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실패에 대한 격려
열음이 학교 정기 상담이 있어서 다녀왔다. ornus도 오늘은 재택으로 집에서 일하다가 다같이 담임 선생님 뵙고 왔다.
이런 상담은 일정한 틀이 있어서 항상, 쓰기/읽기/수학/이번 학기의 목표 이 정도 네 가지 큰 영역으로 나눠서 이야기한다.
이 곳에 와서 많이 느낀 게 이곳에서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학습 영역이 있다면 크게 읽기, 쓰기, 수학이다. 숙제도 이 세 가지 영역에서만 내 주고. 학습에 대한 상담도 이 세 가지 영역에 대해서 주로 얘기하고.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다가 이제 미국에 온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난 열음이가 낯선 환경에 무리 없이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감지덕지인데, 열음이는 우리 기대 이상으로 학교 가는 걸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림도 너무 잘하고, 영어도 빠른 속도로 익혀가고 있고(이젠 한국어를 잊어버리는 문제가 더 걱정이다ㅠㅠ 그래도 집에서 대화는 거의 한국어로 하고 있음), 모든 걸 재미있게 긍정적으로 하고 있어서, 사실 우리는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이곳에서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실수와 실패에 대한 격려’다. 실수를 성공보다 더 장려하기까지 한다. 실수 없이 완벽하게 무언가를 끝내려는 태도를 위험하게 여기고, 특히 시험에서 100점 맞는 학생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배우고, 다시 도전하고, 또 다시 도전하는 걸 장려하고 또 장려. 오늘 선생님이 우리에게 여러번 해주셨던 말도 이 부분이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몸에 배게 해주고 싶은 삶의 태도도 이에 가깝기 때문에, 우리 생각과 비슷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다.
내 어린 시절. 시험에서 틀리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시절이 떠올라 어린 나에게 안타까워진다. 그때 내가 시험에서 더 잘 틀리고, 틀리는 걸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어린아이였다면 조금 더 많은 일들을 부담 없이 도전해볼 수 있었을텐데, 더 많은 사고도 쳐 보고 경험하는 세상도 더 다양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 나는 우리 아이들이 도전과 모험을 밥먹듯이 편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로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강요가 아니라 그냥 나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서 집에서도 아이들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을 막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사실 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하는 도전이란.. “잔디에 내가 물 줄게요(마당 물바다 만드는 거 포함)”. “그릇 내가 꺼낼게요(꺼내다가 깨뜨리는 일 포함)”, “차고 제가 청소할게요(청소하다가 더 어지르는 게 함정)”, “쿠키 반죽 내가 할래요(반죽하다가 온 거실에 밀가루 흘리는 일 포함)” “욕실 우리가 정리할게요(욕실 물바다 만드는 게 함정)”….. 아이들의 도전을 지켜보기 위해서 감내하고 견뎌야 하는 일들이 많다. 어질러지고 더 망가지고 더 일이 늘어나는 걸 참고 견뎌야 하는 거다. ㅎㅎㅎ
물론 나도 사람이라, 가끔 욱할 때가 왜 없을까…ㅠㅠ 가끔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현장에서 망연자실 욱할 때도 있지만, 나는 우리 아이들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일 저지르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들이란 게 진심으로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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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초2때 엄마 돕는답시고 설거지 했다가 엄청 혼나기만 했던 기억이ㅋㅋ 칭찬받을거 기대하고 했는데 엄청 혼났으니 그뒤론 스무살 될때까지 집안일에 한번도 손 안댔지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나는 딸이라는 이유로 졸지에 나쁜년 취급받는 경우가 많았던거같아. 딸이 되가지고 집안일 안한다고 욕먹고, 딸이 되가지고 애교없다고 욕먹고, 딸이 되가지고 엄마 신세한탄 안 들어준다고 욕먹고..(아니다. 다른건 못했어도 엄마 신세한탄은 스물 아홉때까진 들어줬으나, 본격적인 우울증 시작 후 못들어주겠다고 선언한 뒤로 엄마한테 두고두고 죽일년 취급받음ㅠ)
사실 내가 다른집 딸들처럼 조금만 순종적이었다면, 별 생각없이 좋은게 좋은거라는 태도로 집안청소도 틈틈이 돕고 남동생도 돕고 엄마아빠 얘기도 잘 들어주고 심부름도 즉각즉각 하는 착한 딸이었다면, 나도 남들처럼 정상적인 모녀관계였을까??
