 그의 어쿠스틱 앨범은 “나 한 번 어쿠스틱 해볼까?” 해서 쉽게 출발한 앨범이 아니라 극한까지 갔던 자의 성찰의 결과물인 것이다.
나 조금.. 선덕선덕.. 이이언이라는 사람의 내면에 끌린다. 이런 성찰적인 남자라니. 그리고 젠더감수성이 제대로되어 있고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남자. (이런 남자가 정상인데, 한국에 그 수가 너무 적으니까 이런 남자를 발견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한다는 게 참 슬픈 현실이다;;) 그의 음악과는 벌써 10년 전에 사랑에 빠졌는데, 정작 그와는 이제와서야 새로 사귀는 사람처럼 알아가는 이 느낌이 정말 묘하다. 음악을 보면, 굉장히 예민하고 까칠하고 섬세할 것 같은 사람인데, 인터뷰나 방송에 나와서 말하는 것도 역시 자신의 음악과 닮은 섬세하고 나른한 자기만의 분위기기 보여서 매력적이다. 그러면서도 한편 트위터에서는 의외의 유머를 보여주는데다가, 농담과 진지함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저 인터뷰만 봐도 괜시리 끌린다.
이이언 1집의 Bulletproof
이건 어쿠스틱 앨범인 2집에서의 Bulletproof
이이언, Bulletproof
날 따뜻하게 해주던 너의 나쁜 짓
and my bulletproof soul
작은 알약으로 대신한 오늘의 기도
and my chemical peace
그저 함께 있어줘
그저 함께 있어줘
슬픈 줄도 모르고 우린
슬픈 줄도 모르고 우린
슬픈 줄도 모르고 우린
슬픈 줄도 모르고 우린
슬픈 줄도
지금쯤 선악과가 많이 열렸겠지
at my forgotten home
i wish i had a bulletproof soul
i wish i had a bulletproof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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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멜로디를 가진 노래인데, 첫 번째 음원은 디지털에 대한 연구의 결과물인 1집 곡이고, 두 번째 음원은 그 다음에 나온 어쿠스틱 앨범에 들어 있는 곡이다. 예컨대 1집 앨범이 장르적으로 일렉트로니카인데, 외장악기를 쓰지 않고, 즉 신디사이저조차 쓰지 않고 소리 하나하나를 직접 프로그래밍해서 만들어서 작업한 앨범이란 거다.
이 Bulletproof는 내가 참 좋아하는 라디오헤드의 초기 명반 The Bends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와 제목이 똑같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도 멜로디와 연주가 명징하게 살아있던 명반들을 몇 장 쏟아낸 이후 이이언처럼 소리의 실험 쪽으로 넘어갔다. 최근작들은 대중이 이해하기 힘든 경지에 이르렀고..ㅠㅠ 예전에 우리가 사랑했던 음악을 더 이상 써주지 않는다는 점에선 조금은 슬프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뮤지션이 자신의 실험과 성찰을 계속 진보해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톰요크처럼 이이언도 소리에 관한 편집증적인 연구를 해나가는 순례자 같은 느낌의 뮤지션이다. 그리고 서태지. 소리에 관한 편집증적인 연구라면 빠질 수 없는 그의 다음 앨범은 어디로 갈까. 단순하고 간결한 음악으로 돌아가고 싶어할까 아니면 그 실험을 아직도 더 하고 싶을까. 그의 다음 앨범은 언제일까. 이이언을 알아가며 갑자기 또 내 태지오빠가 궁금해지네..
그리고 우현아. 너의 외면과 너의 웃음, 너의 귀여운 구석들을 지치지도 않고 반복적으로 이뻐하는 팬들의 안온한 품이 안락하겠지만, 때로 너의 음악은 그 안락한 품을 부정하는 것처럼 만들어져야 한다는 걸, 그 안락한 품을 부정하는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걸 네가 생각할 수 있을까. 그 부정이 결코 결별이 아닌 것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정말 너의 음악을 한다면 그 안락한 품을 초월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기를.
