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취향 잡담
종종 가던 음악 블로그에서 대중음악에 관한 에세이들을 읽다가,
뭔가 나의 음악취향을 건드리는 단서 같은 걸 찾았다.
쇼팽의 멜로디에서 음악적인 뿌리를 느끼고 텍스쳐(질감)를 중시해서 질감이 느껴지는 음악들이 좋고 공간감이 느껴지는 엠비언트에 황홀해하고(그러나 본격적으로 다양하게 듣지는 못한다. 삶에 찌들수록 다양한 음악 듣기가 어려워짐)
리듬감이 좋은 음악들은 훌륭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정서적으로 그다지 희열을 느끼지 못함. 그래서 힙합이나 알앤비, 재즈를 들으면 좋은 음악이라는 느낌은 간혹 오더라도 내 정서가 반응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비틀즈나 쇼팽처럼 순수한 멜로디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며 단순하게 이쁘고 서정적인 노래들도 좋아하고 시공간을 음악에 새겨넣은 듯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음악들이 좋고.
웬만하면 스웩이 느껴지는 힙합은 정서가 기름 겉돌듯 그냥 겉돈다.
모던록음악들은 기본으로 먹고 싶은 음식 같고..
두근두근 설렘이 고조되는 편곡 스타일을 좋아하는 거 같고.
다만, 나는 좋은 음악이면 장르 불문하고 내 취향을 건드릴 때가 있어서 열린 마음으로 듣는다.
10대나 20대 때처럼 음악을 부지런히 찾아듣는 매니아 성향은 이제 세속적인 삶과 함께 많이 날아가버렸지만…
지금은 그냥 별 노력 없이 무심코 듣다가 좋으면 빠져든다.
그리고 음악 세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을 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에는 취향 상관없이 관심이 있고 언제나 응원하게 된다. 장르적인 한계를 실험하는 뮤지션들이라거나 사운드 실험을 하는 뮤지션들이라거나. 어떤 경계에 서 있으면서 한계를 확장하려는 모든 뮤지션들을 존중한다. 음악적 스타일과 내용(가사)가 조화를 이루며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뮤지션은 철학자 같은 경탄도 느끼고. 좀 복잡하고 세밀한 방법으로 한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들도 있지만 단순한 서정성으로 내 정서에 궤적을 그리는 소박한 음악들도 좋다. 단순한 것으로도 정서에 주는 감흥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다. 아무튼 나는 진부한 편곡이 제일 싫고 이미 충분한 클리셰들로 음악을 만드는 게으른 사람들이 싫다. 창작자는 자고로 세계를 확장하려는 욕망이 있어야 섹시한 법이다. (그럼에도 내가 사는 곳이 세속이라 나도 가끔 진부하고 세속적인 클리셰 덩어리 음악에 좋다고 반응할 때가 있다. 진부함 속에서도 뭔가 경지가 느껴지면 좋은 거다..;;; 그리고 또 하나의 헛점은.. 난 우현이가 한다면 내 취향 상관 없어요… 우현이가 한다는데 내 음악취향이 무슨 상관이 있나요. 나의 우현이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어떤 노래든 저한텐 천국입니다.. 뭐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게으르게 음악하라는 뜻은 아니구 )
ornus는 리듬감도 중시하고 악기 연주를 굉장히 중시해서 드럼이 잘 받쳐주는 음악에 흥분하고 베이스가 멋지고 탄탄한 음악을 좋아한다. 각 악기들이 적재적소에서 낭비도 모자람도 없이 제대로 기능하는 음악들이 좋단다. 나랑 취향이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좀 다른 부분이 있고. 드라이브하다가 ornus가 권하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내가 권하는 음악을 같이 듣기도 하고 이것이 사소한 행복.
(드라이브하며 음악 듣는 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취미 중 하나인데, 고속도로를 달리면 자동차 소음에 음악이 묻혀서…. 소음 없고 단순한 기술의 결정체, 테슬라 모델 x가 ornus가 고려하고 있는 다음 자동차다. 그 어떤 자동차 브랜드도 갖고 싶어하지 않는 ornus가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차는 오직 테슬라. 그것도 꼭 모델 x. 이런저런 잡다한 부품 없이 오로지 전기 모터 하나로 단순한 기술의 아름다운 경지를 보여주는 테슬라가 엔지니어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ornus에게는 유일하게 멋지게 느껴진다고. 벤츠도 벤틀리도 아우디도 BMW도 람보르기니도 어디에도 관심 없는 ornus의 취향… 그동안 그 어디에도 이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아온 ornus에게 나도 선물해주고 싶다. 아직은 내가 운전하는 차 한 대로 무리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나도 ornus의 생각을 존중해서 올해 안에 한 대가 더 필요할 거 같아서 ornus가 원하는 모델로 사게 해주고 싶다. ornus는 이런 문제도 내가 자신에게 선물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자기가 번 모든 돈은 혼자 번 게 아니라 내 덕분에 번 거라고 말하고 실제로 우리가 함께 번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마음도 이쁘지..-.-)
그 블로그글 계속 보다보니 레이트 유어뮤직 상위에 오른 훌륭한 음반들(전세계에서 뽑은 올해의 음반)을 만들어낸 뮤지션들이 대부분 다 60년대생, 70년대생, 혹은 40,50년대생이다. 젊고 명민한 뮤지션이 안 나오는 거다. 힙합 제외하고는… 안타까운 일이다.
서태지 9집 콰이어트 나이트 앨범 분석글을 보니, 그는 여전히 아주아주 첨단의 경계에 서 있는 음악 장르들을 탐험해서 자신의 음악으로 만들고 있다.
칠아웃+덥스텝을 섞고 +록. 참으로 신기한 노릇. 서태지보다 젊은 뮤지션들도 첨단 여행은 힘이 달릴텐데, 그는 늙지 않는듯.
요며칠 늙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정신이 보수화되어가는 게 진정 늙는 거다. 늙음은 육체적 속도와 상관 없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점 더 성찰적이 되어가고 싶지만, 보수화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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