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울

우리 삶에도 소소한 변화들이 찾아오고 있다.

형아 유치원차 타는 걸 부러워했기에 별 어려움 없이 어린이집에 갈 거라고 생각했던 은율이는, 어린이집을 보내자마자 계속 끼니를 거부하고 아침에도 잠에서 깨지 않으려 하면서 대화를 거부하는 우울증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이건 보통 아이들이 처음에 안 가겠다고 우는 상황과는 다른 형식의 거부라서 생각이 좀 필요했다. 평소 은율이를 키우면서 굉장한 자기세계와 특이성이 있다고 느꼈는데 이런 게 그런 종류다. 그냥 가기 낯설어서 우는 아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데 은율이의 거부는 그런 종류가 아니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마침 좋은 사람을 만나 가게를 맡길 수 있게 되고 나는 출근보다는 앞으론 MD일을 주로 해보고 싶었기에  자연스럽게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동안 ornus 회사 때문에 이곳에 살게 된 건데, ornus가 강남에 있는 회사로 이직하고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계속 경기도에 살 이유가 없어졌다. 출퇴근이 오래 걸려 힘들어했던 ornus의 강력 종용으로 서울로 다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회사가 강남인데 강남에는 살 수 없고;; 그렇다고 강북으로 갈 수도 없고(난 사실 강북의 숨겨진 옛동네의 느낌을 좋아해서 서울에 산다면 꼭 강북 오래된 동네로 가고 싶었다) , 한강 이남의 2호선 라인에 있으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종로, 명동 등 강북 접근성도 나쁘지 않으면서 집값이 비싸지 않은 동네를 찾다보니 다른 데 알아볼 것도 없이 익숙한 데로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대입구역 부근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네다. 수원에 살기 전엔 이 곳 오피스텔에서 신혼을 보내기도 했고. 우리가 20대였을 때 서식지는 흑석동과 상도동, 봉천동, 이곳에서 종로, 가끔 강남역. 우리에게도 회귀본능이 있었던 걸까.

ornus가 일찍 오면 아이들도 좋고 나도 좋기 때문에 우리 가족 모두 서울행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신도시가 깨끗하지만 역사와 세월을 느낄 수 없는 곳이라면, 서울은 복잡하고 시끄럽지만 역사와 시간의 더께가 내려앉아 있는 동네다. 그리하여 다시 서울로 가는 마음이.. 살짝 두근거린다.

열음이는 이제 이 동네에서 내후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거고 우리에게는 새로운 추억이 생길 거다. 2년 후에는 또 어떤 변화가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지난날들을 돌아보고 유추해보면, 아마도 2년 후에도 우린 새로운 곳에 가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한다.

 

p.s 이번에 집을 구하면서 웃기고 당황스러웠던 게, 요즘 전세가가 2년 전보다 5천-7천 정도 오른데다가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보니,  부동산에 들어가면 다같이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가 집이 하나 올라오면 여기 저기 부동산에서 먼저 찜해가기 전에 가계약하느라 거의 난리통이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전세가 올라가면 이제 전세가 점점 사라지고 월세 세상이 될지도 모른단다. 이래저래 가진 거 없는 서민은 살기 힘든 세상이다. 이제부턴 최대한 아끼며 살아야 겠다……ㅠ.ㅠ

 

Comments on this post

  1. 암헌 said on 2013-10-08 at 오후 3:21

    드디어 오프라인 이웃이 되는구나!! >.<)乃

  2. wisepaper said on 2013-10-08 at 오후 4:10

    우리 벽산 블루밍으로 가.. 원래 관악드림타운 하려다가 집 계속 놓치고 간신히 구했음..서울 그리웠다!

  3. 암헌 said on 2013-10-11 at 오후 6:12

    오! 예지 유치원이 그쪽인데!!!

  4. wisepaper said on 2013-10-13 at 오후 4:41

    정말? 혹시 해슬아?아님 소슬? 열음이는 너무 학기말이라 어디 유치원에서 받아줄지 모르겠네..

  5. 암헌 said on 2013-10-14 at 오전 1:35

    오잉? 그 근처에 유치원이 그렇게 많았어? 예대미술학원이란 곳인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Trackbacks and Pingbacks on this post

No trackbacks.

TrackBack 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