나는 간절히.. 그가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는 그럴 수 있을까. 정말 고독 속에서 자신의 음악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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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곳에서 쓰는 용어로 말하자면 컴포트 존(comfort zone)이야. 그에게는 그 컴포트 존이 팬들이기도 하고 지금 있는 익숙한 세계 겠지. 나도 일하면서 컴포트 존을 벗어나고 싶은 날이 오고 벗어나야 발전을 하는 걸 느끼는데, 그도 음악을 계속한다면 그 컴포트 존을 벗어나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거야. 컴포트 존을 벗어난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날이 올 거고. 이미 해봤을 수도 있고. 난 궁금한데 아이돌팬들이 아이돌에게 바라는 그 귀여운 모습들. 그게 사람의 전부가 아닌데 아이돌팬들은 계속 그런 부분을 덕질하잖아. 과연 스타는 그런거에 안 지치는 걸까. 그게 내모습이 아니잖아. 그게 내전부는 아닌데. 나라면 힘들어질 거 같아. 난 팬이 아니니까 이런 말 해도 되겠지?
해도 되지.. 팬들조차도 저런 말을 나눌 수 있어야 하는데. 나조차도 저런 말을 팬들 모인 커뮤에서는 다른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까봐 못 하고 이곳에서밖에 못 하고 있네… 컴포트 존을 벗어난다는 게 뭔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거고, 알더라도 생각도 하기 싫은 이들도 있을 거야. 그리고 그 부분, 지치겠지. 나라도 내 모습의 전부가 아닌 걸 끊임없이 이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고맙고 감사한 것도 진심이지만 이게 나의 전부는 아닌데, 나는 항상 이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걸까 하는 회의가 찾아올 거야. 그게 인간이니까..
그나마 아무생각 하지 않는 팬들은 우현이가 컴포트존 벗어나도 좋아할 팬들이 꽤 될거고(우현이가 뭘하든 따르고 좋아할..이건 마치, 투피엠때의 재범이 모습이 좋아서 빠수니 됐다가 지금은 힙합팬이 된 힙알못 출신 수니들처럼)
컴포트존 벗어난 모습 생각도 하기 싫은 팬들은 걍 갈아타는거고..
넘 적나라하고 잔인한가 내 표현이. ㅋㅋ
우현인 고민 많이할거같아.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잖아. 막말이니 이것도? ㅋ
근데 너..위의 두 뮤지션을 남자로서 관심갖게 된거야 혹시? 궁금궁금
맞아요 그런 팬들은 또 그럴 거에요. 아 그리고 막말 아니에요. 이 홈에서만큼은 저 제발 자기검열하고 싶지 않아요.
우현이는 잘 할 거 같아요.. 제가 찍고 믿고 있는 남자라서. (토나오는 발언인가요.ㅠㅠ)
남자로서.. 그쵸. 남자로서 관심 갖게 된 거죠. 검정치마 조휴일은 남자보다는 음악하는 악동 같은 천재끼가 보여서 관심이구요. 이이언은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에 대한 경탄과 남자로서의 관심과 끌림이 섞여 있어요. 이이언이 하는 말들, 고민들, 쓰는 글들을 보면… 제가 원하는 성찰적이고 매력있는 남자의 모습 맞거든요. 음악을 대하는 자로서도 굉장히 성찰적이고, 그가 하는 ‘사유’들도 제가 바라는 남자의 모습에 가깝고 목소리도 좋고 음악도 좋고, 외모도 제 취향에 가까워요.
