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들어 입고 싶다

MD일이 재밌긴 해도 시장이든 백화점이든 쌓여있는 옷들을 보면 비슷비슷해지는 유행, 성에 안 차는 디자인, 재질 등등 직접 만들어 입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 때가 있다. 지난 연말에는 진지하게 “자기야 나 집에 재봉틀 들여놓을까?” 그랬다. 근데 뭐 재봉틀 들여서 옷 만드는 법을 배운다 해도 겨우 한 벌씩 만들어서 나 하나 입으면 몰라도 대량생산이 안 되니 팔기도 뭣하고 공임비도 안 나올 거고 진짜 옷 같은 옷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다보면 ‘재봉틀은 무슨 재봉틀..’

갑자기 디자이너의 욕망이 불타올라 뭐에 홀린듯이 재봉틀을 샀다가 결국 중고로 처분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신세가 됐다는 친구 부부의 일화가 떠올라 웃음이 난다. 나도 결국 그렇게 될 가능성이 99퍼센트인 거 같다. 우리집에 재봉틀이 있으면 일단 열음이 은율이가 작동해보고 조작해보고 난리도 아닐 것임이 자명하고.

근데 모든 일들은 현실성을 생각하다보면 거의 다 실현하지 않는 게 낫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백날 가도 실현하고 살기 힘들어진다. 현실성을 생각했다면 창업 같은 것도 안 하고 사는 게 맞다. 고려할 게 많은 사람은 저지르지 못한다. 무슨 일이든 일단 저지르고 보면 어찌저찌 길이 열리고 혹여 실패한다 해도 배우는 게 있다. 아무것도 안 시작해본 것보단 훨씬 낫다. 그런데도 점점 저지르지 못하는 사람이 된 채 늙어가고 있다.

내가 입고 싶은 디자인의 옷은 머릿속에 있지 시중에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 진짜 딱 내 생각대로 만들어보고 싶다. 진작에 전문대를 가든지 의상학과 같은 델 갔으면 좋았을까. 글쎄 그것도 내가 원하는 길은 아닌 거 같다. 학교에서 과제 해내라 그러면 너무너무 하기 싫을 것 같다-.-

Comments on this post

  1. 암헌 said on 2014-03-27 at 오후 3:57

    재봉틀ㅋㅋ 그러지말고 패션만화 자문이나 좀 해주라

  2. wisepaper said on 2014-03-28 at 오전 12:36

    ornus도 자문하고 나도 하면 우리 부부는 자문 부부야?? ㅎㅎ 나는 영광이지만 내가 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전문가도 아니고.. 안그래도 열음이 예지 보러 가자 그러는데 주말 괜찮을 때 말해줘~

  3. 암헌 said on 2014-03-28 at 오후 2:03

    열음이한테 자문받는 날도 오겠지ㅋㅋ 조만간 봅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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