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화법, 팬들을 향한 비슷한 애착

 

 

아래 펜타포트 영상을 보면서 괜히 생각에 잠겨..
꼬꼬마시절부터 지금까지 서태지의 팬인 내가 왜 우현이한테 빠졌을까. 모르는 사람들이 언뜻 보면 음악하는 남자들이란 공통점 말고는 비슷한 점이 없어 보이는데..?
그래서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해보는데, 두 남자의 성품에 공통점이 많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공통점.

 

1.

가장 최근활동인 ‘소격동’ ‘크리스말로윈’ 활동 때 JTBC에서 손석희님과 생방 인터뷰하는 태지오빠.

조곤조곤 나직나직 말하는 태지오빠를 보면 우현이 브이앱이 떠오른다. 2년전에 혼자 나와서 연습생 시절, 어린 시절 들려줬던 그 브이앱이랑 며칠 전에 했던 브이앱.
목소리나 말투는 다르지만 비슷한 점이, 둘다 이런 자리에서 어투가 과장되거나 과잉이 없다.
그리고 또 하나는 말하면서 어려운 단어를 쓴다거나 화려한 수사를 사용한다거나 기교가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자신이 말하는 본질을 현명하게 전달하는 화법. 난 우현이 평소에 멤버들하고 유쾌한 모습이나 좀 발랄할 때 모습도 좋지만, 브이앱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줄 때의 그 편안함이 너무 좋다. 그리고 말할 때 저 얼굴에 시종일관 띄워져 있는 잔잔한 웃음. 미소. 약간의 쑥스러움. 이런거 태지랑 우현이랑 되게 비슷.

현명하고 머리 좋고 센스 있지만 결코 화려하거나 지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본질을 말하는 화법.

2.

팬들을 향하는 감정.

물론 수많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팬들을 소중히 여기겠지만 태지오빠와 우현이의 공통점이.. 팬들에 대해 유난히 더 애틋하고 애착적이며, 때로는 연인 같은 감정을 노출한다는 거다.

태지가 팬들을 향해 썼다고 직접 말한 많은 노래들, <우리들만의 추억> <마지막 축제> <너에게><영원><굿바이> < TAKE FIVE><아침의눈><비록>  가사를 보면..
인맥이나 인간관계가 좁은 서태지가 유난히 의지하는 애착 대상이 팬들이란 걸 알 수 있다.

활동 시절 내내 팬들에게 지극정성이었고. 모르는 사람은 서태지를 되게 카리스마 있게만 기억하는데, 아니다.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항상 수줍수줍 꿀떨어지는 눈으로 진짜 한명한명 천천히 꾹꾹 눌러서 바라봐 준다. 공연장 안에서는 너무 연인처럼 대해주어서 8집활동 때 수많은 팬들이 망상병에 걸렸었다..;;; 서태지는 25살 은퇴 후 26세에 결혼을 하고 27세에 솔로 1집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음반만 달랑 낸 거다. 음악을 영원히 그만둘 생각으로 한 결혼이 어려움을 겪고.. 결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별거상태에 들어가면서, 다시 팬들을 만나고 싶었던 그는 29세 때 솔로 2집(6집)을 들고 한국으로 와서 활동하는데, 몇 년 만에 팬들을 다시 만난 그는 공연장 안에서 진짜 절절했다… 하지만 무언가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으니 약간의 벽을 세우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후 미국에서 법적으로 완전히 이혼이 마무리된 이후 했던 2008년-2009년 솔로4집활동(8집)때는 진짜 공연장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절절해서 수많은 망상환자들 탄생. 어찌나 다정하고 연인처럼 대해주는지, 서태지의 수많은 남자팬들이 닭살 돋는다고 형 제발 자제하라고 팬커뮤에 엄청 글 올리고 그랬다. 진짜 심각하게… 근데도 그는 항상 팬들에게 절절… 공연 끝나면 집에 가기 싫다고.. 너희들이 너무 그립다고…. ㅠㅠ

 