근데 ㅎㅎ 언니가 아주 직관적인게.. 제가 요며칠 언니의 질문과 같은 고민 해봤거든요. 제가 정말 매력적이다 생각하는 남자의 모습은 이이언이나 루시드폴(루시드폴의 블로그에 있는 글이야말로 정말 성찰적이고 철학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글이고,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 그의 음악으로 드러나거든요. 그니까 사유 없이 거저 탄생한 음악이 아닌거에요 ..) 같은 모습인데, 정작 제가 정신 못차리고 빠져드는 남자는 오군(빠져든 시점으로 하면 아무 사유도 없어 보이던 오군 스무살 때)이나 우현이 같은 남자잖아요. 오군은 저와 너무 밀접한 관계므로 빼고 스타인 우현이만 말하자면, 우현이의 젠더감성도 정리된 글로 본 적 없고(아마 이이언만큼은 절대로 못 될거에요), 우현이의 사유와 성찰이 정리된 글도 없어요(아마 내적으로 사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이언이나 루시드폴처럼 글로 잘 풀어내는 건 못할거라고 생각), 그러니 제가 매력적인 남자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젠더감수성도, 깊은 사유와 성찰도, 그 사유의 결과물이라고 확신되는 음악도 없는 스타한테… 저는 불가항력적으로 빠진다는 거죠.ㅠㅠㅠ 슬픈 일인데. 이게 바로 사랑의 위대함이고 초월성인 거 같아요 ㅋㅋㅋ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면 제가 남자한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저런 요소들도 확인 안 된 남자한테 불가항력적으로 빠지는 건가요 ㅋㅋ 정말 위대해요. 웃프네… 근데요 저는 오군이 점점 더 제가 흥미를 가지고 존중할만한 사유와 성찰을 하는 남자로 변해가는 걸 목격해왔거든요. 그러니 우현이도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저는 제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남자는 그렇게 성숙해간다는 확신을 받거든요. 물론 그들에게 없던 걸 만들어내게 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원래 있던 가능성들이 성숙한다는 확신이요. 지금도 저는 우현이가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느낍니다. 점점 더 욕심이 있는 뮤지션으로 변해갈 거라는 확신이요. 언니가 지난번에 그랬잖아요. 네가 그렇게 느낀다면 맞을 거라고. 그 말을 듣고 나니, 괜히 객관적인 척하며 제게로 오는 이 확신을 애써 지우는 짓 안하기로 했어요.
이런 말을 솔직히 쓰고 보니, 제가 우현이팬으로서 간절히 원하는 부분이 이 부분인 거 같아요. 어떤 팬들은 그가 나오는 모든 행사나 사인회에 가까이 가서 그의 얼굴과 모습을 보는 것에서 행복을 찾을 거고, 어떤 팬들은 그를 보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오는 것에서 행복을 찾을 거고, 다 각자의 팬질 스타일이 있을텐데.. 저는 그런 부분을 원하면 고통스러운 공허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어요. 저는 거리상으로도 그런 팬질은 할 수가 없고, 한국에 있었어도 그런걸로 행복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제 공허를 근본적으로 채우는 부분은 이거인 거 같아요. 우현이한테 정신적이고 근원적인 부분에 지지를 주고 본질적인 영향을 받아 성장하고 깊어지는 뮤지션의 모습을 보는 것. 그리고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 제가 진짜 원하는 부분이네요 그러고보니. 이런 부분이 채워지면 10년 20년 30년 뮤지션의 동반자 같은 팬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마이우현으로 제가 하고싶은 일도 이런 거에 아깝고..
