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재밌다. ornus도 빠졌다. 얼마만에 보는 드라마인지. 집에 티비가 안 나와서 본방으론 못 보고 하루 기다렸다가 올레티비로 돈 주고 보고 있다-.- 피디가 <하얀거탑>연출했던 피디라던데 역시 세력싸움, 암투에 능하다. 클래식계와 음대입시를 주무르고 있는 인간들과 주변 인물들의 속물냄새 물씬나는 ‘판 짜기’의 이면도 재밌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끈적끈적하고 에로틱. 야한 장면 없어도.

언젠가부터 집에서 일할 때 배경음악으로 클래식 듣는 재미에 빠져 있는(곡제목 모르고 그냥 플레이)  ornus는 1,2회 때 음악과 연주에 솔깃해서 보기 시작한건데 드라마 자체도 재밌어한다. 자신이 스무살이라도 10살, 20살 많은 누님. 상관없다며-.- 나두 뭐 사랑에 빠지기만 한다면야 20살 아래는 어떻고 20살 위는 어떠리. 아 20살 아래는 내가 마흔 살 되기 전까진 아청아청이라 안 되고. 요즘은 스무살 많은 미중년들도 멋져보인다-.-

“남자애는 처음 보는 앤데 연기 왜 저렇게 잘하냐.”  이런 말은 20년 전에 우리 아빠가 티비보면서 하시던 대사 같은데ㅠ.ㅠ ornus 입에서 나오니까 연예인 이름도 모르고 워커홀릭 가장으로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짠하다. 유아인은 유명 배우야 유명한 애라고…;; 그러는 나도 이 친구 나오는 드라마 여태 한 번도 못봤다.

희애언니 이쁜 옷 보는 재미도 있고 혜진 언니 기싸움도 쫄깃하고. 유아인의 피아노 연주는 소리는 물론 전문 피아니스트의 것을 썼지만 곡을 외워서 타건을 직접했다는데 놀라운 수준이다.  피아노 연주할 때 표정연기도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데 임동혁 표정이랑 너무 비슷해서 표정 연구할 때 참고했나 싶다. 피아니스트도 저마다 음악에 몰입할 때 절정에 오를 때 표정이 다 천차만별인데 임동혁과는 특히 비슷하다. 참고하지 않고 그 표정이 나온다면 유아인은 메소드 연기의 달인인듯.

오혜원 같은 여자가 과연 순수하고 무모한 에너지를 가진 청년 앞에서 무장해제될 수 있을까. 저렇게 살아온 여자가? 자신이 모시는 이들을 교묘히 무장시켜 겉은 우아하고 속은 능구렁이 같은 욕망을 실현하고 살 수 있게끔 일거수 일투족을 매만져주며 영악하게 저 자리로 올라간 여자가. 가짜인생에서 유일하게 진짜로 다가오는 남자아이 때문에 무장해제된다면 결국 간신히 올라간 그 판에서 내쳐지고 파멸할텐데. 어떤식으로 전개될지 기대가 된다. 판타지나 로맨틱 코미디 같은 드라마가 줄 수 없는 그런 묵직한 느낌이 정극에 있다.

재밌는 건 ‘밀회’로 몇 군데 검색을 해봤더니 중년 여성이 언감생심 싱그런 청년과 사랑에 빠지는 줄거리가 언뜻 아줌마들을 위한 드라마 같지만 의외로 아줌마 여초에선 반응이 안좋고 욕하는 글이 많은데, 남초 사이트에선 간만에 흥분되는 드라마 나왔다며 호평 일색이다. 왜 이럴까. 김희애 또래나 그보다 나이 많은 여성에게 잘 관리된 몸매의 김희애는 좀 기분 나쁘고 유아인에게도 자기 아들이 감정이입되면서 저렇게 세상물정에 빤한 여우같이 나이 많은 여자한테 아들 뺏길 거 같은 무의식이 숨어 있는 건 아닌지? 하하 아무튼 우리집에선 둘다 간만에 심장 쫄깃해가며 보는 정극이다.

Comments on this post

  1. 심은하 said on 2014-03-26 at 오후 11:29

    오..나도 밀회 스토리나 분위기나 연출 다 맘에들던데…
    근데..나도 김희애가 좀 눈에 안 차. 나도 드라마속의 김희애 옷은 참 이뻐. 그나이때 그정도 미모도 드문거 인정하고…근데도 왜 맘에안드는지…
    좀..어딘가 모르게 어색해..좀더 강렬한 매력의 여배우는 없는지..
    난 그나이또래 배우는 심은하 빼곤 안이뻐 보이는지…ㅋㅋ
    근데 남초사이트에선 호평이라니 남자가 보기엔 스무살이 반할만큼 매력적인가보구나.

  2. wisepaper said on 2014-03-26 at 오후 11:42

    김희애가 갖고 있는 약간 과잉, 느끼함 그런게 있어요..ㅎㅎ 저도 심은하도 생각해봤는데, 단아하고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근데 이 역할은 이지적으로 보여야 되는 측면이 큰데 그런 면은 김희애가 더 갖고 있는 거 같아서요. 전도연도 물망에 올랐다던데 전도연이 했으면 이지적인 느낌 확 죽고 너무 본능적, 감성적으로만 보였을 거 같네요. 암튼 저도 뭔가 좀 아쉬워요.근데 여초에서 적대감 보이는 아줌마들은 무조건 불륜, 아들뻘 남자를 좋아한다는 데서 열이 받나봐요. 전 이런 걸로 윤리 어쩌구 하는 사람들이 좀 웃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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