내 동생이 남동생이 아닌 여동생이었다면, 아니 내가 동생이고 내동생이 오빠였다면 부모님이 나에대해 조금더 관대했을까? 이런것도 자라면서 생각 많이 했었고..
어렸을때만 해도 내가 못나서 많이 혼나는건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그냥 만만한 자식이자 못마땅한 딸(문화적으로 딸에게 요구되는 덕목들을 수행 못하는) 이었던거야. 한남중의 한남이신 아버지로 인한 엄마의 스트레스가 다 나한테 집중되기도 했던거고..
나의 정신적 문제가 모두 가부장적 문화에서 기인한거라는 생각을 하니(물론 나의 정신건강의 선천적 취약성도 있겠지만), 너무 화가나서 걍 한국을 폭발시키고싶을 때가 많아.
아..실패와 실수의 가치를 얘기하려다 또 삼천포네. 암튼 나도 유라한테 조심해야지. 어제는 유라 혼자 디비디 씨디 넣다가 잘못 만져서 기스날뻔한거 짜증내서 미안하네. 나나 잘해야지. 부모 원망 할 때가 아니군.
맞아요 언니. 언니가 겪은 그 수많은 문제들은 대한민국의 딸들이 여성으로 자라면서 대개가 비슷하게 겪은 문제고 모든 문제의 원인은 가부장적 문화이구요. 한남 아버지가 근원입니다. 그 아버지라고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이 문화의 희생양이긴 하지만요. 한남 아버지한테 희생하고 헌신하고 사는 어머니들의 정신적인 문제가 자식을 향한 거구요. 특히 딸에게는 다시 한번 그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순종과 희생의 굴레가 씌워지고..ㅠㅠㅠ 언니 얘기에 저 지금 좀 마음이 아파오네요..ㅠㅠㅠㅠㅠㅠ
순종적인 딸이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저도 주변에 그렇게 참고 순종적으로 그 문제 다 받아내며 살아낸 딸들이 있지만, 그들의 인생이 결코 행복하지 않아요. 말없이 참고 살던 그들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선 그 쌓였던 것들이 반드시 터지는 날이 옵니다. 안 터지는 사람이 더 위험한게 그 사람은 자기 자식한테 또 대물림하지요. 자신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문제들을 자식한테 또다시 무의식중에 대물림하는 게 젤 무서운 문제에요 사실… 순종적이지 않고 저항했기에 그나마 언니가 이 정도 건강하게 있는 거라고 믿어요. 순종적인 딸들은 괴로우면서도 또 엄마와 부모한테도 못 벗어나요. 끝까지 부모한테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은 거… 언니 부모님 버리세요. 마음으로 버리세요. 마음으로 떠나보내세요.. 인정받고 싶어하지도 말고, 인정받고 싶은 기대가 또 어긋나서 아파하지도 말고.. ㅠㅠ 그냥 타인이라고 생각하세요. 타인이 날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거니까.. 포기해야 해요. 부모와 결별이 진정한 성장이라고 하잖아요.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쉽지 않은 일이고 저도 남에게 하는 말이니 이렇게 쉽게 말하는 거겠지만요..ㅠㅠ
아냐 위로가 돼. 내가 진짜 듣고싶은 말이 “마음으로 부모를 버려라”였던거같아. 사실 정신과 의사들도 상담은 잘 못하거든. 중요한건 정신과 의사들도 한남들이 많고ㅋㅋ
그래. 내가 버리지 않으면 유라한테 대물림될거야. 두고두고 명심해야겠어. 암튼 뜬금없는 아픈? 얘기 읽어줘서 고마워.
