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의 몸짓

 

아주 오랜 시간 봐온, 글쓰는 작가님의 블로그가 하나 있는데
그분은 다른 남자들보단 평균적으로 ‘가부장 수치’가 낮은 남편과 산다고 하는데도 늘상 고백한다.
‘남자들은 어찌 해도 기본적으론 여자들보다 위에 있으려고 한다고. 결국은 여자한테서 대접받으려고 하는 본능을 버리지 못한다’고..

나는 ornus에게서 ‘그런 남자’의 느낌을 받지 못한다.
나보다 위에 있으려고 하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거니와 내게서 대접받으려는 느낌도 받아본 적이 없다.

너와 나의 언어가 달라서 어찌해도 소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내가 말하는 그순간에도 ornus는 내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몸을 굽힌다. 내쪽으로..
사실 오늘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어떤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ornus에게 우리도 어찌할 수 없이 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게 정상이다,
그것이 때로 우릴 외롭게 하는 거란 말을 하는데..
그 순간에도 ornus는 내 이야기를 듣겠다고, 듣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며 귀를 기울인다.

물론 우린 인간이라 완벽히 포개지진 않을 것이다.
(완벽히 포개지지 않아서 사랑엔 결핍이 있고 그 결핍이 인간으로 하여금 계속 사랑을 갈망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

그런데 중요한 건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고 몸짓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귀를 기울이는 것만큼 한 인간을 존중하는 몸짓은 없다.
이것이 최상의 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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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인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내가 사랑하는 이가 ornus뿐은 아닌데. 내가 깊이 사랑하는 이는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준다. 그러니 난 큰 복을 받은 건데.. 미안해진다. 인간이라서 그렇다. 인간이 가진 감정의 결이 여러겹이고 흠이 있어서. 복을 받았어도 고통스러워하는 건 인간이 그렇게 복합적인 존재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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