제가 오군한테 우현이가 자기 음악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깊어지는 (이이언같이 저런 깊이있는 고민을 하는) 뮤지션이 되어갈 수 있을까? 어제 물었더니 대답이 우현인 그런 사람이야. 그렇게 되고 싶은게 느껴지잖아. 이러는 거에요. ㅋㅋ 오군이야말로 진정한 팬인듯;;;
강 일반 남자들에 대한 나의 느낌은, 아이언처럼 사유가 분명하고 철학이 분명한 사람보단(그 사유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다 하더라도), 백지상태의 남자들이 더 남자로선 나은거같더라.(친구나 인간으로서 말고 남자로서)
백지상태였다가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여성에 의해 바뀌어가는 남자가 더 낫지 않아? 유연성이 좋은거거든. ㅋㅋ
맞아요. 제가 그 입만 살은 가증스런 인문학 전공자들과 똑똑한 남자들을 보면서 느낌 한심함이 그거. 백지상태였다가 사랑하는 사람.. 하.. 좋은 말이에요. 백지로 만났다가 서로 바뀌는 걸 느끼는 게 더 멋져요. 전적으로 공감. 친구나 인간으로선 대화할 때 좋은데, 내남자로는 별로라는 것도 공감이요. 전 문과전공자를 친구로 두고는 싶지만 연인으로 두고 싶진 않아요.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언니는 문과전공한 남자를 연인으로 남편으로 두고 살고 있잖아요!! 아마 대교오빠가 전형적인 문과전공자의 가증스러움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근데 언니 소곤소곤.. 이이언의 사유는 그 가증스런 남자들의 제잘난 사유라기보단 되게 반성적이고 성찰적이고, 유연성이 있는 사유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 제가 빠져서 이런 거겠지만. 젠더문제에 관한 글도.. 본인도 점점 더 깨달아가고 있고, 지난날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날이갈수록 깨달아가고 있다고 인정하며 겸허하게 쓰더라구요. ㅎㅎ
그렇구나..입만 살은 인문학도들과는 다른 느낌이 든다면..또 그 감성으로 음악을 한다면 입만 살은건아니겠지.
아..나 예전에 룸싸롱 다니는 동료들 싸잡아서 욕하던 자칭 인문학도 남자시키가 알고보니 본인이 룸싸롱 죽돌이였음. 입만 그렇게 살더니..그뒤로 난 공부좀 했다는 남자들은 싸그리 다 싫어하게되는 편견이 생겼음.
젠더감성 풍부하다고 자부하던 놈도 결국 절세의 미인한테 푹 빠져서 오래된 여친 두고 몰래 바람난 사건도 그랬고..(이건 좀 웃긴가ㅋㅋ)
그래도 반성의 과정까지 솔직하게 말할정도면 이이언은 걍 겉멋은 아니겠지. 스스로 어렵게 체득한거니까..
아, 그리고 우현이가 사유와 성찰이 점점 풍부해져가는게 느껴진다면, 우현이 혼자 생각하지말고 다른 멤버들에게도 그생각 나눠줬으면..(사심은 아님. 난 단지 젠더감성 풍부한 아이돌 그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에ㅋㅋㅋㅋㅋ)
그러게요 젠더감수성 똑바로 박힌 아이돌그룹 얼마나 좋나요….
나 방금 이이언 노래들 들어봤어. 내가 들은건 1집이고.
니가 소리가 좋다해서 소리에 집중해서 들어봤는데, 지지지직 드르럭 거리는 잡음?들이 이렇게 따뜻하고 몽환적일 수 있다니..bulletproof도 좋고. 난 drug도 좋네. 글구 ‘자동차 창문 사과 모자’인가 제목이? 그게 젤 좋고..어쩜그리 지지직거리는 소리들이 샘물의 물방울처럼 톡톡 튈수 있지.
암튼 전체적으로 다 좋다. 대중적이지 않은데도 전혀 거부감 없고.
미안하지만, 몇곡은 규기력의 목소리를 입힌 상상을 해봤어. 규가 부르면 좀더 대중적이고 포근한 노래로 재탄생할거같다는ㅠ
근데 잘 모르겠지만 니가 취향이 좀 세련되고 나른한거 좋아하는건가. 아님 우현이처럼 청초하던가.
암튼 나른하면서 포근하고..오바가 없는 자연스러운 실험같다.
