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문
30대 초반 여성들의 보통 몸매라 할 수 있는 66사이즈를 잘 맞춰주는 게 중요하다.
도매에서 옷 살 때는 잘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당연히 입지도 않고 사는 거다.
쌓인 물건들 틈에서 눈썰미로 확 골라서 색깔별로 두 장 이상씩 구매해야 한다.
근데 내가 작고 마른 몸이라 66사이즈를 집에와서도 입어볼 수가 없어서 가져온 옷들을 집에 쌓아놓고
아는 사람들을 집에 불러서 사이즈가 잘 맞나 입혀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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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리가 났다.
아이들 키우느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옷만 주로 입던 친구들이었는데
멋스럽게 몸에 흐르듯 맞는 원피스, 블라우스, 스카프를 걸쳐보더니
생각보다 훨씬 더 이쁘게 잘 맞으니까
주문해달라고 난리..
디피하려고 그냥 한 번 골라온 플랫슈즈들도 난리가 났다.
내가 신발도 잘 고르나 보다(아 재수없어….;;;)
이 친구들이 선주문한 게 5벌씩이다.
나……..
정말 재능이 있는 걸까…
ㅋㅋㅋㅋ
농담이고, 망하면 이 옷 다 내가 입으면 되니까 걱정 말라고 ornus 가 맘껏 갖다 놓으라고.
…. 가끔씩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긴 있다.
근데 걱정 안 하기로 했다. 망하면 다 내가 입을 거다. 친구들한테 선물하면 된다.
근데..
망하진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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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ornus가 가끔 스타트업에 관련된 글을 읽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시작이란다.
시작하느냐 시작하지 못하느냐 차이가 가장 중요한 거라고.
성공할까 실패할까에 초점을 맞추지 않기로 했다.
내게 힘을 줬던 말은 안철수의 어느 인터뷰였다.
희망을 잃어가는 젊은 청년들을 향해, 자신에게 스스로 기회를 주라는 의미의 인터뷰였다.
“젊음에겐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게 젊은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에요.”
그래서 나한테 기회를 주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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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on this post
멋지다!
멋지다! ^^
너무 멋져서 댓글을 두 개 달음
아놔 빵 터졌다…
아!! 나 66!!! 66!!!!!
나도 그런 원피스 스카프 갖고 싶다고!!!!!!!!!
사진 좀 올려!!!! 나도 선주문 하고 싶다고!!!!!!!!!!!!!
기회라….
난 곧 출근하게 되었는데 말이야. 사실 작업 하고 싶은데 돈이 없으니 돈을 벌어야지. 지난 4년 쓰기만 했으니까 이젠 정말 빈털털이거든. 근데 이게 굉장히 복잡해. 그러니까 작업을 하고 싶지만, 돈을 벌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 신이 막 나고 그렇진 않아. 헌데 참 이상스러운게 작업 안 해도 되니까 또 안심도 되고 그래. 창작, 평가, 불안 뭐 이런 거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까 싶어서. 이게 뭔가. 내가 작업을 정말 열망하는가 그런 의심도 들고. 작업 정말 하고 싶은데, 평가 불안은 정말 싫고. 걍 돈 벌자니 내 작업들이 너무 아깝고.
암튼지 기회를 주는 거 좋은 선택이야. 더구나 정말 즐겁다며. 그게 중요해. 그렇게 즐겁게 하면 인정도 받을 수 있고 인정받으면서 더 크니까.
암튼 나도 선주문이야.
돈 버는 순간도 예술이라 생각하면 안 될까? 모든게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잖아. 난 사실 가게 하게 된 것도 내 책의 소재를 만드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하다보니까 내가 이쪽 일을 생각 이상으로 더 좋아하는 거 같애.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들도 알게 되고 이 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고 도전하고 싶어진다. 새벽마다 일하러 가도 매일매일 즐겁다. 오묘한 매력과 비밀들도 알게 되고. 곰순아 너도 화이팅이야. 모든 경험들이 승화돼서 좋은 결과가 올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