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음이

노는 걸로 우리 동네 1등인 열음이를 쳐다보며 갑자기 드는 생각.

우리 열음이. 건강하고 잘 놀고 힘도 세서 또래 아이들 중 발군이다. 놀이터에서 노는 걸 보면 형아들만 하는 “팔로 매달려 구름다리 건너기” 같은 것도 아주 쉽게 잘 한다. 아마 암벽타기도 시키면 잘 할 거다. 키는 어디 가도 항상 제일 큰 편인데다가 튼튼한 신체와 달리 곱상한 얼굴로 반전 매력도 있고-.-;;

놀이터에 가든 박물관에 가든 운동장에 가든 처음 만난 형, 누나,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깨알같이 재밌게 뒹굴며 논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도 별로 없고 호기심 천국인데다가, 노는 건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루 종일 나가 놀라 그러면 아마 집에 안 들어오고 놀 거다. 내가 아이들을 많이 믿고 자유를 많이 주는 편이라 아파트 단지 안에서 놀 땐 나 없이도 혼자 나가서 잘 노는데, 겁도 없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게 기특하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도 많아서 집에서 이런 책 저런 책 읽어주면 “또 읽어달라고” 떼쓴다. 만들기도 잘 해서 조그마한 레고블럭들을 주면 배, 경주 자동차, 로보트, 집, 우주선… 창의적으로 그럴듯하게 잘도 만든다.

엄마아빠 말만 듣는 게 아니라 자기 의견과 욕심도 뚜렷하고 고집도 잘 피운다. 이건 아이 정신이 건강하다는 뜻이다. 그것도 고맙다.

“우리 열음이 기특하지?” 내가 그랬더니 ornus왈,
“이렇게 다 잘 하는데 여기서 공부까지 잘하길 원하는 건 과한 욕심이겠지? 우리 열음이한테는 혹여 공부 욕심 갖지 말자. 알았지?”
그래서 나도 빵 터지며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모든 부모들이 자식이 공부 잘 하길 바란다. 당연한 일이다.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여기에 공부까지 잘하길 바란다면 그건 내 자식이 ‘엄친아’가 되길 바라는 거다. 그건 정말, 우리가 너어무 욕심쟁이인거다.

물론 공부 잘하면 고맙지,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까. 잘 해주면 완전 고맙겠지. 그러나 우리의 욕심은 버린다. 이렇게 잘 크고 있는게 너무너무 감사하고 가끔 뭉클해져서 이 복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우리도 다른 부모들처럼 이런저런 시련에 시달리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러나 그건 누구에게나 있는 거라서 우리에게만 특이한 건 아니다. 그저 이렇게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고 있는 게 너무너무 고맙다. 꼭 이 복을 누군가에게 또 나누고 싶고 열음이도 그런 사람으로 커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은율이 자랑까지 쓰면 그건 너무한 거 같아서 그냥 여기까지만……..+.+
(은율이는 쬐끄만 놈이 얼마나 깡이 세고 엉뚱하고 애교가 많은지 ornus를 아주 살살 녹인다는 것까지만……)

 

 

Comments on this post

  1. 암헌 said on 2013-10-14 at 오후 11:35

    난 은율이 자랑도 듣고 싶은데?

  2. wisepaper said on 2013-10-15 at 오전 3:33

    하루에 자랑질만 두 번이면 나 너무 재수없지 않을까? 덜 재수없으려고 이틀에 나눠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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