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디자인 공사 등등..
1.
어제 계약서에 사인했다.
다행히 정말 좋으신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서, 주변 가게들보다 월임대료를 약간 내려서, 보증금도 약간 내려서 계약할 수 있었다. 내 사업계획을 열심히 들어주신 중개업자분께서 젊은 사람들이 비전이 좋아보인다고(;;), 초기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도록 말이 통하는 주인을 만나게 해주신다고 노력하셨다.
주변 상권도 좋은 편이고 유동인구도 많은 중심상가지만, 마가나무는 대로에서 작은 골목으로 한 번 들어간다. 이 골목은 옷가게가 드문드문 있긴 하지만 아직 활성화가 안 된 골목인데, 나같이 인테리어와 컨셉에 신경써서 들어오는 옷가게가 들어오면, 하나둘씩 더 들어와서 쇼핑거리로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중개업자분도 미래를 고려해서 가게를 소개시켜주는 것 같았다.
2.
보증금을 조금 낮춰주신 덕택에 내부 인테리어에 더 공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내가 생각하는 컨셉과 그래도 흡사한 포트폴리오를 가진 디자인사무실을 찾아냈는데, 어제 만나러 가서 한 시간 동안 얘기하면서 나랑 기싸움이 느껴졌다. 근데 그 기싸움이 맘에 들었다. 무조건 네네 하며 나를 맞춰주는 디자이너보다 훨씬 더 욕심이 크고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디자이너라는 게 와닿으니까, 이 사람과 일하고 싶다는 오기가 더 생겨났다. 그래서 이곳에 맡기기로 했다. 지금부터 디자인 시물레이션하고, 공사 들어가면 아마도 다음달 중순 이후에 오프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디자인 컨셉에서 중요한 건 ‘나무 재료’다.
요즘 옷가게의 인테리어 최신경향은 바닥을 콘크리트(?) 느낌나게 노출시키는 “에폭시 마감”을 주로하는데(나도 에폭시 좋아한다 사실) 나는 에폭시보단, 마가나무 1호점의 인테리어를 10년 후에도 20년 후에 이어가도 질리지 않는 ‘원목재료’ 를 쓰기를 원하고 있다. 디자이너분도 이해를 잘 해주셨고.
나한테 중요한 건 옷의 색감과 소품의 색감을 잘 바쳐주는 편안한 인테리어이기 때문에, 인테리어 자체가 색을 과감하게 쓴다거나 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술관 건축물과 미술품의 관계처럼, 가게 인테리어와 옷의 관계도 그렇다.뭐라뭐라 설명했더니 디자이너분이 나한테 “많이 준비해오셨다”고..;;; 옷가게 인테리어도 예시를 몇 개 들었더니 옷가게를 10년 운영해보신 분같다며.. 아니 그냥 옷가게 덕후였을 뿐이라고 말하는데 민망했다..^^
아무튼 디자이너와 한 시간 가량 얘기하고 나오면서 나 자신이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에너지가 쏘옥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홍삼이라도 먹어야 겠다.
3.
오늘은 그동안 어떤 옷을 먼저 들여놓을지 머릿속에 생각한대로 도매에서 가져올 예정이다. 사실 패션쪽은 가을이 가장 중요해서(가장 다양하고 가장 이쁜 옷들이 나오는 계절이다) 초가을 9월쯤에 시작했으면 최선일텐데, 한 달 반 정도 늦게 시작하는 게 맘에 걸리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내 취향과 부합되는 고객을 만나기까지 몇 개월 정도는 실망하지 말아야지. 어찌됐든 지금 나와있는 옷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해서 집에 갖다놓기로 했다.
물론 나는 옷을 골라오는 데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고 재미있어하기 때문에 편집숍이 나와 아주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마가나무 옷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직접 디자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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