(부연설명 : 2011년 4월 21일, 한국에서 이혼소송 사건이 터진 건 이미 미국에서 몇 년 전에 끝난 이혼을, 상대방 쪽에서 한국으로 다시 끌고 와 아무 효력도 없는 소송을 낸 거..;;; )
아무튼 2008년-2009년 8집 활동 때 팬들을 향해 절절하게 해주었던 행동들이 거의 극에 달해서, 뭐라도 터질 거 같은 분위기였다.
그 때 전국투어를 오래 해서 공연횟수가 많았는데, 공연장 안에서 밀어와 밀담들이 오고 가고. 밀당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무슨 일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공연장에서 팬들에게 절절했던 그 8집 활동 때 싱글 앨범으로 활동하다가 모든 공연을 마치고 활동을 마무리하며 8집 정규앨범이 나왔는데,
그 때 정규앨범 땡스투.

“우주의 거짓을 배우게 된 시간…나를 채운 물과 그 흐름이 같은 나의 연인들에게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고마워”
(서태지는 땡스투에 팬들에게 보내는 말 이외에 다른 말들은 한번도 적은 적이 없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실 난 팬들을 스타가 속으론 연인처럼 여기더라도, 표현은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연인’이란 말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보고. 특히 요즘에는 ‘유사연애’ 분위기가 많은 비판을 받는 분위기이도 하고. 그 이유는, 팬들과 스타 사이에 유사연애 분위기가, 결국 스타의 사생활을 존중하지 못하고 내꺼처럼 여기는 소유욕으로 가기 때문이다. 스타가 아무리 팬을 아껴준다 해도, 사생활은 그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스타를 연인처럼 여기지 않으면서 아껴주는 팬들도 얼마든지 많은데, 스타가 팬들과의 관계설정을 유사연애 분위기로 몰고 가면, 그렇지 않은 많은 팬들이 소외된다.)

 

.

.

그가 스물한 살 때 팬들을 위해 쓴 노래 <너에게> 가사를 보면,

 

…………..

너의 말들을 웃어 넘기는 나의 마음을
너는 모르겠지 너의 모든 걸
좋아하지만 지금 나에겐 두려움이 앞서

너무 많은 생각들이 너를 가로 막고는 있지만
날 보고 웃어주는 네가 그냥 고마울 뿐이야

너는 아직 순수한 마음이 너무 예쁘게 남았어
하지만 나는 왜 그런지 모두가 어려운걸
세상은 분명히 변하겠지

우리의 생각들도 달라지겠지 생각해 봐
어려운 일 뿐이지 나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을 때로는 외면하고
얼굴을 돌리는 걸 넌 느끼니(넌 느끼니..?)
너를 싫어해서가 아니야

너를 만난후 언젠가부터
나의 마음속엔 근심이 생겼지
네가 좋아진 그 다음부터
널 생각하면 깊은 한숨뿐만

사랑스런 너의 눈을 보면
내 맘은 편안해지고 네손을 잡고 있을때면
‘난 이런 꿈을 꾸기도 했어’

나의 뺨에 네가 키스할땐 온 세상이 내것 같아
이대로 너를 안고 싶어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일이 네 앞에 버티고 있잖아

생각해 봐 어려운 일 뿐이지
네가 접하게 되는 새로운 생활들과
모두가너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는 걸 알수 있니

너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조그마한 너의 마음 다치게 하긴 싫어
이러는 것 뿐이지

…………………………

 

난 이 노래 가사에서 우현이가 팬들을 떠올리며 만든 노래, <에브리데이>에서 느꼈던 묘한 감정이 떠오른다.. ㅠㅠ..
“너의 모든 걸 가지고 싶어”, “달려가 너를 안고 싶다”는 우현이나
“네 손을 잡고 있을 때면” “이대로 너를 안고 싶다”는 서태지나..
만질 수 없는 존재인 팬들을 향한 사랑은 공허에 부딪히는 애달픈 몸짓.
하지만 그 사랑이야말로 그들이 음악을 하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8집 때 <아침의 눈> 가사를 보면,

“내 손을 잡아줘 난 매일밤마다 어두운 물살 속으로 빨려 내려 흘러가던 꿈을 꾼거야”

이런 부분들에서, 팬들에게 떠나지 말라고 갈구하는 우현이의 갈급함과 비슷한 정서가 느껴진다.

