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며칠 전에 영주권이 나왔다.

2015년 3월, 미국에 L비자로 도착한 이후 ornus 회사 스폰서로 시작한 영주권 신청 절차가 마무리 된 게 한 6개월 전쯤이고..
드디어 심사를 거쳐 무사히 발급. 이 정도면 빨리 나온 편이라고 회사 변호사가 오군한테 그랬다는데…
이제 우린 다른 나라에 6개월 이상 나가 사는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미국에 영원히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 거다.

취업비자나 L비자 상태는 그 회사를 다니고 있어야만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영주권이 나온 후부터는
회사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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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국에 나와서 살아보려는 꿈을 처음 갖기 시작한 건 스무살 때다.

스무살 때. 롯데월드 벤치에 앉아..
“우리.. 다른 세상으로 나가보자. 여기 말고 다른 세상.. ”
“그래 그러자. 우리 같이 멀리 가보자.”

외국에 나가 살려면 어떤 비자가 있어야 하는지, 비자를 얻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무 정보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 채 막연히 꿈을 키웠었는데..
어느새 고비를 넘고 넘어… 살고싶은대로 살게 되었네..
이렇게 되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스쳐간다. 한국에서 해외에서 일할 수 있는 취업비자를 얻는다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비자 때문에 고생했던 나날들이 스쳐간다.
외국에 나와서도 일하며 돈 벌며 살 수 있는 분야를 전공한 ornus 덕이 크다.
중간중간.. 비자를 얻는다는 게 점점 불가능하게 여겨질 때마다 나는 곁에서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그어떤 근거도 없이, 어디서 나오는 에너지로 나는 그에게 이런 믿음을 불어넣어주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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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으로 도착한 영주권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편으론, 기분이 이상하다. 우린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한국이란 나라 밖 타국에서 영원히 살게 되겠지.
갑자기 실체없는 그리움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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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nus는 회사에서 일년에 한번씩 하는 가장 큰 행사,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일주일간 열리는 세미나, 컨퍼런스 참석차 출장 갔다.

한동안 출장 많이 다니다가 부서를 옮긴 이후 거의 출장 갈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
일주일… ..ㅠㅠ 한 수요일쯤 되면 또 괴로워지기 시작하겠지..
열음이 은율이는 아빠가 없는 밤에는 꼭 아빠 티셔츠를 하나씩 꺼내와서 꼭 끌어안고 잠자리에 든다. 오늘도 티셔츠 하나씩 끌어안고 잠이 든 아이들.
오랜만에 그리운 시간을 견뎌보는 것도 애틋하고 좋겠지, 하고 위로해본다.
아니다. 안그래도 그리움에 휘감겨 있는 나날들인데, 또 추가되는 게 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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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슬금슬금 몸살이 밀려온다.
애들 혼자 챙겨야 되는데 왜 몸살……ㅠ

 

Comments on this post

  1. ornus said on 2017-02-13 at 오후 5:36

    오랫만에 헤어져 지내니까 흑. 난 비행기에서 쇼팽 24 Preludes, Op. 28: No. 4 in E Minor 피아노곡을 헤드폰으로 듣는데 슬픈 감정에 목메여 눈물 글썽.. ㅜㅜ 임동혁 연주로 들어봐… https://m.youtube.com/watch?v=42J8r9ULZLw

  2. wisepaper said on 2017-02-14 at 오전 12:33

    나 지금 듣고 있는데 단조의 이 느낌 넘 좋다…. 참 좋다.. 어쩜 이리 곡이 좋지..
    자긴 비글들 없는데서 오랜만에 우아하고 쿨하게 한번 살아봐.. 부럽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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