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것들
혼자 남는 오전.
차를 달려 한적한 옆동네 레드몬드에 왔다.
겨울에도 온화한 편인 시애틀이 며칠 째 영하의 기온이다.
차가운 바람이 구름들을 몰아냈는지 햇빛이 쨍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한적한 들판, 나뭇가지 위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고, 혼자 달리는 차안에서 생각이 깊은 곳을 파고든다.
바쁘고 지치는 일상은 우리를 본질적인 의문들 대신 그 의문들 위에 덮인 반복적인 삶의 과제들로 도피하게 하겠지만,
시애틀에 정착한 이후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진 나는 바쁘게 도피할 일상이 없어,
유독 근본적인 의문들로 깊이 내려가게 된다.
홀로 남은 시간 차를 타고 길을 달리고 달리며, 시작을 알 수 없는 외로운 질문들을 붙들고 서 있어..
.
.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슬픔,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바람,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는 공허, 근원을 알 수 없는 고독.
시리도록 하얗게 내려앉은 서리 위로 지나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어디서 오는지 모르는 이 질문들이 주는 아픔에 고개를 젓다가
잡히지 않는 시간의 결을 만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만질 것처럼 손을 뻗어본다. 야속한 허공에 손을 뻗어본다.
하얀 서리가 내려앉은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 가에 차를 세우고..
농장으로 연결되는 고즈넉한 길.. 혼자 있을 때 종종 가곤 한다.
요즘 드라이브 길에 가장 자주 듣는 음악은 최근 나온 조동진 씨의 “나무가 되어” 앨범이다.
이 앨범 덕에 수십년 전에 발매된 그의 음악을 오랜 시간창고를 살피듯 헤집어 하나씩 하나씩 몰랐던 노래들을 듣곤 한다.
요즘 역순으로 찾아보고 있는 조동진의 오래전 노래들 중에서
1994년에 발매된, <넌 어디서 와>..
장필순 씨와 함께 불렀다.
넌 어디서 와
내 강가에 머물고
이 늦은 저녁
내 어둠을 지키려 하는지
넌 어디서 와
내 숲 속에 잠들고
이 깊고 푸른
내 슬픔을 가지려 하는지
내 멀고 또 먼 그 옛날 저쪽
영원의 시간 지나
기쁨으로 여기 왔을까
그 끝없이 조용한 곳에서
넌 어디서 와
내 하늘을 나르고
이 길고 긴 날
내 꿈 속을 들여다보는지
…………………
조동익과 함께 편곡작업을 한 앨범들이나 이번에 발매된 앨범은 느린 템포 속에 무한한 공간감과 시간 개념을 담은 듯한 일렉트로닉 음악에 가까운데,
예전 노래들은 포크의 성향이 크고, 이 곡도 최근 앨범보다는 아무래도 간결한 포크의 성향이 조금 더 느껴진다.
조동진의 음악이 붙들고 있는 것들은 근원적인 의문들이다.
그의 노래는 무한한 공간과 시간 속 실체를 정의할 수 없는 깊은 공허와 고독을 만진다.
그리하여 그어떤 달콤하고 절절한 노래들로도 받을 수 없는 본질적인 위로를 그의 음악으로부터 받는다.
공허를 모르고는 지을 수 없었을 그의 노래들.
너는 어디서 와 내 깊고 푸른 슬픔을 가지려하는지, 영원의 시간을 지나, 끝없이 조용한 근원으로부터 온 너는..
너는 어디서 와 내 꿈 속을 들여다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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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서리맺힌 풍경 멋지다.. 자기 쓴 글은 마치 시 같고. 이렇게 보니 자기 글하고 조동진 가사하고 통하는 거 같아..
레드몬드 저 길 넘 좋지..이런 노래를 지어주는 이들이 있어서 다행..