 

8집활동 마무리하면서 나온 정규앨범 중 팬들에게 보내는 노래 <아침의 눈>이다

오랜 이야기엔 눈물도 사라지고 말겠죠
거짓말도 난 배우겠죠
내일도 만나게 될까요
나 이젠 무뎌져 버린 마음을 이젠 다신
거짓말로 버려두지만을 않기를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으로 딱 한번 울거야

밤을 새 춤추며 내려온 이제 곧 사라질 아침의 눈을
너도 잠시만이라도 보게 된다면 너무 좋을텐데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시간이 흘러
첫번째 비가 오는 날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으로 딱 한번 울거야

내 손을 잡아줘 난 매일밤마다 어두운 물살 속으로 빨려 내려 흘러가던 꿈을 꾼거야
가는 손목으로 그려낸 달콤한 향기 난 알아

(약속해  네게 지금 이 순간을..)
매년 첫 번째 비가 내리는 날
나의 노란 우산을 활짝 펼쳐 이 예쁜 꽃을
네게 줄거야

………………………..

사라질 모든 것(아침의 눈이든 팬들의 사랑이든 감정이든…)을 향한 허망함이 애틋하고 애달프게 다가오는 가사.
아침의 눈은 이제 곧 녹아 사라질 것이다. 그 허망함.
그러나 흰 눈이 모두 녹은 후 첫번째 비가 오는 날 노란 우산을 펼쳐 이 예쁜 꽃을 네게 주겠다는 말.
사라려버릴 그 사랑에 특별한 마음을 담아 예의와 존중을 표하는 게 느껴져 마음이 아린다.

“약속해 네게 지금 이 순간을..” 이 부분이 너무 좋다. 순간을 약속하는 한 우린 영원하다.
현실에서 영원히 이어지지 않는 사랑도, 순간을 기억하는 한 시공간을 초월해 영원할 수 있다..

.

.

연희동에 살던 서태지와아이들 시절에 팬들이 항상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고 그랬는데(그때는 사생이란 용어가 없었다. 지금은 이걸 사생팬이라 하지만,
그때에는 그냥 극성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행동을 하던 시절..)

 

집앞에서 기다리는 팬들의 얘기를 항상 이렇게 들어주고 편지 받아가고 선물 받아서 들어가곤 했다.

 

 

팬들 보면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봐주는 건 나이가 들고 결혼한 지금도 여전해서

가장 최근활동 때 2015년 클럽공연하고 나가는 퇴근길 보면.. 저사람이 서태지인지, 아님 우현이인지 헷갈리는 팬서비스를 보여줌. ㅋㅋ

 

 

38초부터 차에 올라타기 전에 팬들 얼굴 한명한명 바라봐주며 손키스를 세번이나 날려준다..

그러니까 팬들에게 손키스해주고 이런 거… 우현이만 하는 게 아니라 예전부터 태지오빠가 가끔 하던 거다. ㅋㅋㅋ 항상 이렇게 이뿌게 대해줬다고 팬들을…
저 팬들 바라봐주는 꿀 떨어지는 눈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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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퇴근길까지 기다리는 팬들 보면… 서태지 세대보다 좀더 어린 최근에 입덕한 팬들도 많다.
대학생 팬들도 많고. 팬커뮤에는 지금도 어디선가 음악을 듣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글을 올리곤 한다.

 

 

이것도 2015년에 했던 또다른 클럽공연 퇴근길.
경호원들이 소리 내지 말고 조용히 있어달라고 하자 팬들도 소곤소곤 조용해지고, 이날 늦어서 팬들 안 기다릴 줄 알고 그냥 가려던 건데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팬들. 공연에서 너무너무 정신줄 놓고 잘 논 거 보고 놀랐) 태지오빠 “너네. 뭐야 도대체…..말도 안돼.. ” 이러면서 얼굴엔 실실 웃음이… 팬들 보면 어쩔 수 없이 웃음이 삐져나오는 저 얼굴 눈빛.. 우현이 행동이랑 되게 비슷하다. 팬들 보면 좋아죽겠나봐.. 이런 느낌..

 

 

이것도 2015년 클럽공연 출근길.

