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1. 은율이

(은율이 얘기도 듣고 싶다는 친구의 말에 일부러 이틀로 나눠쓴다는 건 농담이고, 나중에 애들이 보면 공평하지 않다 할까봐 은율이 얘기도 쓰고 앉았다-.-)

은율이에 대한 자랑질은 뚜렷한 자기세계, 고집, 깡, 애교, 혼자서도 잘놀아 등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어떤 아이인들 자기세계가 없겠냐마는 은율이의 자기세계와 고집은 “아.. 쟤가 저 길로 가기로 정했으니 반드시 그렇게 하겠구나 우린 건드릴 수가 없겠구나” 하는 종류의 자기세계와 고집이다. 아주 어린 아가 때부터 자기가 한 번 길을 정했으면 휘둘리는 법이 별로 없었다. 고집과 자기세계가 뚜렷한데다가 만족지연능력도 높다. 당장의 달콤한 것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가 하겠다고 한 일을 끝까지 잊어버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같은 개월수의 아이들보다도 작은 편이고  12월 말에 태어난 바람에 같은 나이 친구들보다는 더더욱 신체적으로 작은데 깡다구는 어이가 없이;;세다. 지나가는 동네 형아들, 초등학생 형아들한테까지 큰소리로 덤벼대니까. 누가 자신을 건드리거나 괴롭히면 악착같이 응징하는 것뿐아니라, 횩여 누가 형을 괴롭히려 하거나 형 물건을 가져가려 하면 “이거 우리 형아꺼야. 니 꺼 아니야!!!!!!!!”

딸이 없는 집은 아들 둘 중 하나가 딸 역할을 한다는데 은율이가 애교가 많다. ornus 퇴근하면 두 팔 벌리고 “아빠 아빠 우리 아빠~” 하며 아빠 주변을 빙글빙글 돈다. ornus는 이 애교에 녹아내려 아주 정신을 못차린다. 몸짓에 애교가 기본 장착 돼 있어서 그저 고개를 들 때도 팔 하나 올릴 때도 뛸 때도 기본으로 애교가 붙어 있는 거 같다-.-

몸이 아프지만 않으면 곰실곰실 조용조용, 징징대거나 보채는 법이 없이 혼자서도 잘 논다. 뭐 하나에 빠지면 방바닥에 앉아 그걸 오래 하며 논다. 공룡에 빠져 있는 요즘은 공룡백과 하나 들고 왔다 갔다 하며 종일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데 덕분에 나도 공룡 이름은 외우고 있다-.-

은율이를 돌볼 때는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침범하지 않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놀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보냈던 게 화근이었다. 은율이 마음 속 시계는 아직 어린이집에 가고 싶은 때가 아니고 사회생활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놀고 싶은 거다. 유치원을 운영하는 친구한테 얘기했더니 “걱정 마. 이런 아이들은 자기 생각도 뚜렷하고 머리가 좋을 거야” 하는데 머리 좋은 거야 아직 모르겠고;; 아무튼 자기 생각이 뚜렷한 건 확실하다.

열음이가 뭐든 호기심이 많고 해보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그 중 분명 잘 하는 게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면, 은율이는 본인이 원하는 길을 정했다 하면 반드시 해낼 것 같아서 분명 잘 하는 게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2. 믿음

사실 자랑질이란 말은 핑계고 아이들은 누구나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그런데 부모가 아이 단점에 집중하지 않고 장점에 집중한다면, 그리고 단점조차 장점으로 생각한다면(모든 특징은 이쪽에서 보면 장점이고 저쪽에서 보면 단점일 수 있다) 아이는 부모의 믿음에 따라 본인을 신뢰할 거라 믿는다.

밤에 잠 자기 전에 항상 “열음이 은율이는 소중한 사람이야. 열음이 은율이가 엄마아빠 아들이라서 행복해.. ” 하는 말을 꼭 해주는데, 아이들도 부모가 주는 이 확신을 아는지 뿌듯해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열음이 은율이에게도 사춘기도 오고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 맘고생도 시키겠지. 그러나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이해받고 사랑받고 크는데 어느 길로 엇나가도 다시 돌아올 거라는 확신, 자기 자신을 망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본인의 능력을 믿어주는 사람이 세상에 한 명만 있다면 그 사람은 잘 살아갈 수 있다. 사실 온가족이 서로를 믿어준다. 나는 ornus가 본인이 원하는 길에서 잘 살 거라는 확신이 있고 ornus도 나에게 확신을 주고 아이들한테도 마찬가지다. 그저 이 험한 세상에서 우리가 우리 편이 되어줘야지.. 이렇게 살고 있다.

 

 

Comments on this post

  1. 암헌 said on 2013-10-15 at 오후 6:00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이사 잘하고 있냐? 비오는날에 이사했으니 운수좋네ㅎㅎ

  2. wisepaper said on 2013-10-15 at 오후 7:26

    허걱. ‘담달’을 ‘담주’로 알아들었구나.. 우리 이사 다음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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