“바쁘고 지치는 일상은 우리를 본질적인 의문들 대신 그 의문들 위에 덮인 반복적인 삶의 과제들로 도피하게 한다”라는 표현이 너무 멋져요. 언니가 저한테도 몇번씩 강조해준 부분인데, 저는 한고비 넘어서면 또 한고비 나타나고… 그래도 예전의 삶에 비하면 너무나 여유로워졌으니, 하루에 몇분씩이라도 짬을 내서 마음 공부를 할래요. 근데 저는 마음 공부를 하다가 결국엔 소설 이방인 속의 주인공 생각으로 치우칠 때가 많아서, 마음이 가는 곳으로 놔두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아요. 스님들의 말씀처럼 욕심을 버리고 집착을 끊어내는 것은 좋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끝날 삶이라고 삶을 내버려두고 싶진 않아요. 한번밖에 살지 못 하는 삶이니깐, 더욱더 알차고 매일을 즐겁게 채우고 싶은데, 이것도 욕심일까요…? 많은 고민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언니랑 형부처럼요! <3
한고비 나타나고 또 한고비 나타나고 하는 삶의 일상적인 과제들 속에서도 근원적인 질문을 잊지 않는다면 놓치지 않을 수 있겠지…
그나저나 너랑 나랑은.. 전화를 할 때가 되었다.. +.=
저 풍경들 보니 더 허무하잖아
마음이 막 바람타고 날아가버릴거같은 뻥 뚫린 기분.
늘 궁금했는데, 니 카메라?핸펀?의 화질이 좋은건지, 아니면 시애틀 풍경이 막찍어도 작품인건지,
암튼 저 사진들의 제목은 허무, 근원, 뭐 이런거로 정해도 되겠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 서태지도 지독한 짠돌이로 유명하지 않아? 전에 양현석이 방송에서 서태지는 맨날 햇반 세일하는 얘기만 해서 잼없어서 멀어졌다고 말했던 기억이ㅋㅋ 갑자기 생각나서 웃겼어. 태지오빠 우현오빠 다 짠돌이네ㅋㅋㅋ
네.. 더 허무하려고 더 허무한 풍경 속에 있었어요..
보통은 카메라 안 들고 다니니까 대부분 다 제 아이폰으로 그냥 막 찍은 거에요..
허걱. 그러고보니 태지오빠 엄청난 짠돌이로 유명한 거 맞아요 ㅋㅋ 어머 내 오빠들 두 명이 다 짠돌이라니… (오군도 돈 거의 안 쓰는데, 짠돌이여서가 아니라 술도 안 마시고 놀러다니지도 않으니 돈 쓸일이 없으니 그냥 돈 안 쓰고 사는 사람이고…ㅎㅎ)
언니 양현석 나온 힐링캠프 봤었나바요? 그인간이 거기서, 오랜만에 서태지 만났는데 햇반 세일하는 얘기만 하고 점점 관심사가 달라지는 것 같아서 멀어졌다고 입 털고 갔지요. ㅎㅎ 자기가 권력욕 물질욕에 눈 어두워 행보를 그렇게 하고 다니니 태지오빠가 자길 만나면 햇반 얘기나 하지. 서태지가 얼마나 여우인데 ㅋㅋㅋㅋ 하고 다니는 행보 의심스러운 거 다 알고 저렇게 멀리하려던 게 보이네요.. 안 엮여서 다행…
그러게 평범한 아재 둘이서 햇반 얘기 하는것도 웃긴데 대스타였던 서태지랑 양현석 둘이서 그런얘기 하는거 상상만으로도 웃겼는데…..ㅋ
그러네, 햇반 얘기 빼곤 양사장이랑 할 말이 없었겠지. 공감할 수 있는 공통의 화제도 없었을거고ㅋㅋ
그치요 ㅋㅋ .. 양사장이 태지 솔로 3집(7집) 낼 때까지만 해도 막 불량식품 선물세트 같은 거(추억의 선물세트요;;;;) 선물하고 방송 다큐에까지 나와서 그걸 자랑하고, 둘이 통하는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 YG 점점 더 키우면서.. 이젠 멀어졌네요. YG 자리잡기도 전 완전 초기에 사업 어려울 때 태지오빠가 언플해주고 도와주고 그랬어요. 지금은 둘이 통할 것도 없을 거라 생각하니 무상하네요. 하긴, 차은택이 국회 청문회에 앉아 있는 걸 보아야 하는 승환옹만큼 무상하진 못하겠지만… ㅠ
어, 승환옹이 작년 빠데이 콘서트에서였나, 차씨랑 연 끊은지 5년 넘었다고 그랬었대.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건지는 난 모르지만ㅠ 그냥 내 추측으론 귀신소동 얘기 하다가 그런 얘기 나오지 않았을까(귀신소동과 관련된 수록곡들 부르다가).