언니 표현들이 넘 이쁘네요. 그런 지지직거리는 온갖 소음 같은 소리들이 아름다운 음악이 된 앨범.. 언니가 되게 잘 들으시네요+.+ 이게 이이언 솔로1집인데 모든 소리들이 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부 이이언이 프로그래밍해서 새로 만들어낸 소리들이에요. 그런 소리를 모아다 음악을 만든 거… 예전에 태지오빠도 솔로1집에서 드럼 소리를 일일이 그런 식으로 만든 적이 있지만, 이이언은 모든 소리를.. 뮤지션들이 사실 디지털 소리를 폄하하고 악기의 어쿠스틱한 소리가 더 좋은 음악이라는 편견이 다들 있거든요. 이이언도 못 1집을 작업할 때만 해도 아날로그에 대한 집착이 있었는데, 그걸 다 버리고 디지털로만 음악을 만들어보면서, 둘 사이에 위계가 없고 단지 스타일의 차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대요. 그러니까 그걸 대충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렇게 직접 고생해서 실험을 해 보고 극단까지 가 보고 결론을 내리는 그런 자세가 저한테는 너무 매력적인 거… +.+ 만약 언니 우현이가 이렇게 음악까지 이 정도로 한다면(같은 스타일의 음악이 아니라 이 정도로 깊이 고민해서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저는 정말 완벽한 이상형의 뮤지션을 찾은 셈인 건데 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몇 년 동안 혼자 작업실에서 이런 작업을 하다가 이이언이 건강이 많이 상하고 심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대요. 극한까지 가본거죠.. 그리고 나서 나온 게 그 다음엔 전혀 다른 방법론(어쿠스틱한)으로 악기소리를 가지고 만들어왔어요(realize앨범).. 가사도 1집은 죄의식에 관한 가사라는 컨셉이 일관되고. 제가 진짜 좋아하는 앨범은 조금 더 대중적이라 할 수 있는 MOT 1집(2004년 ‘비선형’앨범)이에요. cold blood, 카페인, 날개, 자랑, 그러나 불확실성은 더욱더, 가장 높은 탑의 노래 등등 다 좋아요. 멜로디가 훨씬 정확하고 명징하고. 그리고 이이언이 예술가 같은 게 가사가 자기 성찰적인 사유의 결과물이라는 느낌이 오기 때문에…. 그냥 음악만 범상하고 사유가 받쳐주지 않는 사람들은 악동의 장난? 천재의 장난끼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이언은 그런 게 아니라 사유도 굉장히 고심해서 한 흔적이 있고 그게 또 시처럼 아름다운 가사가 되어 나오거든요. 언니가 덜 대중적인 이이언 1집을 이 정도로 잘 들었다면, 못 1집은 더 쉽게 들려올 거에요 아마. 제가 넬 음악도 좋아하는데 분명 김종완이 멜로디를 되게 잘 쓰거든요. 전체적인 사운드는 과잉스러워 귀가 피곤할 때도 많지만. 근데 그 사람은 사유가 이이언처럼 성찰적이고 반성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오기 때문에 사랑하고 싶지는 않은 사람이에요 하하….
이건 다른 얘긴데 전 가사를 상투적인 문구를 가져다 쓰는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사실 대중가요의 가사가 대부분 상투적이잖아요. 그게 남의 생각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자기가 익숙한 표현에서 벗어날 생각을 안 하니까. 평소에 사유가 깊이 들어가지 않으니까. 전 사실 우현이 가사가 그런 일반적인 대중적인 상투적인 가사에서 벗어나 단순하되 신선한 느낌과 깊이가 들어가 있는 가사를 썼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평소에 생각이 그래야 하는데… 아, 그리고 언니 말처럼 규기력의 목소리로 이 앨범을 듣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잘 어울려요. 성규랑 이런 세련된 노래들이..
태지오빠도 참..집요한 덕후님이시구나.
암튼 나도 디지털에 대한 편견이 좀 깨지네. 디지털도 따뜻할수 있구나. 아니, 소음이나 잡음도 따뜻할수 있구나..
아날로그의 끝자락을 붙잡은 세대가 아날로그에 대한 집착,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집착과 디지털에 대한 편견이 있는거같아.
못 음악들도 들어봐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