차에서 나와 아이폰 들고 팬들의 얼굴을 찍는다..ㅠㅠ
그는 아이들 시절부터 종종 캠코더를 들고 나와 팬들의 얼굴을 찍곤 했다. 집에 가서 본다고..ㅠㅠ
오빠는 몸도 그대로고 왜 안 늙지..ㅠㅠ

 

.

.

 

이것도 2015년 클럽공연 퇴근길

“오빠 사랑해요. 오빠.. 오빠 건강하셔야 돼요.. 오빠 사랑해요” 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마음이 아린다.

 

 

ㅠㅠㅠ

 

이때 활동 중에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가 그랬다. 아이들 시절 활동할 때 나도 너희들과 연애하듯 활동했다고..
그래서 그 이후 팬들이 하나둘씩 짝이 생기는 걸 보면서 많이 쓸쓸했다며…ㅠㅠ ㅎㅎㅎ

(팬과 스타가 연인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것은 병리적으로 바라볼 구석도 있다. 실제로도 비판받는 부분이 있고 병리적인 부분도 있고.
하지만 난 중요한 건 스타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스타는 자기 삶을 살면서도 얼마든지 팬들과 묘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음악을 하는 그 순간. 노래하는 순간. 노래를 만드는 순간. 무대 위에 선 순간. 난 스타와 팬의 관계는 그 순간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서태지가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혼을 열번 하든 백번을 하든, 서태지가 노래를 만들고 노래하는 순간에는 서태지와 팬들은 사랑하는 사이일 수 있는 거다.)

………..

 

그에게 팬은 거의 절대적 존재였다.
사전심의제 때문에 노래 가사를 통째로 삭제해서 발매했을 때도 팬들이 구구절절 심의기관에 편지 보내고 심의 폐지 운동을 해서 사전심의제가 폐지되었고,
그 외에도 수많은 방송, 언론들과의 싸움이 정말 끊임없었는데 그때 곁에서 방패막이 되어준 존재는 팬들밖에 없었다. 서태지는 인맥도 없고 누구에게 로비를 하는 성격도 아니니, 그가 애착한 절대적인 유일한 존재가 팬일 수밖에..

스물 두 살 서태지가 3집에서사회비판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를 들고나왔을 때 정말 사회적으로 서태지 죽이기 현상이 극심했는데, 그 때 언론에서 서태지 사탄설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려서 시사 프로그램에서 다루기도 하고, 그 사건으로 혼란스러워했던 일부 어린 팬들이 태지를 떠나가며 씨디를 부숴서 보내기도 하고 그랬다는데,
팬들이 그렇게 배신을 때리고 떠나갔을 때의 심정이 담긴 노래가 바로 4집의 <필승>이다.

…………………….

 

난 버림받았어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보기좋게 차인것 같아
빌어먹을 내 가슴속엔 아직 네가 살아있어

정말 난 바보였어 몰랐었어 나를 사랑한다 생각했어
내 마음도 널 사랑했기에 내가 가진 전부를 줘버렸어
넌 왔다갔어 이런 날벼락이 이 세상에 혼자 남은듯한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있어 그리고 자꾸 깊은 곳으로 떨어져

그렇게 사랑스럽던 네가 나에겐 눈물을 보일 기회도 주지 않았었지
아무일도 난 잡히지 않았고 왜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나
허우적대고 있었지 내 생활은 칙칙하게 됐어
앞뒤가 맞지가 않잖아 나는 이를 악물고 오히려 잘됐어

아무도 모르게 내속에서 살고있는 널 죽일꺼야
내인생 내길을 망쳐버린 네 모습을 없애놓을꺼야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모르게 설레였던 나의 마음을
아름답던 기억들을 없애놓을꺼야 밤새우며 그리워한 많은 날들을
미치도록 사랑스런 너의 모습을

 

…………………….