맞아요 그거에요.. 자식 생각해서 떠나보내는 거에요. 제대로 못 결별하면 내 자식한테 대물림할 수도 있으니까…ㅠㅠ
그러네요 정신과 의사들도 한남들 천지일듯. 가부장제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을 지배하는 천형과 같은 근원인 거 같아요… 하..;;;;
그리고 언니 평생 동반자, 대교오빠가 좋은 사람이잖아요.. . 요즘 계속 미드 섹스앤더시티를 보는데..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데이트하고.. 언뜻 화려한듯 보이는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결국 “나에게 유일한 한 사람. 내가 외로울 때 내곁에 있어줄 그 한 사람!은 어디있는 거지?” 더라구요.. 저 뜬금없이 울었잖아요.. 내곁에 내편인 사람 하나가 있다는 게 정말 큰 걸 얻은 거구나 싶어서.. ㅠㅠ 아무리 시니컬하고 쿨한 사람도 결국, 내편이었으면 좋겠는 사람 한 명이 갈급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좋은 남자가 곁에 있으니 힘내시고, 부모님이랑은 결별하세요. 마음으로 결별하고 나면, 그 때부턴 또다시 부모를 대면해도 과거의 그 부모는 아닐 거에요. 전 그랬어요…
그래, 정신 멀쩡치않은 나를 보듬어주려 노력하는 남편 있는거만도 감사하지ㅠ
섹스앤더시티는 중국어 더빙된거를 찾고있어..나도 보고싶네.
참, 어제 나는 정려원이 13세 연하남이랑 열애설 나서 기뻤는데 아니라네..부디 진짜였으면ㅋㅋㅋㅋㅋ
글구 내가 냉부해를 뒤늦게 봤고 성규 독립한거도 어제 냉부해 보고 처음 알았는데, 독립하면 걱정되고 싫을줄 알았는데 막상 독립했다니까 더 섹시하게 느껴져.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혼자사는 젊은 총각 내음이 풀풀 날거같은~ ㅠ 니 홈피의 품격이 있으니 더이상의 상상은 발설 안할게ㅠ 글고 일주일에 한번씩 성규 엄마가 오셔서 반찬 해주신다니 안심이고. 근데 성규어머님 이왕이면 성규집 가시지말고 상해 오셨으면ㅋㅋ
아..그나저나 려원이 어떻게좀 진행해보면 안될까. 홧팅이다ㅋㅋ
혹시 그거 찾게 되시거든 2시즌부터 보세요. 1시즌은 별로 볼 필요가 없어서. ㅎㅎㅎ 2시즌부터 보면 더 재밌어요.ㅎㅎ
려원 ㅎㅎ 제 또래니까 저도 더더욱 관심 가더라구요 ㅎㅎㅎ 하지만 상대 남자가… 우리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로 알 수는 없으니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암튼 연상연하커플 적극 환영하는 맘은 저도 똑같습니다. 제가 가는 커뮤에 극소수 리플들이 “저렇게 열살 이상 어린애가 남자로 보이냐”는 질문이 있던데 거기 달린 리플들이, “네 넘나 남자로 보이구요!” ㅎㅎ 너무 남자로 보이죠. 왜 안보이나요? 누누이 말하지만 우현이 남자로 보이구요. 남자로 안 보이면 제가 좋아할 이유가 한 개도 없습니다!!! ㅎㅎ
글구 내가 잘은 모르지만 성규가 인터뷰마다 가족 보고싶다고하고 엄마랑 누나 보고싶다고 하는거로봐선, 밥 문제보다는 성규가 엄마랑 수다떠는거 좋아하는거 아닐까하는 추측이(단지 내 추측이고 떠도는 얘기는 없음)ㅠ. 그렇다고 마마보이는 아닐거같고 결혼하면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새로 꾸린 가정으로 옮겨가겠지. 아내랑 수다떨기 좋아할거같고. 순전히 내 추측이자 망상.ㅋㅋㅋ
암튼 나도 나이든 아저씨 좋아하는 여자들 심리는 이해 안돼. 뭐 성적 취향은 논리적으로 설명될수 없는거니 그 취향 나름 존중은 한다만ㅠ
나는 소년 느낌을 잃지않는 얼굴에 남성스런 색기가 공존하는 젊은 청년이 내 취향이니까. 어쩔때는 내가 젊은 육체, 젊은 남성의 관능미에 집착하는 밝히는 여자인가 싶기도 하고ㅠ
네 저도.. 소년의 느낌이 있는 어른의 얼굴이 좋아요. 정말 소년은 그저 애같을 뿐인데, 어른에게서 소년의 향기가 나면 그렇게 애틋해질 수가.. 그것도 아무한테나 그런 게 아니라 꽂히는 사람은 너무나 희소하다는 게 정말 신기한 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