암튼 안타깝고, 잘 모르는 일반인들 중엔 이승환이 차은택이랑 관련있는 인물이라고 오해하고 까겠지. 그래도 굴하지않고 계속 소신 굽히지 않으셨으면 하고.
굳이 연 끊은 얘길 한걸 보면 그 때부터 그 사람은 뭔가 의심스런 행보를 하고 다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나저나 이번에 탄핵안 부결되면 더민주 의원들 총사퇴하기로 결의했다네요. 잘됐어요 짝짝. 더민주가 이렇게 협력하니 부결되면 다 새누리탓이고. 더민주 121명만 전원 국회의원 총사퇴해도 국회는 위헌기관이 돼서 해산해야 돼요. 그러면 총선 다시해야 하고. 총선 다시하면 새누리는 지금보다 처참해질 거고 국민의당도 줄어들듯. ㅎㅎㅎ 아무튼 지난 4월총선을 잘한 덕에 더민주가 의석수가 많아 이런 결정도 하고 이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응. 승환옹이 티나게 빨갱이짓 시작하신게 그 뒤부터이니, 그것과 뭔가 관련이 있을것도 같은 궁예질이 나혼자 저절로 되고..ㅋㅋ 사실 승환옹은 그전부터 정치 분야에 대한 관심만 구체적이지 않으셨을 뿐, 방송계나 음반업계에서도 제도권과 단 한번도 타협을 하신 적이 없는 반골분자셔서 차은택과는 코드가 안 맞았을거같아. 삶 자체가 존재 자체가 반골분자이시니.
더민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다행이긴한데, 박근혜 한명 끌어내리고 여전히 수꼴들이 권력 포기 못하는 그런 사태는 제발 안 왔으면…..
김대교 회사 내부에 한국 아재들 죄다 수구 아재들인데, 지금 밥먹듯이 하는 한탄이 “여자한테 나라를 맡기면 안돼.”래. ㅠ 이문열 칼럼에서처럼 박근혜 끌어내리고 보수가 재결집 해야한다는둥, 박근혜는 아버지의 얼굴에 먹칠을 한 탈선한 딸이라는 둥…아..토나와~
대교님 회사 아저씨들 진짜 토나오네요. 그런 논리를 따르자면 그럼 여태 세상 말아먹은 것들은 죄다 남잔데.. ㅎㅎ 그리고 보수 좋아하네. 어째 그래요. 수구꼴통들을 보수라 믿는 건 진짜 교양 문제 아닌가요. 교양이 없어도 얼마나 없으면 새누리 세력들이 보수라고 믿는지. 최소한의 교육만 돼있어도 알아야 하는 사실 아닌가요? 강남에 땅 좀 가진 졸부들이라면 지 재산이나 보신하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그딴 양심 없는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서민들이 그런 생각 하고 있으면 진짜 불쌍.. 그런 사람들 주변에 있으면 전 진짜 홧병으로…ㅠㅠ..대교오빠 지못미네요. 안그래도 한것도 없는 반기문이 다시 구 명박 세력들하고 합쳐서 대권 나올라고 시동걸던데.. 냄새가 나요. 이명박이 해먹은 게 많아서 자기 라인으로 대통령 앉히지 못하면 탈탈 털릴테니 어떻게든 꼭두각시 대통력 세우려고 별짓 다할텐데. 제발 다음 대선 문재인 가자구요.. ㅠ
어..그래서 김대교가 회사생활 시작하고나서 술을 거의 안 마시잖아. 학교 댕길땐 그리 술꾼이었는데, 이젠 중요한 팀 회식자리 빼고는 안 가니ㅠ
윗사람들이 “여자가 대통령 하면 나라 말아먹는다. 그치?”라고 하면 걍 피식 웃으면서 “저희 장인어른이랑 똑같은 생각이시네요.”라고밖에 말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이어서, 아예 술자리 불참ㅠ 그렇다고 중국 남자들이 밤늦게까지 술마시는 남자들은 아니니뭐ㅋㅋ
반기문 짜증난다..제발 다음 대선땐 문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