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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삶을 잡아먹는 우상입니다.
우리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오직 희망만이 있을 뿐입니다.
– 이반 일리치,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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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가끔 하지만,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점점 발길을 끊게 된다.

싸움을 위한 싸움. 독을 위한 독. 배설을 위한 배설.
가끔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지만,
가끔 얻어지는 좋은 에너지를 위해 통과해야 할 독이 너무 지독하다.
밟아야 할 지뢰가 너무 많다.
듣지 않아도 될 말들.
곱씹지 않아도 될 말들이 한 번 머릿속에 들어오면
정화시키기 위해 더 많은 수행을 해야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도 일종의 공동체처럼 기능하면서 좋은 힘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 때 희망적으로 본 적도 있었는데.
커뮤니티는 공동체가 아니었다.
익명은 사람으로 하여금 인간성의 밑바닥을 뒤집어 보여주려는 속성이 있는데, 그 속성이 내뿜는 독은 독을 만나
끝간 데 없이 더 악랄해지고 끝간 데 없이 더 쓸데없어지는 느낌이다.

자신의 이름과 삶을 걸고 책임감 있게 쓴 좋은 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가끔 가고 싶다.
그런 좋은 곳들도 가끔만 가고 싶다.
그런 곳 없을까 했더니 ornus가 몇 군데 영문 사이트를 알려주는데,
인터넷 하며 단어공부하는 것도 피로한 것 같아서 알아만 뒀다.
소설가의 개인 홈페이지, 경제학자의 개인 홈페이지, 여행자의 개인 홈페이지 등등 커뮤니티가 없는 개인 홈페이지나 가끔 들어가고,
정보가 필요할 때(이를테면 급하게 요리 레시피가 필요할 때)나 잠깐 서핑하고… 그렇게 사니 좋다.

전화 걸 때나 쓰는 스마트폰도 거의 불필요한데 가끔 지인들과의 카톡 때문에 그냥 쓰고 있긴 하다.
전화와 카톡만 되는 아주 간단한 핸드폰을 갖고 싶다. 카톡이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그냥 문자만 하고 살 수 있었을텐데.

이벤트와 이벤트 사이. 붕 뜨는 시간. 전에는 인터넷을 했다면 이제는 책을 더 읽는다. 책이 없다면 그냥 명상을 한다.
그냥 숨을 쉬며 지나가는, 흘러가는 시간들에 집중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다.
내 남은 삶은 이제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들이 알려주는 비밀’을 체득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Comments on this post

  1. 암헌 said on 2013-08-28 at 오후 12:42

    득도했구나

  2. wisepaper said on 2013-08-29 at 오전 5:33

    도를 아십니까……

    (요즘 우리 집 구하고 다니는데 전세대란을 실감하고 있다. 잘하면 동네주민 되겠어~)

  3. 암헌 said on 2013-08-30 at 오전 10:31

    예지한테 말해줬더니 엄청 씐나하고 있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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