 

팬들에게 절절한 만큼 애증의 감정도 가득해서 솔로 2집에서는 <ㄱ나니>란 노래를 통해 팬들을 향한 복잡하고 애증 섞인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날 좀 가만히 놔둬 줘
널 배신 못 할 나여도
가혹하게 찢긴 상처 핥았지
가만히 난 착하게 두 눈을 깔고

난 죽고 싶었건만 가끔 내겐 그나마
문득 따뜻한 감언 결국 또 네 속에
날 긋고 싶었건만 감히 네겐 차마
문득 난 죄책감만 결국 또 네 속에

넌 내 고통을 엿보고
난 또 감추려 애썼어
꽤 뚫린 난 저항할 순 없었지
알았어 신이란 내 곁엔 없어

난 죽고 싶었건만 가끔 내겐 그나마
문득 따뜻한 감언 결국 또 네 속에
날 긋고 싶었건만 감히 네겐 차마
문득 난 죄책감만 결국 또 네

웃네 만족한 듯
무척 즐겁게 넌 웃네
섬짓한

가끔 때때로 날 묶고
절대복종을 다 토해 낼 듯한
내 두뇌를 넘어선 두려움이
내 피로 고통을 뿜어 올렸어

난 죽고 싶었건만 가끔 내겐 그나마
문득 따뜻한 감언 결국 또 네 속에
날 긋고 싶었건만 감히 네겐 차마
문득 난 죄책감만 결국 또 네 속에

웃네 만족한 듯
무척 즐겁게 넌 웃네
섬짓한 미소를 띄고
넌 웃네 만족한 듯

웃네 섬짓한

…………………….
아무튼 그는 노래 속에서만큼은 정말 솔직하게 자신의 비밀스런 마음을 드러내는 스타일이었다. 은유를 사용하기도 많이 했지만.

……..
이렇게 팬들에게 절절하고 애절하고 애착하는 것도 우현이랑 비슷하지만, 외로움이나 고독을 품은 정서도 나는 어딘가 비슷하다고 느낀다. <슬픈아픔> 가사를 보면,
서태지가 느끼는 외로움의 감정이… 우현이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의 정서와도 비슷하다고 느끼는 부분.

 

슬픈아픔

나는 몇 해 전인가 빛을 버리고
어둠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네
이젠 분명히 내가 꼭
가야 할 곳이 있는데

내가 여기 있는 건 무슨 뜻일까
이 많은 슬픔 들은 무얼 말하나
나는 내게서 떠날 순 있지만
이겨낼 순 없는 걸 난 알아버렸어

떠나가버린 많은 사람들과
비참이 찢겨버린 나의 외로움
가야 하겠어 나의 세상으로
이 슬픈 아픔들이 다
날아갈 수가 있게

난 삶에 지쳐 쓰러졌을 때
내가 미쳐가고 있을 때
나는 애를 쓰며 싸웠었지
내 혼을 다해 기도했네

향기 없는 마음은 꿈을 꾸는가
홀로 지는 저 꽃은 눈물 흘릴까
아파하나 봐 마지막인 듯
내가 널 만져줄게 기운을 내봐

떠나가버린 많은 사람들과
비참이 찢겨버린 나의 외로움
가야 하겠어 나의 세상으로
이 슬픈 아픔들이 다
날아갈 수가 있게

나의 세상이 나를 맞이하며
끝없이 날아가는 춤 추는 새들
저기 보이는 나의 예쁜 집과
하늘에 넘치는 따뜻한

 

.

.

.

 

 

아이들 시절, 어린 소녀였던 나는, 태지오빠가 그냥 흰 티셔츠 하나 입은 이런 순간들을 참 좋아했다.. ㅠㅠ
아이들 시절 새하얗고 소년 같던 그의 외모는… 많은 소녀팬들을 설레게 해주는 깨끗함을 갖고 있었지..

 

 

……..

 

 

서태지는 타고난 천재성, 재기발랄함, 발칙함, 똘기 같은 걸 바탕으로 굉장히 다양한 음악을 했지만, 어딘가 한구석엔 항상 소년 같은 서정성이 느껴지는 음악들을 해왔다.
화려한 노래들 사이사이에서 빛을 발했던 서정적인 노래들..
우현이의 서정성과 음악적인 느낌은 다르지만, 나는 우현이가 가진 서정성, 애달픔, 소년같은 향기에서 서태지도 가지고 있던 (다른 종류의) 서정성과 청년의 향기를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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