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사소하고 다양한 거
대상은 주기적으로 바뀌는데 영화에 빠지면 한동안 주로 영화를, 책에 빠지면 몇날 며칠 책만, 음악에 빠지면 그 뮤지션의 세포까지 훑을 정도로 몇 날 며칠. 그 다음에는 인터넷도 안하고 일상만 생각하는 주기가 돌아온다;; 아무튼 별 쓸데 없고도 쓸데 있는 내 취미 중 하나는 이것들과 관련 있는 정보나 단상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거다. 말이 거창하지 별 것도 아니다. 우표수집과 껌종이 수집, 병뚜껑 수집 같은 고전적인 수집취미가 그냥 디지털 시대에 맞게 디지털 정보로 변환된 수집으로 바뀌었을 뿐. 우표와 병뚜껑을 수집했던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그 자그마하고 사소한 것들을 모아들였을까. 나도 그저 작고 사소한 것들을 수집하는 건데 재미있다. 쓸모가 있게 되면 또 그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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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nus는 크고 작은 수많은 시작하는 회사들과 일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객관적인 결과로 봤을 땐 90퍼센트 이상이 실패로 돌아가곤 하는 그 수많은 시도들을 시작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시작 첫 일이년을 버티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은 무엇인지, 실패담과 성공담을 보고 있다. 다른 나라의 케이스들을 경험하게 되면 그것도 또 재밌을 것 같다. 워낙 집에서 시시콜콜 많은 걸 나누다보니 내가 일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이 될 때가 있다. 한 집에서 어떤 에너지를 공유하는 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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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가로수길, 삼청동, 홍대앞 등등.. 작고 사소한 개인 옷가게들이 골목골목 숨어 있던 이 동네들에 대기업 자본들이 들어오는 속도가 훨씬 더 빨라지고 있다. 작은 개인샵 여러개를 사들여 큰 대기업 브랜드가 하나씩 들어오는 방식이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와 백화점의 비싼 옷들 틈바구니에서 중저가로 버틸 수 있었던 작은 가게들의 장점도 대기업이 만드는 중저가 SPA브랜드들 앞에서 무색하게 된 지 오래됐다. 이것이 결국 우리 시대의 흐름인가. 뭐 사실 진정한 의미의 패션의 다양성이라면 다양한 개인 디자이너들의 디자인들이 살아남는 구조일거다. 이제 쏟아져나오는 디자인들 중에 내 맘에 쏙 드는 게 점점 없어지고 있다. 아마도 디자인들이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집에 재봉틀이라도 갖다 놓고 내옷은 직접 만들어 입고 싶은 심정이 되는 순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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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끝까지 가지고 있어야 하는 단 하나의 요소가 있라면 그건 ‘다양함’이라고 생각한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다양하게 살아남을 때 그 작은 것들이 서로 영향을 끼치며 새로운 변종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계속 진화하는 걸 텐데. 생물학자들의 대중서를 읽어보니 생물의 세계도 마찬가지. 우리가 흔히 ‘우월한 유전자들이 선택돼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보는 자연진화 상태에서도 우성 유전자만 중요한 게 아니라 다양한 공존이 중요하단다. 어떤 종이 작고 사소한(때로는 열등한) 여러 유전인자들을 버리고 우성 유전인자만을 선택했을 때 그 종은 결과적으로는 우월해지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위험한 상태가 되고 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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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적이고 마이너적이고 총기가 있거나 날카로운 ‘청춘’의 얼굴을 가진 스타들의 계보가 어느 순간부터 이어지지 않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리버 피닉스와 십대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의 디카프리오의 얼굴을 끝으로. 물론 그 이후에도 반반하고 멋진 얼굴들은 많이 나왔지만 우리가 딱 그 ‘청춘’이라고 할만한 표상을 가진 얼굴. 근데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에서 데인 드한(Dane Dehaan)을 발견하고 신기했다. 결국 또 나오는구나. 정말 끝이 없구나. 데인 드한은 디카프리오보다 더 마이너적인 요소가 있다. 베네치오 델 토로를 섞은 듯한 눈빛에 어두움을 배가시키는 다크서클.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디카프리오와 달리 뭉개지는 발음을 나른하고 음울한 음색으로 전달한다. 반짝 스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드는 게 디카프리오 같은 배우가 10대때부터 이미 화면 속에서 장악력을 가졌던 것처럼 그런 게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주위를 압도하는 에너지가 있다. 연기도 좋고. 매니악한 느낌이 많아서 좀더 성격파 배우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약 빤 것 같은 얼굴 나오기가 쉽지 않은데 실제 삶은 오래사귄 연인과 일찌감치 결혼한 유부남이란다. 낙담한 팬들 왈, ‘망할 헐리웃의 조혼풍습’ 사라지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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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빠, 올만이야. 나 여기 비번도 안 먹히고, 암튼 로긴이 안 돼. 어케 하지? 글고, 급 질문!! 너 예전에 여기다 ‘자연분만’ 관련된 동영상 링크한 게시글 있지? 그거 찾다가 못 찾고 있다. 그거 어디 있니? 왜 조산사가 애 낳는 거 도와주는 거 있잖아. 그건 좀 알려주라!!
곰순아 그건 우리 옛날 홈피에 있는데 홈피를 우리가 막아뒀어. 그 동영상 있는 글 찾아서 주소로 가봤더니 원본글에서 이미 영상이 짤렸더라. 오래돼서 그런가봐.
아, 글쿤, 아무리 뒤져도 없더라고.. 어째 찾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