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직후 단상

오늘 공연장엔 남자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반 이상..
우여곡절 다 겪고 선 그 많은 사람들 중 “형님 형님”하며 굵은 목소리 내주는 이들이 많다는 게 새삼 든든.

공연이 끝난 후 넓디넓은 주차장에서 차 한 대씩 올라 타 빠져나오는 긴 행렬을 보면서 울컥했다.
학생이었고 소년이었고 소녀였던 이들이 이젠 운전해서 오는 나이가 됐다는 게. 우리가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는 게.

공연 중 감상적이 될 때마다 곁에서 볼에 뽀뽀해주는 ornus땜에 좀 민망했지만..(혼자 온 사람들도 많은데 님하 매너좀..ㅠ.ㅠ 어두워서 못봤을 거야)
실은 내 손 잡아주는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 있다는 게.. 오늘따라 유독 더 고맙다.
태지도 오늘 많이 울컥해하던데 집에 가면 기댈 사람 있어서 다행이다 싶고.

 

아침에 피곤해서 늦게 일어나보니 두녀석이 어제 공연장 놀이방에서 받은 노란 크리스말로윈 옷을 지들끼리 입고 앉아 놀고 있다.
나이든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 이렇게 시간이 가고 있다는 게 .. 잡을 수 없다는 게 서글픈 어제 오늘이다.

Comments on this post

  1. 오즈 said on 2014-10-20 at 오전 8:45

    제가 본 것 중 가장 부러운 후기네요.
    오누스님 정말 이러기예요…
    90년대 아이콘 노래도 못듣고 가사 올라온 것만 보고 울음이 터진 나를 두고 방을 싹 나가버린 울 남편도 있어요..
    우리 딸은 같이 울려고 하고 아들은 엄마 괜찮아요? 굵은 목소리로 물어..
    아들 둘을 놀이방에 보내셨군요.
    서태지세대의 정확한 표본이십니다. 사진 부탁해요. 아들들 옷보고 싶어요.

  2. wisepaper said on 2014-10-20 at 오전 9:43

    이번 앨범의 몇몇 곡 가사… 정말 서태지가 정현철의 속살을 내보였네요. 팬이라면 그간의 22년의 일들이 떠올라 쉽사리 읽기도 두려운…ㅠ.ㅠ
    음악은 약간 사이키델릭 몽환적인 곡도 있고, 상큼하고 귀여운 곡도 있고.. 누가 밤하늘에 철저히 혼자 누워서 오로라를 바라보는 기분이라 했는데 딱 그러네요. 북극 하늘 밑에서 들면 좋을 것 같은 음악. 태지가 이런 음악을 해주다니.

    우리 아들 둘 놀이방 보낸 사진이랑 그런 거 좀 여유로워지면 꼭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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